돈 안 쓰면 죽는 병 위픽
이두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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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시발비용'이, 소설 속에서는 죽기 싫어 발버둥 치는 진짜 '시발(survival)비용'이 되어버린 눈물겨운 블랙코미디다. 그러니까 우리가 월급날도 아닌데 못참고 장바구니 털면서 “아 이건 사야 낫는 병이야” 하고 자위하던 걸, 작가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어? 그래? 그럼 진짜 안 사면 대가리 터지는 병을 만들어줄게.” 하고 급발진해 버린거지ㅋ 맥락은 완벽하게 같은데, 스케일이 ‘통장 잔고 잔혹사’에서 ‘목숨 서바이벌’로 커졌다. 우리가 텀블러가 없어서 또 사고, 신발이 없어서 또 사는 게 아니잖나? 그 ‘결제 완료’ 팝업창이 뜰 때 뇌에서 팡 터지는 짜릿한 중독성(a.k.a 도파민) 때문에 사는 건데, 소설 속 환자들은 그야말로 목숨 걸고 쇼핑하는 프로 억까 쇼핑러들이 된 거임. 카드 명세서 보고 “나 미쳤나 봐, 돈 안 쓰면 죽는 병 걸렸나?” 하던 우리의 농담을 가장 맵고 살벌하게 구현한 자본주의 판 잔혹동화라고 보면 되려나. 편하게 택배 상자 뜯다가 문득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듯한 매력이 있다. 짧아서 더 매력적. 글맛이 쫄깃쫄깃하니 한번들 읽어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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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이세욱 옮김 / 비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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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문장은 음악 같고, 그가 창조한 세계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다. 한 번 읽어선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단 말이다ㅋ 불친절한 서사 구조, 이미지나 독백, 추상적인 은유로만 상황을 묘사하다 보니 상상하며 읽기가 까다로워 스토리 보다는 잔상으로 기억해야 될 책에 가깝다. 특히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 '엘리자베타' 파트는 정말 인내심을 요하는, 기묘하고도 한편으로는 가슴 아플 정도로 아름다운 부분이었는데 오늘은 이걸 중점적으로 감상문을 써 보겠다. 이 파트는 일반적인 일기처럼 "오늘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엘리자베타의 의식의 흐름과 파편화된 기억을 그대로 쏟아내듯 서술한다. 주인공 울티모와 엘리자베타는 미국에서 피아노를 팔고 교습을 하며 함께 떠돌아다니는데, 작가는 두 사람의 대화나 서사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저 엘리자베타의 복잡한 내면, 울티모를 향한 어긋나고 어설픈 감정, 흘러가는 풍경들을 음악의 선율처럼 모호하게 읊조린다. 엘리자베타와 울티모는 서로를 깊이 갈망하면서도, 늘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긋나고 서툴다. 얼굴을 마주 보고는 도저히 꺼낼 수 없었던 두려움, 상처, 그리고 울티모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감정들을 엘리자베타는 일기라는 비밀 통로를 통해 고백한다. 직접 말하기엔 부끄럽거나 무겁지만, 일기장에 슬쩍 흘려두면 언젠가 울티모가 발견하고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줄지 모른다는 일종의 유서같은 기대감으로. 울티모는 평생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경주로(선)'라는 거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사는 남자였다. 그의 시선은 늘 자신이 가야 할 먼 길을 향해 있었고, 엘리자베타는 그의 곁에 있으면서도 늘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일기를 울티모가 읽어주길 바라고 쓰는데,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를 쓸 때조차 은연중에 '미래의 나' 혹은 '가상의 관객'을 상정하고 문장을 다듬고 그러는 거. 엘리자베타의 일기는 독자인 우리에게는 불친절한 수수께끼 같지만, 사실은 울티모라는 단 한 사람만을 향해 쓰인 아주 사적인 연서에 가깝다. 울티모가 그것을 읽고 미치도록 헤매기를, 혹은 자신을 영원히 기억하기를...반면, 울티모에게 있어 종이 위에 새기는 글자는 붙잡아두는 것이고, 멈춰 세우는 것이며, 박제하는 것. 그러므로 일기를 보기는 하지만 아무 대답도 남기지 않는다. 엘리자베타는 읽히기를 원하며 빽빽하게 썼고, 울티모는 전해지기를 원하며 철저하게 비워두었다. 만약 그가 "미안하다", "기다려달라", "사랑했다" 같은 한 줄을 남겼다면, 그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현실의 그럭저럭한 이별로 지워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울티모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를 영원히 미완성의 아름다운 선으로 보존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벗, 그러나, 

'영원히 미완성의 아름다운 선으로 보존하'는게 진짜 사랑일까. 여기서 예술가들이 수세기 동안 논쟁해 온 ‘예술적 영원함’과 ‘현실의 비루한 행복’ 사이의 갈등을 떠올릴지 않을 수 없다. 울티모처럼 완벽한 순간만을 박제하기 위해 침묵으로 떠나버리는 것은, 상대방에게 평생 마르지 않는 갈증과 상처를 남기는 행위이다. 남겨진 이에게 그 '아름다운 미완성'은 그저 잔인한 저주일 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울티모의 사랑은 지독하게 이기적이다. 결국 이 소설은 그 둘의 어긋남을 통해 "당신은 어떤 사랑을 믿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울티모의 방식은 영원히 썩지 않는 '조각상' 같은 사랑을 만드는 것이었고, 엘리자베타가 원했던 건 언젠가 시들더라도 지금 살아 숨 쉬는 '꽃' 같은 사랑이었다. 울티모의 방식은 '진짜 사랑'이라기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대하는 울티모만의 지독하고 외로운 종교'가 아니었을까. 그는 엘리자베타를 사랑했지만, 자신이 쫓는 완벽한 세계를 더 사랑했기에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례술가들이 문학적인 수사나 화려한 은유로 입을 털 때 쯤 정신 차리고 본질을 뜯어보면 사랑이란 이렇게나 단순하고 냉정하다ㅋ 진짜로 상대방을 내 목숨만큼, 내 전부만큼 사랑했다면 그 사람이 알아듣지도 못할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나 ‘완벽한 선’ 뒤로 숨지 않았을 것이다. 내 옆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두고 아스팔트 바닥에 대고 연애편지를 쓰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울티모에게 가장 소중했던 건 엘리자베타라는 한 인간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완벽한 세계'가 아니었을지. 그는 자기가 다칠까 봐, 혹은 자기가 구축한 순수한 예술 세계가 현실의 구질구질함에 오염될까 봐 겁을 낸 비겁한 완벽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엘리자베타를 사랑하긴 했지만, 그 사랑마저도 철저히 '내 안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한 재료로 써버린 셈이니까. 남겨진 엘리자베타의 그 외롭고 지지부진한 현실을 모른 척하면서...됐다 그만하자 남의 사랑에 내가 뭐라고 사실은 이제 그만 귀찮아져서ㅋ 여튼 <이런 이야기>는 세상의 소음과 전쟁의 상처 속에서, 평생 자기만의 완벽한 길(경주로)을 만들고 싶어 했던 한 찬란하게 외롭고 이기적인 남자의 이야기. 한 번은 부족하다. 두 번 세 번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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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0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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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단순히 '거대해진 생명체'에 대한 공포를 넘어, 성장이라는 불가역적인 진보와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가치관의 충돌을 다룬 날카로운 예언서다. 소설의 시작은 지극히 현대적인데, 베닝턴과 레드먼드라는 두 과학자가 생명체의 성장 과정을 연구하던 중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물질 '헤라클레오포비아'를 발명한다. 문제는 이 '양식'이 세상에 나온 방식이 매우 부주의했다는 점으로 관리인들의 나태함으로 인해 이 물질은 환경으로 유출되고, 거대해진 쥐, 말벌, 닭들이 인간 사회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의 지적 능력(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만, 그것을 관리할 윤리적·사회적 책임감은 여전히 미성숙함을 꼬집는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양식'을 받아들여 거인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면 그 양식을 독약이라 부르며 파괴하려 하는가? 오늘날 인공지능이나 유전자 편집처럼 인류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현대판 신들의 양식'을 마주한 우리에게, 100년도 더 된 이 소설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웅장한 스케일 속에서도 인간 심연의 옹졸함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수작. 주위의 기념일을 맞이한 지적인 아해들에게 선물도 많이 한 책이다. 봉투 끼워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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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4
줄리아 스트레이치 지음, 공보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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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스트레이치의 1932년작 소설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는 겉보기에 완벽한 결혼식 날, 그 이면에 일렁이는 인물들의 불안과 소외감을 날카롭게 포착한 모더니즘 소설의 숨겨진 명작이다. 작가는 인간의 위선과 사회적 관습을 풍자하면서도 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인상주의 회화처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의 배경인 영국의 3월은 강한 바람이 우짖으며 휘몰아치는 잿빛 날씨. 하지만 신부의 어머니인 대첨 부인은 끊임없이 "날씨가 참 아름답구나!"라고 외친다. 이 대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위선이다.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주인공, 확신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흘러간 과거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 찬 돌리는 결혼식 당일 아침,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채 방 안에서 홀로 독주 병나발을 불며 심란한 마음을 달랜다. 결혼식장에 모인 가족과 하객들의 모습은 영국의 전형적인 사교 문화를 보여주며 씁쓸한 미소를 자아낸다. 식을 완벽하게 치러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신부의 어머니, 그리고 진심 어린 축하보다는 의례적인 덕담만 주고받는 하객들의 대화는 겉치레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돌리의 엑스 남친 조셉이 하객으로 참석하면서, 전시장 같은 식장 내부에는 묘한 긴장감과 어색함이 감돈다. 인물들은 서로의 진짜 감정을 외면한 채, 사회적 역할극에 충실할 뿐이다. 작가는 자극적인 사건을 무대에 올리는 대신, 인물들의 미세한 몸짓, 시선 처리, 영혼 없는 대화의 틈새를 통해 인간의 위선과 찌질함을 조용히 폭로한다. 모두가 행복해야만 하는 '결혼식'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정작 주인공들은 소통하지 못한 채 각자의 섬에 갇혀 뚝딱거린다. 이 작품은 인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에 찾아오는 개인의 고독과 혼란을 영국식의 절제된 유머로 그려낸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삐걱거리는 인간의 내면을 날씨라는 거울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선명하게 비추는 수작으로 소설을 덮고 나면, 맑은 하늘을 보면서도 "정말 오늘 날씨가 쾌적한가?"라고 자문하게 만드는 묘한 여운이 남는다.



PS. 번외로 결혼식에 엑스 남친이 찾아오는 진상짓에 대해 아울러 의사소통 능력 마이너스인 두 F가 만나 온 우주의 타이밍을 비껴가는 대환장 감정 낭비극에 대해 쌉T의 시선으로 잠깐 생각해 봄ㅋ 먼저 전 남친 조셉. 결혼을 엎을 대담함도 없으면서 굳이 남의 경사에 기어들어 와 구석에서 어두운 아우라로 낄끼빠빠를 모르고 분위기 10창 내고 있음. 왜 왔냐고 묻거든 그냥 이라 답하지요 목적 의식 제로 뚝딱이. 신부 돌리도 만만찮다. 새 남편과 계약(합의)서 도장 찍기 직전인데, 전 남친 얼굴 봤다고 드레스 뻗쳐 입고 방구석에서 병나발을 불며 멘탈 털려서 울고 불고 난리 부르스. 진작 결단 내리지 못하고 왜 이제 와서 날 떠나지 마 날 보내지 마 서로 이러고 있는지 도저히 나는 이해 불가라 이 부분에서 밤고구마 오백개 처묵했셈ㅋㅋ 과거에 시원하게 웃짱 까고ㅋㅋㅋ 팩트로 대화했으면 끝날 일을, 끝까지 아련한 눈빛으로 ‘내 마음을 맞춰봐’ 텔레파시만 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게 뭔 주접들이야... 여튼 그래서 제 총평은요, 아휴 저러니까 헤어졌지..오늘 뷔페니, 코스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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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 각자의 현실 너머, 서로를 잇는 정치를 향하여
권성민 지음 / 돌고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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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장막 뒤에서 타인의 고통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치의 본질임을 깨닫게 한다. '정치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한데,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안고도 어떻게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 따뜻하면서도 날카롭다. 정치(좌파와 우파) 외에도 계급(부유와 서민),젠더(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개방성(전통과 개방)의 주요 쟁점에 다가서며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 사안들에 조금 더 폭넓은 각도의 해석을 시도하면서 그 복잡함 속에서 서로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틈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 또한 눈여겨 볼 포인트. 상대방의 입장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형성된 배경과 맥락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흥미롭다. 위선도 없는 세상에서 그나마 위선을 떨어서라도 예의를 지키고 서로의 다름을 견뎌내며 차선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임을 깨닫게 하는 통찰력 넘치는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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