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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수플레가 무엇일까?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알았다.
오븐에서 바로 꺼냈을때 부풀어 있다가 조금식으며 가라앉는 디저트빵이다.
책속에서는 참 만들기 어려운 빵으로 나오는데 지식검색을 하니 많은 블로거들이 만들어
공유를 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잘해..
달걀흰자를 거품을 낸 것에 그 밖의 재료를 섞어서 부풀려, 오븐에 구워낸 요리 또는 과자. 수플레란 ‘부풀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이다. 슈(chou) 껍질에 거품을 낸 난백을 섞은 슈 재료, 걸쭉한 커스터드크림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크림 재료, 되직한 베샤멜소스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베샤멜 재료, 설탕조림을 한 과일을 체로 걸러낸 것에 거품을 낸 달걀흰자를 섞은 푸르트 재료 등의 4가지 재료가 기본이다. 초콜릿 · 바닐라 · 커피 등을 넣어 여러 종류의 수플레를 만들 수 있다. 수플레는 식으면 부푼 것이 쭈그러들므로 구워낸 즉시 따뜻할 때 내야 한다.
라고 네이버 사전 검색을 하니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향긋한 디저트의 달콤한 맛이 나는 책일거라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오래끓은 사골같은 맛이 나는 책이였다.
책장을 덮은 후 오랫동안 감정을 추스릴수가 없었다.
아팠고, 슬펐고, 공감이 갔다.
외면당한 여자(릴리아)와 사랑을 잃은 남자(마크)와 삶에 지친 여자(페르다)의 이야기이다.
세 나라 세 도시의 부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세 주인공들은 단 한번도 만나지 않는다. 단 한페이지에서 친절한 설명을 하기전까지
왜 이 세사람의 이야기가 각각 따로 전개되는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153쪽
그러다 책꽂이에 등을 돌리기 전에 어떤 책의 표지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그날 세상 어딘가에서 어떤 지친 여자와 한 슬픈 남자가 같은 책으로 손을 뻗은 걸
모른 채 망설임 없이 그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책의 제목은 <수플레>였다.
아...그제야 왜 세사람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얼핏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긴 이 세사람의 이야기는 모두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부엌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릴리아.
필리핀계 미녀 화가였으나 결혼한 뒤 두아이를 입양하여 키우며 남편과 아이들에게 헌신했다.
그러나 남편은 사랑을 주지 않고 자식들은 비난과 멸시로 몰아세우기만 할 뿐 가족에게 회면당하고 만다.
남편이 원하는대로 조용히 자신을 숨기며 살아왔다.
입양한 두 아이에게 어릴적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 엄마라고 부르지말고 릴리아라고 시킨것을 이제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두 아이는 부모로 대해주기는 커녕 자신들을 입양해서 많은 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남편은 쓰러지고 혼자서 화장실조차 가지못하게 되었다.
릴리아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큰집을 하숙생을 받으며 남편이 평생 싫어했던 음식냄새를 풍기며 활기를 찾으려고 하지만....
하숙생중 나이어린 플라비오에게 사랑을 느낀다.
135쪽
그에 대한 릴리아의 관심을 처음에는 안주인이 하는 평범한 행동으로 역ㅆ지만 이제는 무시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함께 저녁을 먹었던 그날 밤에 특히 분명하게 보였다. 그에 대한 릴리아의 애정이 짜증스러울 정도이거나 호들갑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편했다.
136쪽
....릴리아가 대단한 여자란 건 확실했다. 그리고 젊었을 때 아주 아름다웠을거라는 것도 보였다.
다만 그녀는 이 세상에 너무 일찍 왔다....
......차표 검사가 있었다. 통로 옆에 앉아 있던 플라비오가 두 여자가 지갑을 꺼내려는 걸 막고 차장에게 40달러를 줬다. 플라비오는 잔돈으로 1달러만 받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차장이 10달러 25샌트를 거슬러주자 그가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노부인께서 할인받을 수 있는 연세라서요. 그렇지 않나요?"......플라비오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왜 자기가 이 노부인과 사귀고 있는 것 같은 수치스러운 기분이 드는지 이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바로 그런 기분이었다......
릴리아는 사랑의 마음을 접지만 그 상처는 매우 컸다.
설상가상 생일날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생일날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옮기는데 도와달라는 전화에 여전히 쌀쌀맞고 차갑게 구는 아들에게 다시는 전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며 단 한푼도 너희에게 주지 않을거라고 말하며 끊는다. 다음날 변호사를 찾아가 유언장을 조정하려고 하는데 변호사는 이미 십수년전에 공동재산에서 릴리아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사인을 했다며 이혼시 단 한푼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남편이 벌써 릴리아를 속이고 사인을 받았던 것이다.
릴리아가 멋지게 사랑에 성공한다거나 남편에게 기가막히게 복수를 했다며 책을 덮은후 후련했을텐데 그러지 못했기에 마음 한구석에 계속 릴리아가 남아있는것 같다.
하긴 그런 드라마같은 복수는 진짜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법, 현실에서는 릴리아와 같았을것이기에 더 공감이 되고 아쉬움이 남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마크.
우주의 중심이였던 아내 클라라를 잃고 슬픔의 수령에 바진다.
아내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부엌에서 더는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아내를 잃은 상실감이 책 밖에 있는 나에게까지 전달되어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상냥하고 친절했던 클라라덕분에 마크의 주변에는 마크와 직접얘기는 해보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크를 살펴주고 돌봐주려고 애쓴다. 마크도 그 모든것들이 클라라덕분임을 알고 클라라와 사는동안 마크 자신의 친구도 없고 마크 스스로 했던일들이 없었음을 깨닫는다. 슬픔을 이겨내며 스스로 음식을 해보려는 마크는 이미 클라라의 손떼묻은 주방용품을 만질 용기가 나지 않아 모조리 싼값에 팔아버리고 하나씩 하나씩 새로 구입한다. 백화점에서 상냥히 설명해주는 사비나를 알게 된다. 새로운사랑일까? 아니다. 사비나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비나는 마크에게 아주 뜻깊은 사람이 된다. 마크가 클라라를 통하지 않고 사귄 첫 친구이기 때문이다.
258쪽
오데트-클라라와 친했던 친구, 마크보다 클라라와 더 가까웠다고 믿는 친구-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 들면서 미심쩍은 눈빛으로 마크를 보며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아뇨, 내가 만들어 먹어요."
오데트는 방금 들을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마크의 새 여자 친구가 요리를 맡은 게 분명했다. 그녀는 마크가 설탕과 소금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어느새 마음속에서 격노가 치밀고 있었다......
"음.. 아주 간단한 요리들이에요. 우리 어머니들이 하던 그런 요리죠. 대부분 아주 형편없지만 가끔은 그럭저럭 괜찮을 때도 있어요."
오데트는 분노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솟구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마크의 왼쪽 엄지에 일회용 반창고가 붙어 있는 걸 봤다. 그녀는 그 엄지에 손을 대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오대트는 울음을 터트렸다. 마크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수그려 테이블에 이마를 댄 채 그녀는 하염없이 울었다. 이 남자는 어린 소년이나 다름없지만 혼자서 고통을 감당하길 원하고 있다. 오데트는 그가 다른 여자의 품에서 상처를 치유할 거라고 오해했다. 대신 마크는 클라라가 남기고 간 공허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또 다시 클라라와 관련된 것에 의지한 것이다. 마크가 선택한 새로운 삶에는 사적인 고독이 서려 있었다. 사람들이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하는 그런 고독.....
몇해 있으면 나도 곧 불혹의 나이가 된다. 여전히 나는 20대였던 나인것 같고 나는 그대로일뿐 아이들만 자라는것 같았다. 매일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여전히 전화로 수다를 떠는 나는 어느새 수다의 내용이 인생의 고독이라는 사실에 놀랄때가 있다. 인생의 무게..고민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이 수프레를 맛보는 순간 그것들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챌 수 있었다.
릴리아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마크의 이야기는 새로운 희망으로 마무리 된다.
363~364쪽
"안녕, 마크. 오데트에요....뭐 필요한게 있나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부탁했던 것처럼 실비와 수잔에게 오늘 저녁식사에 당신이 새 친구를 초대했지만 그녀와 사귀는 건 아니라고 말했어요. 당신의 사생활은 우리가 관심을 가질 일은 아니지만 알려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그 점을 알아줬으면 해서 말해요. 우리 모두 저녁 사비나를 만나길 고대하고 있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 안녕!"
마크는 클라라가 항상 그랬듯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클라라로 인해 생긴 인연이 클라라가 죽으며 사라질 줄 알았지만 클라라에게 보여주었던 신의를 마크에게 전해주며 또한 마크가 사귄 친구도 더불어 함께 파티를 즐기게 된다. 그 모든 음식은 마크가 하며....
또 한가지 인상깊었던 장면은 마크가 처음으로 마트에서 장을 잔뜩봐와서 짐을 한번에 옮길 수 없을때.. 마크는 이웃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말을 건네주지 않길 바랬다. 클라라가 떠올라서였다. 근데 이웃은 아무말없이 마크의 짐을 들고 조용히 마크집앞까지 가져다주고 또 아무말없이 돌아갔다. 그런 이웃에게 마크는 고맙다며 먼저 손을 내밀었고 아무말없이 그 손을 꽉 잡아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읽는 내게도 그 위로가 얼마나 힘이 되고 따뜻했을지 느낄수 있었던 부분이였다.
페르다
허언증에 경박하기 이를 데 없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서둘러 결혼했다. 부엌을 엄마의 품이라 여기며 살고있는데 엄마가 다치면서 집으로 모셔오게 된다. 점점 괴팍해지는 엄마 때문에 모든게 엉망이 되고 있는데 엄마는 치매까지 걸린다. 페르다에게는 그래도 힘이 되어주는 남편과 곁에서 다정하게 사는 아들과 먼 파리에 사는 딸이 있다. 딸과의 전화통화는 더할나위없는 기쁨이다.
매일 엄마의 병수발을 하고 정신을 잃을때는 욕설을 감당해내야 한다. 결국 한계에 다다른 그녀는 차마 해서는 안 될 생각에까지 이르고 만다.. 딸과의 통화를 위해 수면제를 먹인다거나 딸의 출산을 지켜보러가기위해 엄마가 언제쯤 죽나를 기다리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페르다는 그리 못된 딸이 아니다. 엄마를 모시기를 거부하는 남동생을 이해하며 곁에 모시고 있다가 엄마가 다치자마자 바로 모시고 오는 딸이였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퇴근길에 플라스틱통에 담아주어 배곪게 하지않고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다정한 엄마이며, 손녀딸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손녀딸이 당신의 엄마로 인해 상처받을까 걱정되어서 집에도 못오게 하는 세심한 할머니이다.
356쪽
페르다는 미장원에 갈 시간을 내는 건 고사하고 이제 손주들과 보낼 시간조차 없었다. 반면 네시베 부인은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알아차렸다. 딸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계속 변죽만 울렸다. 그러다 마침내 방법을 찾아냈다.
"페르다. 모든 게 다 미안하구나.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이 다 미안해. 부디 용서래다오.
애야, 정신이 흐릿해지면 나도 더 이상 내가 누군지 모른단다....내가 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제발 용서해주렴."
그 순간 페르다의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마침내 풀렸다. 몇 달 동안 쌓여 있던 모든 감정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울음이 터졌다. 이 귀중한 순간들은 곧 끝날 것이고 엄마는 또다시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그녀의 엄마는 페르다를 보고 그녀가 용서했다는 걸 알았차렸다. 이런 순간엔 말이 필요 없었다. 네시베 부인은 딸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잡았다. 할 수 있는 한 아주 꽉 잡았다. 그리고 페르다가 실컷 울게 놔뒀다.....
마음이 먹먹해지는 페르다의 이야기이다. 페르다가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가고 페르다가 가졌던 생각이 죄책감이 드는 행동이였지만 보는 내내 공감이 갔었다.
릴리아는 끝끝내 수플레를 성공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마크는 저렇게 어려운 요리책을 왜 샀을까 하며 다신 열어보지 않았다. 요리실력이 늘면 읽겠다며..
근데 페르다는 수플레를 맛있게 만들어 딸에게 먹인다. 임신한 딸이 잠깐 잠이 든 사이에 오븐에 수플레를 올려놓고 깰쯤 구수한 냄새가 나서 기분좋게 해주며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는 끝끝내 만들지 못한 수플레.. 누구는 다음으로 미루는 수플레..
누구는 성공적으로 만드는 수플레...
나는 과연 맛있게 부풀어 오르게 만들수 있을까?
내 인생에 수플레를....
아마도 오랫동안 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책이다.
순간순간 읽었던 장면을 떠올리며 공감을 할것같고, 되새기며 생각에 생각을 하게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