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멈춘 날
월리 램 지음, 박산호 옮김 / 리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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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쓴 리뷰입니다>


총 550페이지의 아주 두툼한 책이지만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자

읽고 나서 오래도록 여운이 남은 책, '강물이 멈춘 날'

처음엔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세 번이나 선정된 작가라는 말에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처음 이야기가 시작될 부분에서는 예전에 한 다리 건너 지인에게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어요.

아이가 아주 어려서 부인이 안고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있었고 남편이 운전을 하는데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아내와 남편은 안전벨트 덕분에 간신히 살았지만 아이는 튕겨져 나갔고...

그 남편의 졸음운전 탓이었기에 지인이 아는 그 부부는 결국 이혼을 택했다는 얘기.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안타까워했었던 기억이 '강물이 멈춘 날'을 읽을 때 떠올랐어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에서도 아이만 혼자 있는 집에 들이닥친 강도.

아이는 희생당하고 부부는 서로를 마주하면 아이가 떠오른다며 헤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강물이 멈춘 날'도 이와 비슷한 내용일까 짐작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강물이 멈춘 날은 제목에서도 살짝 예상할 수 있듯 '무언가' 멈춰버린 이야기이고

그 '무언가'는 크게 가슴을 때리는 이야기였어요.



강물이 멈춘 날

월리 램

리프



실직한 '나' 코비는 메이지와 니코 두 쌍둥이의 주 양육자가 되었고 아내 에밀리는 학교 교사.

이른 아침 아이들과 에밀리의 식사를 준비하기 전 '나'는 아티반(항불안제)을 한 알 삼키고

독한 캡틴 모건 럼을 두어 번 따라 마십니다.

'나'가 마시는 맥주량을 에밀리가 체크하는 건 알지만 그녀가 낮에 독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건

모를 거라 안심하며 한편으로 알코올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또 신경 안정용으로 처방받은 약을 더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에밀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히 컸으며 언제나 그녀와 '나'와의 관계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그 선택을 '지켜왔다'라는 글에서 '지켜왔다'만 글씨체가 달라서 인쇄가 잘못된 건가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글씨가 복선이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구직 활동을 해야 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아이를 장모님께 맡긴 후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던 '나'

아이를 맡기기 위해 출발하기 직전 빠진 물건을 챙기러 간 '나'는 다시 돌아와 차에 올라타고

아이들이 모두 뒷좌석에 앉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출발해요.

하지만 벨트를 채우지 않은 니코는 밖으로 나와 개미들을 보고 있었고 후진 기어를 넣은

'나'는 그만 니코를 차로 치고 맙니다.



사고 당시 코비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났었다고 증언한 경사.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독한 술을 마시고 아침에 아티반을 먹은 코비는 혈액 검사를 해야 하고

결국 감옥에 가게 됩니다.

아내 에밀리는 용서할 수 없다고 코비에게 말하고...

그 마음, 아이를 셋이나 키우고 있기에 더더욱 와닿아 그녀를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감옥에 수감된 코비, 이제 이야기는 그의 감옥 생활로 이어집니다.

딸과 함께 면회를 온 에밀리에게 함부로 대한 교도관에게 대든 코비.

이로 인해 그의 수감생활은 걷잡을 수 없게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수감생활을 한 매니가 코비의 남은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에밀리를 만나요.


에밀리와 코비 사이에 멈춰버린 시간, 용서..

만약 코비가 약물과 독한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둘의 사이는 달라졌을까?

코비가 음주 운전 후 실직한 상황이 아니어서 부부 사이가 좋았었다면 용서가 이루어졌을까?

아들 니코가 죽기 전부터 삐긋거리던 사이여서 니코의 죽음이 그들을 예전으로 되돌릴 수가 없었던 걸까?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강물이 멈춘 날'은

단순하게 슬픈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삶이 한순간 망가져버린 사람이 견디는 삶의 무게를 말하고,

용서를 미루고 미루다 용서할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의 눈물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미워하며 후회로 가득한 삶은 힘들게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꽁꽁 언 강물은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강물 아래에는 조금씩 흐르듯

어쩌면 토비와 에밀리에게 삶이 힘겹게 멈춰버린 것 같았지만 사실은 조금씩 흘렀던 게 아닐까 싶어요.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이에요.

"안녕, 동생아." 아이가 말한다.

니코가 아닌 새로 생긴 동생에게 인사를 건네는 메이지의 말이 상실을 견디며 살아간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같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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