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에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
빨리 안 가시면 돌보는 나도 힘들다고 가벼운 농담이었다며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 간이치.
그런 아들에게 잘했다고 말합니다.
아들이 평소처럼 행동한 덕분에 간조씨는 평소처럼
안심하고 잠든 채 가셨을 거라 말하는 데쓰로.
"이렇게 평온하게 가시는 분은 드물어요.
만약 아들이 평소와 달리 마음을 쓰거나
몹시 다정한 말을 했다면 오히려 불안해하셨을지 몰라요.
하지만 아들이 늘 하던 대로 했기에
자연스럽게 떠나실 수 있었을 거예요.
평소 간병하느라 무척 힘드셨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p136
이런 데쓰로의 말에 갑자기 눈물이 쏟으며...
"사실은 정말 힘들었어요.
식사 준비도, 지저귀 교환도, 가호 서비스에 데려가는 것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건
항상 웃으면서 제 넋두리를 들어준 선생님과 간호사분들덕분이에요." p137
데쓰로는 아무 말 없이 두 손으로 그의 손을 감싸 쥐으며 위로해주는데
힘들게 간병했던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준
데쓰로가 정말 참 의사선생님이구나 싶어.. 저도 뭉클..해졌답니다.
병이 낫지 않더라도, 설령 남은 시간이 짧더라도
사람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데쓰로의 철학이라는 말에
미나미는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묻습니다.
"실제로 본 적이 있거든.
젊은 나이에 난치병을 앓은 여성이 있었어.
어린 자식을 남겨 두고 몇 년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끝내
웃음을 잃지 않았지.
일찍 남편을 잃은 데다 이번에는 자신마저 난치병에 걸렸는데도 말야.
아무리 생각해도 비참한 인생 같아 보이는데
기억을 더듬으면 웃는 얼굴만 떠올라." p142
데쓰로의 동생 이야기이죠.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p142
이런 데쓰로를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미나미.
미나미에게 데쓰로가 있는 하라다병원을 권유한 하나가키는
내시경을 배우라는 목적에서였지만
내시경 기술을 고집하는 신출내기 의사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