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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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쓴 리뷰입니다>



Psychologie des foules

군중심리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귀스타브 르 봉



 

이 책은 프랑스 파리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간 신문 '르몽드'에서

'세상을 바꾼 20권의 책'으로 선정한 고전이라고 해요.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라는 제목과 함께

'세상을 바꾼 20권의 책'이라는 소개하는 말에 강한 이끌림을 느꼈습니다.

고등 아이 역시 제가 읽고 있는 이 책 제목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는지

학교에 가져가서 읽어봐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그래. 이런 교양도 쌓아봐야지..라며 건넸고

며칠 후 엄마도 어서 읽고 이야기 나누어봤으면 좋겠다더군요.

너.. 이과야.. 엄마도 이과야..

우리 토론은 말자...라고 하니

엄마 T야?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를 모두 읽고 나니

훌륭한 인문학 강의를 들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군중 심리를 무섭도록 치밀하게 묘파한 귀스타브 르 봉은

스스로 '대중 사회의 마키아벨리'가 되었다"라고 프랑스 사회심리학자가

평했다고 합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라고 말한

그의 정치 철학을 떠올리며 과연 귀스타브 르 봉은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해 보며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의사였던 귀스타브 르 봉은 의료 현장보다는 의학 관련 연구와

집필 활동에 매진하다가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의 군의관으로 참전.

이때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며 인간 심리에 관한

글을 써서 호평을 받았다고 해요.

1871년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 정부가 공화정을 폐지하고

군주제로 돌아갈 움직임을 보이자 분노한 시민들이 선거를 치러

파리코믠을 세우는 걸 보고 겪으며

르 봉은 군중 심리에 관한 연구를 계획했다고 합니다.

1895년에 발표한 <군중심리>는 출간 1년 만에

19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을미사변을 겪고 있던 그때에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가

19개 언어로 번역이 되고 주목을 받았다니...




주석도 잘되어 있고, 사진 자료에 부가 설명까지 잘해주고 있어서

재밌게 읽었답니다.

한 장의 사진과 흑인 폭동이 LA 폭동으로 그리고 루프탑 코리안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는 설명,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 고야가 그린 프랑스군에 의해 총살당하는 스페인 주민을 표현한 그림은

나폴레옹 전쟁과 그의 학살을 설명해 주고

이폴리프 아돌프 텐이라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의 초상화와 그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데

귀스타브 르 봉은 이폴리트 텐을 어느 부분에서는 비판하면서도

그의 저작에서 많은 내용을 인용했다고 해요.

저는 중간중간 그림, 사진 자료도 무척 흥미롭게 그리고 꼼꼼하게 보았답니다.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는 모두 세 개의 part로 나누어져 있어요.

part 1. 독립된 개인과 군중 속 개인의 의식은 어떻게 다른가?

: 군중의 정신 구조

part 2. 군중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누군가의 생각을 따를 뿐이다.

: 군중의 견해와 신념

part 3. 노동자들은 왜 같은 노동자 출신의 선거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않는가?

: 다양한 군중 범주의 분류와 정의

part의 소제목들도 무척 흥미롭지 않나요?



P46 ~ 47

군중에 속한 개인은 생활 환경과 직업, 지적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독립된 개인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따라서 군중은 구성원 개개인의 평균값이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이질적인 요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유기체와 같다.

군중 속에서 개인이 상실되는 현상은 의식적인 행위나 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에서 비롯된다.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의 대령이었어요.

아이히만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중 국적자로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았답니다.

나치당에 가입한 뒤 승승장구한 그는 강제 수용소에

억압된 유대인을 처형하는 일에 관여했고, 독일이 패망하자

신분을 감추고 살았으나 이스라엘 모사드에 체포되어

이스라엘로 압송되어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해요.

아이히만은 재판을 받는 동안 자신은 그저 일상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변론을 거듭했다고 해요.

그의 이런 태도는 유대인 철학자에 의해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으로 정립되었습니다.

아이히만의 사례는 그저 한 개인으로서는 그다지 악하지도 않고

병범했을 사람이 군중에 속하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해요.



이어지는 이야기들 또한 무척 흥미로워 단숨에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군중의 특징 중 '군중의 피암시성과 경신'은 한데 결집한 사람들 사이에서

암시의 전파력이 어느 정도인지, 군중에서 감정의 편향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어요.

그에 다양한 예가 제시되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해 드릴게요.

센 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두 소녀가 있었다.

이 두 소녀는 목격자 열두어 명의 의해 이미 신원이 명확히 밝혀졌다.

목격자들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했디에 예심 판사는 일말의 의심 없이

사망 진단서를 발부했다.

하지만 시체를 매장하려는 순간, 공교롭게도 익사체로 추정되었던

그 소녀들이 분명히 살아 있으며 심지어 익사체로 발견된 소녀들과

전혀 닮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각의 희생양이 된 첫 번째 목격자의 확언이 다른 모든 이들을 암시에 빠뜨린 경우다.

그렇게 생겨난 착각은 확증을 위한 씨앗이 되어 지성과 사고력의 영역에

침투하였고 비판력과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그러면 관찰자는 더 이상 대상 그 자체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만 보게 된다.

읽는 내내 너무 재밌고 흥미로워서 빠져들게 하는 <군중심리>

나는 이렇지 않아!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저 또한 군중이 되면

이 책에 나와있는 그대로... 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도서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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