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ㅣ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삼국유사
<아르테>
삼국유사의 저자는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 노래에도 등장하는 '일연'이에요.
일연(1206 ~ 1289)은 고려 후기의 승려로서 1283년 국사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인물로
'삼국유사'의 편찬자로 유명하지요.
일연은 여러 지역의 절에 머물면서 그 절의 오래된 기록이나
해당 지역의 옛날이야기 등을 몇 차례 접했는데 한번 듣고 끝내지 않고
모아서 후대에 남길 일이라 판단해 '삼국유사'로 남겼다고 해요.
<삼국사기>를 비롯한 기존의 역사 책들이 놓쳤던 신성한 환상성을 보완한다는 뜻도 있고
일연 덕분에 고대 한국에 대하여 다채로운 시선을 지니게 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해요.
1편 기이, 정치 현실과 신성한 환상 (상)
2편 기이, 정치 현실과 신성한 환상 (하)
3편 흥법, 불교의 전래
4편 탑상, 탑과 불상
5편 의해, 불교의 뜻
6편 신주, 밀교의 신통력
7편, 감통, 여러 세상의 공감과 소통
8편 피은, 숨은 은자들
9편 효선, 효도와 선행의 실천
438 페이지에 달하는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라 아이들 시험기간에 옆자리를 지키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중3인 큰아이가 내일 시험이 끝나는데 끝나자마자 읽어보고 싶다며
기대하고 있는 책이에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고, 새로 알게 된 이야기도 있는
재미있는 우리나라의 예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답니다.

어릴 적에 재미나게 읽었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전래동화를 기억하시나요?
신라의 48대 경문왕의 이야기예요.
경문왕이 화랑일 때 47대 헌안왕이 응렴(경문왕)을 불러
화랑이 되어 세상을 유람했을 때 특이한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요.
"소신은 아름다운 행실 셋을 보았나이다."
"그 얘기 좀 들려주시구려."
"첫째, 남보다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아랫자리에 앉는 겸손한 사람입니다.
둘째, 부유하지만 옷차림이 검소한 사람입니다.
셋째, 본디 귀한 세도가면서도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 말을 듣고 왕이
"짐에게 딸이 둘 있는데 하나를 그대에게 시집보내야겠소."라고 말을 하자
응렴은 기뻐하며 부모님과 가족회의를 열어요.
첫째 공주는 못생겼고, 둘째 공주는 아름다우니 둘째 공주에게 장가를 가야겠다고 하자
응렴의 낭도중의 우두머리였던 흥륜사 승려가 이 소식을 듣고
응렴의 집에 찾아와 이야기합니다.
"두 공주중 누구와 혼인하시렵니까?"
"양친께서 둘째 공주로 하라십니다."
"둘째 공주와 혼인하신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죽으렵니다.
언니 공주에게 장가드세요.
그럼 세 가지 아름다운 일이 있을 테니, 잘 생각해 보십시오."
"시키는 대로 할게요."
응렴은 왕을 찾아가 첫째 공주와 혼인한다고 뜻을 전합니다.
그런데 석 달 후 헌안왕의 병이 깊어져 왕위를 응렴에게 계승하도록 해요.
홍륜사 승려 범교가 찾아와
"말씀드린 세 가지 아름다운 일이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첫째, 언니 공주와 혼인한 덕분에 왕이 되셨습니다.
둘째, 예전에 좋아하셨던 둘째 공주님과 맺어지시기 쉬워졌습니다.
셋째, 언니 공주를 선택하셨으므로 선왕 내외께서 아주 기뻐하셨습니다."
이에 경문왕은 범교에게 큰 스님의 칭호를 내리고 포상했다고 해요.
여기서부터 우리가 전래 동화로 접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즉위하자마자 경문왕의 귀가 갑자기 당나귀처럼 길어졌는데
관모를 만드는 이가 평생토록 남에게 말하지 않다가 죽을 무렵
서라벌 들어오는 길목의 도림사 대나무숲 인적 없는 곳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대요.
그러자 그 후부터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소리를 내었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경문왕이 꺼려서 대나무를 베고 산수유를 심게 했더니
바람이 불면 "임금님 귀 길다."라는 소리를 내었다고 해요.

읽다 보면 빠져드는 옛이야기들.
역사를 기록한 <삼국사기>와는 다른
호랑이와 사랑했던 김현, 구름 탄 낭지와 보현보살의 나무, 용을 굴복시킨 혜통 등등
<삼국유사>에서는 다른 세상에서 온
귀신도 나오고 도깨비도 나와 읽는데 지루할 틈이 없어요.

이 책은 다른 번역서들처럼 정확한 번역을 앞세우기보다
잘 읽히는 번역을 추구했다고 해요.
<삼국유사>에 생략된 문장성분이나 정보의 누락 등이 곳곳에 있으므로
정확한 번역보다는 생략되거나 누락된 부분마다 고딕체로 눈에 띄게 표시하여 되살리고
추가 설명이 꼭 필요할 때는 해설 단락을 추가했어요.
원문의 '지금도'라는 표현은 모두 '고려 후기에는'이라고 고쳐서
헷갈리지 않도록 고쳤고 대화 역시 성격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금씩 말투를 바꾸려는 시도를 한
arte의 <삼국유사>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