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공화국
10월 3일.
아이들은 공부할 문제집들과 태블릿을 챙기고
옆지기는 노트북.
그리고 나는 <반짝반짝 공화국>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북한강이 내다보이는
이디야카페로~
실외에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만
추위와 모기가 싫은 관계로
안쪽에 책상자리에 쪼르륵~나란히 앉아
각자 문제집에, 업무에, 책에.. 빠져들었다.
좋아하는 작가 오가와 이토의
소설이라 잔뜩 기대한 <반짝반짝 공화국>.
다 읽고 난 뒤
난 그 감동에 물들게 되었다.
봄- 쑥 경단
여름 - 이탈리안 젤라또
가을 -무카고밥
겨울 - 머위 된장.
책을 다 읽은 후에
난 이상하게도 요리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남은 밥으로
꼭!! 주먹밥을 만들어 놓고
다음 날 아이들 간식으로 줘야지!!
주먹밥에 들어갈 몇가지 반찬도 떠올랐다.
요리책이 아닌데도
가족을 위해. 사랑을 담아
포포짱처럼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토코(포포짱)는 에도시대부터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온 츠바키 문구점의 십일대 대필가이다.
아픔이 있는 미츠로와 결혼을 하면서 큐피를 딸로 받아들이며 함께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주이다.
그리고
대필가로서 대신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으며 대필을 해주는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혼인신고를 한 뒤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결혼 한 소식을 전하려는 하토코, 미쯔로, 큐피.
"이 봄에 저희는 가족이 됐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셋이서 바다로 나아가겠습니다.
부디 따듯한 눈으로 지켜봐주세요."
노오란 편지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우표를 붙이고 보낸다.
아..갑자기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연하장을 써서 보내곤 했었는데...
올해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서 보내봐야겠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주 예의바른 소년 다카히코.
다카히코는 엄마에게 보낼 편지를 대신 써달라며 하토코를 찾아왔다.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좋아요."
아... 우리 아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하토코는 도와줄테니 직접 편지를 쓰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타카히코가 직접 쓴 글씨가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며칠 뒤 다시 찾아온 다카히코는
하토코에게
"이거, 받아주세요."
라며 진달래 가지를 하나 내민다.
"집 마당에 피어 있었어요. 냄새로 알았어요."
초등학교 6학년인 다카히코의 세심함이 부러운 나는 아들셋 엄마...
편지지를 하나 고르는 것도 참 멋지다.
"저희 집은 네 식구여서 새는 네 마리가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새가 세 마리밖에 없어서 여동생이 삐칠지도 모르니까.
등산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이 편지지가 좋겠어요."
엄마에게.
언제나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기뻐요.
엄마, 앞으로는 산에
많이 올라가세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나는 내년에 중학생이에요.
빰에 뽀뽀는
졸업하고 싶어요.
다카히코 드림.
어머낫!! 실제로 다카히코가 썼을 것 같다.
삐뚤빼뚤한 히라가나와 한자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가마쿠라 안내도"이다.
찾아가면 진짜가 눈앞에 펼쳐질것만 같다.
정말 츠바키 문구점이 있을 것만 같다.
제법 두꺼운 <반짝반짝 공화국>
더.. 두꺼워도 좋았을텐데... 책을 덮기가 무척 아쉬웠다.
"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주문을 외워봐!
마음의 어둠속에 별이 점점 늘어나
예쁜 별 하늘이 펼쳐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