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임신테스트를 마치고 나와보니
옆지기가 뉴스를 보고 있었다.
텔레비젼속에는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고 있었다.
뱃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기쁨도 잊고
불타는 숭례문을 안타깝게 바라봤던 그 때.
그리고 나서 우리는
뱃속아이의 태명을 "숭례"라고 지었다.
숭례야. 숭례야..는 점차 쑥내야 쑥내야가 되었고
11살이 된 아이가
어느날, 자기 별명이 쑥내라는게 너무 싫다고 했다.
"너의 별명은 쑥내가 아니라 숭례야.
국보 1호.. 너는 우리집 가보 1호.
아빠가 장난스럽게 쑥내쑥내 한거지.
사실은 숭례야~"
그 의미를 알고나서부터
숭례, 쑥내.. 이 별명을 무척 좋아한다.
아니 각별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 수업을 끝낸 후.
집에 와서
개암나무의 <조선을 품은 대문>. 책을 보자마자
"아~ 내 책이네~"
"형.. 형아 책이다~"
<조선을 품은 대문>은 숭례문이 들려주는 조선시대의 이야기이다.
글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바로 "숭례문"인것이다.
"엄마, 중국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방문할 때 숭례문을 통과해서 들어왔는데
일본사람들은 다른 문을 이용해야 했대요."
"엄마,엄마. 우리가 경복궁에서 봤던 어처구니가
숭례문에는 짝수로 놓여져 있었대요.
원래 홀수잖아요?
그게 복원되면서 어처구니의 수를 바로잡았대요~"
어처구니. 잡상을 말한다.
경복궁에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궁내에 잡다한 귀신,도깨비들이 얼씬 못하게 막아준것이
바로 잡상. 어처구니의 역할이라고
지난해 경복궁 역사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쑥내는 무척 재미있어 했다.


84쪽.
적지 않은 분량이다.
1학년인 막내에게는 많은 분량이지만
4,5학년인 큰아이들에게는 한호흡에 읽을 만한 분량이다.
<한국사 그림책>이라고 책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그림이 많이 삽입되어 있다.
유아들 그림책과는 다르다.
단순하지 않은 그림들이다.
그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조선을 품은 대문>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면서 부터..
조선인들의 삶의 모습이나
수치스러운 전쟁과 아픔들을
숭례문이 보고 느낀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
숭례문, 흥인지문.. 이 두 이름밖에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한양에는 네 개의 대문인 사대문과 네 개의 작은 문인 사소문이 있다.
태조 임금께서
동, 서, 남쪽 대문에 차례대로 "인", "의", "예" 자를 넣어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이라 이름짓고
산속에 있어서 거의 이용하지 않는 북쪽의 문은
"숙청문"은 "숙정문"으로 바꼈다.
사소문의 이름은
"혜화문", "소의문", "광희문", "창의문"이라 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는 사회과목.
얼마전, 친구맘에게 전화를 받았다.
"네말대로 진짜 책을 읽지 않으면 사회과목은 공부하기 너무 어렵다..
어디서부터 가르쳐야할지 모르겠어.
어떤 책을 읽혀야해??"
아이고.. 그게 한두권으로 되겠어??
시중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다.
그 중 한두권으로 초등 사회를 모두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진짜 얼마나 좋을까??
지난 4월.
5학년인 큰아이가
한국교육평가센터에서 시행한 "초등학생 수능형 학력평가"를
준비 없이 한번 봤었다.
사회과목은 금상!
놀랬다.
역시 독서의 힘은 대단하구나.
책을 무척 좋아해서 어떤 분야든 가리지않고 읽는 큰아이가
두드러진 분야가 역시 국어와 사회였다.
개암나무의 <조선을 품은 대문>은 벌써 두번 읽었단다.
한두권으로 사회과목을 마스터할 수는 없다.
차곡차곡 쌓아가야하는 거지.
한국사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개암나무의 <한국사 그림책>시리즈.
12권까지 출간되었는데
이전 권들도 내용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