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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유비쿼터스_스즈키 고지_현대문학
이제는 명실상부 고전 소설 하면 떠오르는 대표 출판사 현대문학에서 놀라운 공포 소설의 번역본이 나왔다. 제목은 《유비쿼터스》다. 뜻은 ‘어디에나 있다’, 또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이라는 의미로, 주로 기술 분야에서 사용된다고 한다. 아무튼 영화 《링》 하면 떠오르는 작가 스즈키 고지가 무려 16년 만에 발표한 소설이다. ‘호러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한마디로 제왕의 귀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아는 한국 독자들은 아마도 큰 기대를 했을 것 같다.
작가는 1957년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서 태어나 게이오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낙원》으로 제2회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어 1991년에 발표한 《링》이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1996년 발표한 후속작 《나선》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유비쿼터스》의 표지는 차갑고 낯선 기운을 품고 있다. 어두운 바탕 위에 번져 나가는 푸른 빛과 얼음 같은 질감은 마치 독자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단단하면서도 차갑게 빛나는 여인의 모습에서는 처연함이 느껴진다. 마치 문명과 자연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암시하는 듯했다.
이 소설의 초반부에서 느껴진 것은 단순히 공포 소설의 미학적 매력보다는 미스터리의 점층적 전개에 집중하게 된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 소설에 익숙해진 까닭에 왜 악당이 바로 등장하지 않고 사건이 곧바로 벌어지지 않는지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의도처럼 여겨졌다. 1950년대 남극 탐사의 연구 결과물을 일본으로 옮기는 과정을 배경으로 그리며 시작되는 부분은 소설이 보여주는 배경적 스케일의 크기를 느끼게 했다. 이후 이어지는 실종 인물을 찾는 여정과 사이비 종교단체에 연루되는 상황 등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작가적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유비쿼터스》는 초반 화력이 크지 않아서 시간이 흐를수록 진가를 알게 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링》의 시각적 충격에 익숙한 독자라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으나, 작가가 독자에게 암묵적으로 던지는 ‘공포의 근원에 대한 인류의 물음’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