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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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뉴욕 3부작_폴 오스터_미메시스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과연 이 천재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과연 나라는 인간은 무엇을 느낀 것일까? 재미와 감동은 있었나? 아,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었나? 모르겠다. 어렵다. 그렇지만 끝까지, 기어코 읽어내고야 말았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던 이끌림과 매력이 있었기에.

폴 오스터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시인,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다. 1947년 2월 3일 미국 뉴저지 주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도회적 감성성이 풍부한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우연의 미학>을 담은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널리 사랑받아왔다.

작가의 외모를 얘기하는 것이 실례인 건 알겠지만 폴 오스터는 진짜 잘 생겼다. 특히 젊은 시절 그의 흑백 사진을 봤는데 큰 눈에 오뚝한 코와 살짝 웃음기가 느껴지는 계란형 얼굴은 미남 그 자체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뉴욕 3부작’이 드디어 만화로 국내에 나왔다. 사실 폴 오스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의 소개 글을 읽었을 땐 뭔가 대작가 ‘프란츠 카프카’스러운 느낌이 왔다. 이 소설은 409페이지나 되는 두툼한 분량에 무려 하드커버 양장본으로 제작되었다. 블랙 앤 화이트 컬러의 조화로 그려진 일러스트가 눈길을 끈다. 그의 작품은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 이렇게 세 편의 중편 만화로 나누어져 있다. 만화를 볼수록 내용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 다 보고도 무엇을 본 건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물론 대략적인 건 안다. 첫 번째 소설인 ‘유리의 도시’ 같은 경우 한 남자가 어느 날 폴 오스터라고 묻는 전화를 받게 되고, 처음엔 아니라고 했다가 결국 사칭하며 탐정이 된다. 이후 한 여자가 남편의 아버지를 몰래 염탐해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그에게 남편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물론 이마저도 사실인지 아닌지는 끝까지 알 수가 없었다. 혹은 사실인데 읽고 있는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주인공은 의뢰인이 부탁한 대로 미행도 하고 여러모로 알아보며 그와 만나서 철학적인 얘기도 나눈다. 그러고는 사건의 진실로 점점 다가서게 되는데. 과연 이것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도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

2번째 작품인 ‘잠겨 있는 방’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뉴욕 3부작’은 세 가지 이야기지만 첫 번째 소설에선 작가 자신의 이름이 나오기도 하고 가끔 앞전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이 다시 등장해서 만나기도 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심각하게 섞이는 건 아니지만 작가 특유의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인간 실존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도 괜찮았고 어느 부분에선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인 걸요. 인생을 통째로 집어삼키지요. 어떻게 보면 작가는 자기만의 삶이 없다고 할 수도 있어요. 어딘가에 존재할 때도 실은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

유령이 또 있군요.

바로 그겁니다.

왠지 묘한 이야기군요.

묘하지요. p195

결국 인생이란 우연한 사건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으며 그런 사건들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p280

이야기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생겨난다. 언젠가 어떤 사람이 한 말이다. 어쩌면 경험도 마찬가지라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p284

만약 내가 작가라면 폴 오스터처럼 쓰고 싶어도 감히 함부로 흉내 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그의 엄청난 정보 지식의 양도 대단했지만 천재적인 감각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막연히 ‘뉴욕 3부작’에 대해 분석하려 덤벼들면 곤란할 듯하다. 그저 세계적인 고전 문학 작품을 읽어본다는 생각으로 재미를 찾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만화에선 특유의 그림체로 작가의 소설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3번째 작품인 ‘잠겨진 방’의 끝부분은 그림이 위, 아래로 뒤바뀌기도 하며 글자를 그림처럼 만들더니 읽기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역시 어디까지나 작가의 의도적이며 예술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뉴욕 3부작’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고독하다. 외로운 삶 속에서 자기 존재를 찾는 과정을 그린 소설 같다. 폴 오스터는 글을 완성하고 세상에 내놓는 순간 그건 내 것이 아니라 독자의 판단과 선택이라는 뜻으로 얘기했다. 그의 소설은 마치 잘 만든 와인처럼 다양한 맛을 내며 다시 읽어도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는 명작이었다. 물론 상업적인 웹 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겐 다소 난해하고 어려울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보다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소설의 예술적 매력을 찾는 독자에겐 폴 오스터의 소설이 딱일 것이다. 그래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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