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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은 안 했지만 영화는 만들었습니다
허자영.박윤우 지음 / 하비프러너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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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전공은 안 했지만 영화는 만들었습니다_허자영_박윤우_하비프러너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단편 영화라는 하나의 콘텐츠를 이용해서 제작기도 쓰고 작가의 인생 이야기도 녹여내면서 시나리오도 보여주고, 작법서를 활용한 노하우까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런 부분은 공개하길 꺼려 하는 작가도 많은데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아울러 단순한 성공기가 아닌 실패를 이겨내며, 만들고자 한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일반인이 읽어도 좋지만 작가와 감독을 꿈꾸는 독자에겐 더없이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가는 개인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팀 워크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더불어 작가와 감독이 협업을 해야 뭔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는 작가의 장점을, 감독은 감독의 장점을 말이다.
이 책을 쓴 허자영 작가는 3년 동안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서 시험을 그만두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로 드라마를 만들어 보고 싶어 주변 도움을 받아 웹드라마 <공시생> 각본을 썼다. 운이 좋게 2021 경기콘텐츠 진흥원 뉴미디어 숏폼 콘텐츠 지원작으로 선정이 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영화에 도전해서 <흉내>,<근본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박윤우 작가는 본래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군 복무 중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보면서 영화감독의 길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역 후 영화 전공으로 바꾸게 되었고 <봄과 여름 사이>,<유나의 오늘>,<희수와 함께 한 월요일>을 연출하였다. 그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꿈을 접었다가 집안이 나아지자 다시 영화 일을 시작했으며 <흉내>,<근본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나는 <근본 없는 영화>의 제작기를 읽으면서 500 대 1 이상의 경쟁을 뚫고 지원 사업에 선정될 만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흥미로웠고 진정성 있었으며 큐알 코드를 통해 이 영화를 봤을 땐 재미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특히 박윤우 작가는 영화 전공생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영화의 주제 의식에 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자기만의 이야기로 만들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걸 <근본 없는 영화>를 통해 표현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이 언급했던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가 재료가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부분이 그랬다. 결국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건 창작자 본연의 느낌인 것 같다. 그리고 26분의 짧은 단편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허자영 작가와 박윤우 감독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실감이 갔다. 창작 지원금이 모자라서 펀딩을 통해 300만 원의 금액을 모은 걸 보면 여전히 창작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그런 경우를 흔히 본 것 같다. 아마도 작품을 더 잘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의 마음인 듯하다.
한편 영화를 놓고 보자면 관객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제목은 <근본 없는 영화>였지만 <근본 있는 여자의 복수>라고 제목을 바꿔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감독인 주인공 보다 아내인 여성이 더 주인공 같아 돋보였다. 연기력의 차이도 느꼈는데 남자 주인공은 빠른 대사로 인해 딕션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감정 표현에서 일부러 그랬는지는 몰라도 힘을 뺀 듯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쓰려고 자신을 버린 애인에 대한 여자의 복수극이었다. 코믹의 킬 포인트는 감독이 전 여자친구가 가져온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장면이었는데 퀴어, 좀비물, 오컬트로 바꾸려는 엉뚱하고도 다양한 시도에서 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근본 없는 영화>에 대한 로그 라인과 기획안, 시나리오에 완성된 영화까지 볼 수 있는 선물 세트였다. 덕분에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역시 영상을 봤을 때 모든 것이 이해되었던 것 같다. 사실 로그 라인과 기획안은 기발했지만 와닿지는 않았고, 감독의 소개 글을 읽으며 시나리오를 보고서야 흥미로움이 생겼다. 특히 작가 개인이 썼다면 카메라를 활용한 장면적 표현의 한계가 있었을 텐데 아마도 박윤우 감독의 실력이 이 부분에서 드러나 보였던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이 여자 친구의 각본을 각색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의 전개는 전문적이었다. 전공생 수준 같은. 아무래도 시나리오만 쓰는 작가가 카메라의 각도와 컷을 통해 장면을 바꾸는 디테일함까지 표현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업의 중요성을 느꼈다. 아무튼 그런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영화가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