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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호라이즌_배리 로페즈_북하우스
무려 927페이지나 되는 벽돌 책이다. 책의 색깔이 푸르러서 파란 벽돌 책. 하지만 가로 14.5 센티미터 세로 21센티 정도의 아담한 크기다. 사실 누구에게나 벽돌 책은 쉽게 넘어설 수 없는 분량이면서도 가지고 싶은 열망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페이지 수가 많아도 두 권이나 세 권으로 나눠졌다고 생각하면 그리 대단한 분량도 아니다,라고 애써 침착해 했다.
이 책을 쓴 배리 로페즈는 1945년 뉴욕 주에서 태어나 노터데임 대학교에서 글쓰기, 사진, 연극을 공부했다. 주로 논픽션 부분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호라이즌’은 그의 인생을 집대성한 필생의 역장이고 마지막 저서였다.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
책의 분량만큼 그의 일대기와 함께 세계 각국을 여행한 에세이가 인상적이다. 물론 한 사람의, 그것도 현재 미국 대통령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처럼 유명 인사가 아닌 인물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게 한 편으로는 지루할 수 있으나 작가적 입장으로서 이토록 훌륭한 에세이를 쓴 사람에 대해 알아갈 필요가 있었다. 물론 초반 부분엔 작가 본인의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하는 게 솔직히 말하자면 지루하긴 했다. 그렇지만 93페이지부터 시작되는 파울웨더곶의 이야기부터가 여행기의 시작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지를 도착해서 일정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이 책이 이토록 주목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작가가 느낀 역사적인 의미와 지형적인 특성을 토대로 자기 고찰을 한다. 그렇다고 주관이 너무 들어갔다기보다는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역시 그런 얘기만 한다면 오히려 학술서나 논문 같은 딱딱한 느낌이었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굉장히 섬세하고 묘사가 탁월하며 물 흐르듯 쓰인 글이 잘 읽혔다. 이는 곧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다는 걸 말하는 것이며 이 책을 추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잘 나와 있다.
사실 좀 아쉬웠던 건 훌륭한 글만큼 사진 자료도 있었다면 더 풍성하고 이해하기가 수월했을 것 같다. 마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같은 자연 주의적이면서도 인생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쓴 것 같다. 가끔은 진지하게 여행을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단순히 지역적인 매력만을 찾기보단 이 책으로 작가의 인생 이야기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