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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끝나는 곳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밤에서 밤의 끝으로 (밤이 끝나는 곳)_온다 리쿠_시공사
집필 기간이 무려 15년이나 되는 온다 리쿠 작가의 소설 <둔석환시행>에 나오는 자주 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 그런데 독자들도 읽을 수 있게 책으로도 나왔다는 점이 독특했다. 마치 소설적 상상과 현실 사이의 벽을 조금은 허무는 듯한 느낌. 혹은 무서운 진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싹함도 느껴졌다.
소설은 총 2권으로 <밤이 끝나는 곳>은 285페이지, <둔석환시행>은 651페이지다.
일단 온다 리쿠 작가는 두말하면 입만 아플 정도로 명실상부 일본 최고의 여성 소설 작가 중 한 명이다. 1964년에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했고 1991년 제3회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여섯 번째 사요코>로 문단에 데뷔했다. 2005년 <밤의 피크닉>으로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2006년 <유지니아>로 제59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2007년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로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2017년에는 <꿀벌과 천둥>으로 제156회 나오키상과 제14회 서점 대상을 받았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고 대중성 있는 나오키상과 서점 대상 동시에 받으며 서점 대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는 처음이라고 한다.
사실 <밤이 끝나는 곳>을 읽으며 기대 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난해했으며 개연성의 문제도 보였고 갈수록 뜬금없는 상황은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몰입감이 좋았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제목처럼 밤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까지 밤이 되는, 말 그대로 어둠에 그 자체였다.
주인공은 비짱이라고 하는 12살 어린이인데, 사실 처음엔 이 인물이 죽은 존재인지 혹은 살아 있는 인간인지 헷갈렸다. 나이와 외모도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설 전체적으로 역사적 사실이나 각 인물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어떤 상황인지 알기 힘들었다. 예를 들면 주인공 비짱이 추월장이라는 곳에 살게 되었는데 엄마가 3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경위로 그곳에 오게 되었고 왜 엄마가 3명이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그다음으로 군인들을 ‘카키색’이라고 것도 특이했지만 그들이 왜 정부군에게 대항하여 싸우게 된 건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정부군이 민간인과 저항군을 학살하며 추월장을 공격하러 올 뿐이었다. 개인적으론 2차 세계대전을 상징하는 것 같았는데 그렇다면 나가사키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상황 이후의 시대적 분위기가 나왔을 법했지만, 아닌 것 같다.
비교적 큰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비짱의 엄마 가즈에에 관한 이야기 또한 어떻게 딸이었던 비짱이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리며 ‘악마’라고 부르게 된 건지 확실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후미코와 사사노 부부의 이야기도 난해했는데 귀신끼리도 서로 존재를 모를 수 있다는 설정이 나온다. 사사노는 작가이면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랑 강으로 투신하여 동반 자살을 하려 한 인물이다. 혹은 이미 귀신이었나 햇갈린다. 후미코는 사사노를 찾으러 추월장까지 오게 되지만 결국 남편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민달팽이라고 불리는 ‘카키색’ 무리의 인물이 그녀를 유혹하는데 따라가면서 겁탈당한다. 이후 강가에 투신하여 생을 마감하고, 사사노의 아이를 밴 상태였다. 그녀는 안면이 없는 귀신이 되어 추월당을 배회하는데 소설의 장르 경계가 모호했다. 마치 ‘오컬트’ 같지만, 이를 해결하는 종교적인 행위도 없고, 추월장이라는 소규모 요정 같은 곳에서 귀신들과 인간 뒤섞여 살육 행위가 벌어지는 이야기로 보였다. 그리고 이 소설엔 악당이 없었다. 그런 개연성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무서운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그랬으니까 계속 읽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 소설이 <둔석환시행>에서는 저주받은 소설로 불린다. <밤이 끝나는 곳>이 주는 또 다른 반전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런 게 온다 리쿠 작가만의 특색이 아닐까.
#밤이끝나는곳 #온다리쿠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