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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평점 :
서평_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_리드비
가연물은 사전적으로 불에 잘 붙을 수 있는 물질이나 물건이다. 제목은 무난해 보였지만 이미 일본 도서 부문 랭킹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인기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전작 <흑뢰성>으로 알게 된 유명한 작가였다. 인터넷에서 본 그의 사진은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오로지 꿈을 위해 어린 나이 때부터 한길 만을 걸어왔다는 점은 정말 대단했다. 1978년에 태어났으며 중학생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여담으로 부모에게 대학 졸업 후 소설가가 되기까지 2년간 지켜봐 달라 했고, 결국 프로 작가로 성공했다. 대표작으로 2011년에 <판타지 용골>로 제64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2014년엔 <야경>으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탔으며 <흑뢰성>은 2021년에 야마다 후타로 상과 역사상 최초로 일본 미스터리 4대 랭킹 1위를 석권했다. 동시에 제166회 나오키 상마저 타버리게 되는 기염을 토해낸 대작이었다. 말 그대로 작가 이름만으로도 파워가 있다.
<가연물>은 총 5편의 중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쓰라 형사를 중심으로 한 사건 수사 극이다. 첫 번째 작품인 <낭떠러지 밑>은 설산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추적한다. <졸음>은 강도 치상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 지역 전과자에 대한 정보를 통해 추정자를 추려내고 차량 사고를 낸 범죄자를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었다. <목숨 빛>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자신과 딸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고자 하는 이의 피치 못할 행동을 그린 안타까운 이야기다. 메인타이틀 작품인 <가연물>은 거주지 쓰레기 장에서 불이 시작되면서 연쇄 방화 사건을 추적한다. <진짜인가>는 식당에서 벌어진 인질극 이지만 그 내막엔 놀라운 반적이 있는 경찰과 범인의 대치 상태가 긴장감을 준다.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소설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사실 문학과 추리가 조화되는 복합적인 장르를 좋아하는데 이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생선구이로 치자면 깔끔하게 뼈만 발라낸 미스터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짧은 듯하면서도 긴 중편 분량은 촘촘한 수사 극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마치 형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물론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건 아니었고 소설 특유의 재미가 있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구성에 공통성이 있다. 첫 시작은 사건 발생 요일과 장소와 피해 상황을 알리며 수사가 이루어진다. 이후 관련자에 대한 조사와 형사들의 잠복근무를 통한 정보 습득이 이루어지고, 이를 가쓰라 형사에게 보고하는 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관련자에 대한 심문과 번뜩이는 감각으로 범죄자를 가려낸다. 가끔 밥 먹는 장면과 배경 장소에 대한 묘사가 짧게 나오긴 했으나 최소화한 분량이었다. 가장 매력적인 건 사건 수사에 대한 서스펜스라고 할 수 있다. 긴박한 상황 끝에 해결되는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즐거움을 준다.
다만 아쉬운 건 분량의 한계 때문인지 다소 빨리 해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어떤 사건은 등장인물이 사망에 이르렀던 점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빨리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 부분 또한 작의적이며 마치 짜 맞추어진 것 같았다. 대체적으로 해결이 짧았지만 탄탄한 구성이 훌륭했다. 일부 다른 소설의 수사 극을 읽다 보면 허점이 잘 보이게 되고 소위 읽는 걸 포기하는 ‘하차’라고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지만,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는 그런 면 없이 참신하면서도 개연성 좋은 소설이었다. 아마도 그랬기에 트리플크라운 달성 1위라는 엄청난 인기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에게도 교과서 같은 소설집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건 추적에 대한 서스펜스가 역시 좋다. 그래서 수사 극을 쓸 때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이 소설이 감성적인 면이나 하드보일드적 특성까지 있었다면 좀 더 입체적이었겠지만 어디까지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가연물>을 필히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