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_에도가와 란포_기담집_에도가와 란포_부커


특이하다. 책의 가장 뒤쪽엔 이 서적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는데 아직 번역가랑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써져있었다. 이 책을 보면 출판사로 연락을 달라고 한다. 아마도 오래된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기담집을 리커버 해서 재출간 하고 싶은 심산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표지부터가 범상치 않다. 일반 종이가 아니라 보들보들한 소재로 되어있어서 자칫 긁히기라도 하면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보기 좋게 책 비닐을 했다. 부담 없이 깔끔하고 편했다. 표지 그림은 일본의 후지산이 초현실적이게 그려져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이 책을 덮은 후, 당신은 섬세하고 기괴한 매혹에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미스터리 호러의 대가 에도가와 란포. 거장의 알려지지 않은 기이하고도 서늘한 세계

-에도가와 란포가 초대하는 서늘한 물살 속에서 한 줄기의 땀이 등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오싹함에 사로잡히다.

인터넷을 정보를 알아보니 에도가와 란포는 가희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를 100년이나 앞당긴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맞았다. 아쉽지만 한국은 그 시대에 그러지 못했다. 명맥이 끊겼고 최근에서야 장르물 소설이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 추세 같다. 일본 미스터리의 저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에도가와 란포 작가는 1950년대에 이미 그의 이름으로 문학상이 제정되었고 후배 양성에 최선을 다했으며 그 와중에도 출판사 편집자로서,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했던 인물이었다. 그 시절부터 쓴 단편 소설집의 정수가 담긴 책이 ‘부커’ 출판사에서 최근 나왔다는 건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다. 사실 그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지 제대로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나 미야베 유키 같은 작가가 익숙했다. 하지만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문학사 적으로도 영향력이 상당했고 세계 3대 추리작가라 불리며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인물이라는 건 사실이었다. 한국 추리 소설가 김내성과도 교류했다는 글도 봤는데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는 것 또한 신기했다.

그런데도 정작 국내에서 에도가와 란포는 낯선 작가였다. 하물며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작품을 찾아 읽지 않는 이상은 이름 정도만 알뿐이다. 하지만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이 다시 재출간 된 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그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낯설지 않은 대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개인적으론 그래야만 한다고 봤다.

그가 쓴 기담집이라고 하니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라는 의문으로 읽기 시작해서 날이 새도록 다 읽어버렸다. 잘 번역된 문장과 기묘하게 빠져드는 전개 속에서 허를 찌르는 반전이 끝내줬다. 한마디로

‘공포 소설은 이렇게 써야한다’ 였다.

물론 오래전에 나온 단편 소설이라서 현시대와 동떨어진 요소도 있었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읽어 볼 만한 보석 같은 소설이었다. 아마도 일본 작가를 비롯해서 여러 작가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작품 모두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명작이었다. 그 짧은 분량의 단편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느껴졌으며 피가 낭자하는 잔인한 장면이 없는 단편 소설도 사람의 심리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부각시켰다. 특히 반전 소설이라고 당시 일본 정부로부터 핍박받던 작품인 ‘애벌레’는 등장인물과 더불어 독자까지도 심리적 죄인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 같은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꼽던 최애 작품 중 하나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가 생각났다. 관객 또한 암묵적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이 소설뿐만이 아니라 전 작품이 다 그동안 접했던 호러 콘텐츠에 영향을 미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기담집이라고 해서 초현실적인 현상이 무조건 있는 건 아니었다. 꿈에 대한 망상인 ‘화성의 운하’가 그랬고 ‘목마는 돌아간다’같은 경우는 공포 소설이라기보다는 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짝사랑하는 이야기였다.

앞으로도 에도가와 란포 작가가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국내에도 훌륭한 작가가 나오길 기대한다. 더불어 ‘부커’출판사에서도 김은희 번역가랑 연락이 잘 되어서 이 책에 대한 판권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을 시작으로 그의 다양한 소설을 제대로 리커버 해서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