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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서평_태어나는 말들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_조소연_북 하우스
죽음이란 건 두려우면서도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물론 때가 되면 누구나 죽는 건 사실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나 길어야 100년을 산다. 그 인생이 길 수도 있지만, 너무나 짧다. 세상 대부분이 무생물이고 생명은 너무나 신기하다. 지구의 나이와 더불어 우주와 비교하면 허무하다. 그럼에도 신성한 존재다.
그리고 세상에 고통 없는 죽음도 없다. 당장 숨을 멈추면 1분을 버티기도 힘들며 바로 죽는다는 게 느껴진다. 크게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내쉬면 본능적으로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곧 고마운 줄 모르게 되지만 현실이다.
사람은 때때로 스스로 죽고 싶어 한다. 항상 행복만 있는 게 아니며 정말 힘들어한다. 각박한 세상은 항상 자신만 괴롭히고 늘 어둡다. 혼자이길 바라면서도 그러고 싶지 않은 애매한 마음이다. 사회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고독을 스스로 찾아간다. 그런 상태가 지속이 될수록 삶은 더 옥죄어 오는 것 같고, 사방이 벽에 막혀있으며 하늘을 봐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다.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한다. 실행에 옮기거나 아니면 방법을 찾거나, 혹은 정말 운이 좋게 누군가가 구해주거나. 그러나 결과는 알 수 없다.
조소연 작가가 쓴 에세이 ‘태어난 말들’은 제11회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이었다. 그에 걸맞게 아주 잘 썼다. 어떠했냐고, 어떻게 느꼈다고, 어떤 생각을 했다며 마음 편하게 쓰기가 쉽지 않다. 조심스럽다. 특히 자살, 페미니즘, 성소수자, 정치, 경제, 사건 등의 주제는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경험도 있고 관련된 얘기를 한다는 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정말 좋은 내용이 많았다. 작가가 쓴 글도 훌륭했고 인용하여 쓴 문장 또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와닿았다. 누구나 죽음을 생각할 수 있고, 인생을 살다 보면 주위 사람이 하나둘 죽음으로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자살도 있으며 그 이유는 다양하다. 그래서 불편하고 꺼내기 싫은 얘기지만 이 책으로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무조건적으로 피할 필요가 없었다.
작가는 ‘자살 생존자’로 불리기도 했다. 당사자에 대해서도 비판보다는 깊은 마음으로 이해하려 하는 느낌이었다. 그 솔직한 내용을 과감히 세상에 밝히는 것도 놀라웠다. 여성으로서 사회적인 핍박과 성적인 사건들도 겪었고 자궁에 관한 수술 얘기는 복합적인 관련성에 대해 깊이 깨달았다.
그녀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알 순 없었지만 어느새 집중하며 읽고 있었다. 한 번에 와닿지 않아도 그 감정을 고스란히 스며들 듯 흡수했다. 그리고 죽음과 고통의 인생에 대해 좀 더 슬기로워질 수 있었다. 존중이란 말조차 조심스러워도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다시 어머니를 통해 그녀가 그녀를 존재하게 한다는 것. 먹먹한 마음으로 밝으면서도 마음 한편엔 고요한 눈물 자국이 남은 듯했다. 그래서 나의 어머니를 찾으며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그대로 계셨다. 그러나 나이가 드셨고 약해진 신체는 보호해 줘야 할 정도였다. 그 때문에 이 책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제목처럼 말은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세상은 여전하지만 조소연 작의 에세이 ‘태어나는 말들’은 앞으로도 잊힐 수 없는 부드럽지만 강렬했던 책이었다.
여기서 가수 ‘요조’가 책에 써준 문장을 슬며시 꺼내본다.
‘늘 무사하세요.’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