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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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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_주얼_이스트엔드
어떻게 쓸까? 잠깐 고민해 본다. 오랜만에 제대로 읽은 소설집이어서 더 신경 쓰였다. 그리고 느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 소설집이 하루키의 작품이랑 비슷하다고 얘기하는 건 작가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혼자만 알고 있으려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주얼 작가가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썼다. 그만큼 작품을 많이 읽고 연구했다는 걸 의미한다. 아주 절묘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하루키스럽게 녹여냈다.
소설을 읽는 또 다른 묘미는 내용에 나오는 음악, 음식, 패션 등 문화 전반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회상 장면에선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오르게 했다. 덧붙이자면 마치 허구와 실제를 절묘하게 버무린 전개도 좋았고, 클래식 음악 소품집처럼 환상적이었다.
차분하면서 순수함을 가진 주인공에 감정 이입되었고 작가 특유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었다. 거기다 잘 읽히는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배경 묘사도 표현이 뛰어났다. 하루키의 소설은 단순히 읽는다는 개념을 넘어 오감으로 와닿는 복합적 특성이 있다. 정적이고 은은한 감동이 있는, 마치 잘 그린 풍경화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집도 회화를 그리는 듯한 감성이었으며 주인공의 대학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외국인이 등장한다거나 등장인물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소소한 변화를 통해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더 끌린다.
분위기 있는 뮤직 바에서 턴테이블에 엘피를 올려 듣는 사람은 흔치않다. 그 특유의 음질을 좋아하는 소위 마니아의 취미다. 한편으론 그런 면이 특별해 보였고 소설 속 장소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았다. 주인공 보다 어린 나이면 낭만적인 미래를 꿈꾸게 하고 그 이상이라면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사랑에 대한 것과 인생의 성찰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인간관계적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도 준다. 또한 형식에 얽매지지 않은 자유스러운 분량으로 초단편에서 중편 소설까지 선보였다.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극적 효과를 통해 소설적 재미도 부여했다.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혹은 읽는 자의 계절이 이 소설을 통해 다가온다면, 그 속에 스민 이야기는 어떨까.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해봤다. 결코 불편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편하지만은 않았던 전개. 그럼에도 작가가 쓰고자 한 이야기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어바웃 주얼’ 그리고 주관적 표현으로 ‘어바웃 미’ 그에 관하여 그리고 나에 관하여. 그렇게 이 소설이 문학적 교감성을 가지는 것 같다. 실제 이야기 같은 주인공 주얼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지만, 그 자체가 괴롭기보다는 위로해 주고픈 마음이었다.
이 소설집이 세상에 나온 게 2020년도였고 계속 개정판이 나왔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니 풋풋하면서도 거친 매력이 있다. 새로운 작품에선 더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최근까지 읽은 소설 중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이 가장 잘 읽혔고 취향에 너무 맞았다. 오랜만에 느껴본 하루키적 반가움이었으며 과하다면 과할 정도로 칭찬해 주고 싶다. 언젠간 장편소설도 나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이 감성 이대로 나아갔으면 좋겠고 ‘이스트엔드’가 주얼 작가의 1인 출판사라고 알고 있는데 더 대박 나기를 응원한다.
오늘의 자신과 소설 속 주인공은 다르지만 그래도 자아일 수 있다. 그건 독자로서 소설을 분명하게 읽었을 때 드러날 수 있으며 작품에 대해 애착이 생긴다. 그래서 이 소설집이 특별했고 조금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다시 한번 주얼 작가를 응원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