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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픽처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평점 :
서평_히든 픽처스_제이슨 르쿨락_문학수첩
400쪽 이상 되는 장편 소설 한 권을 완성하는 건 쉽지 않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재미있어야 잘 팔린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소설은 매력 있었다. 읽기 좋게 단문으로 쓰였고 배경과 인물에 대한 묘사도 상세했다. 한마디로 리얼리즘 소설이었다. 이런 요소가 자칫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독자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만큼 작가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 등 갖가지 장르가 섞인 듯한 그림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컬러화였다면 더 생동감 있었을 것 같다.
-고전적인 공포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진화!
-다섯 살 아이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과 충격적인 진실
소재 자체는 단순했다. 마약 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여주인공 맬러리 퀸 이 한 가정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겪는 미스터리 공포 소설이었다. 그녀는 달리기 선수로서 명문 대학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차량 운전 사고를 냈고, 그 과정에서 여동생을 잃는다. 이후 극심한 통증으로 마약성 치료 약을 진단받게 되는데, 결국 중독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잘 치료받고 사회에 나오게 된다.
최악에서 최선의 인생을 찾으며 베이비시터가 된 맬러리. 그녀가 일하게 된 마을은 이른바 잘 사는 사람들의 동네여서 사회 계층 간의 격차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상류층의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모습을 잘 표현했다. 작가는 그들의 생활상을 잘 묘사했는데 먹는 음식과 음료부터 시작해 사교 파티 장면까지 상세했다. 수영장에서의 낭만적인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맬러리가 맡게 된 아이가 그려낸 그림은 섬뜩했다. 부모는 애초부터 그녀에게 10가지 지켜야 할 수칙을 알려주며 지극히 과학적인 면만 믿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집 규칙
1. 약물 금지
2. 음주 금지
3. 흡연 금지
4. 욕설 금지
5. 전자기기 금지
6. 육류 금지
7. 불량식품 금지
8. 허락 없이 손님 금지
9. 소셜미디어에 테디 사진 게시금지
10. 종교나 미신 금지. 과학을 가르칠 것
읽다 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사건이 맬러리 퀸의 망상 때문인지, 혹은 아이가 정말 초현실적 존재의 조종을 받아서 그림을 그린 건지, 아니면 마을 사람 전체가 맬러리를 범인으로 몰고 가기 위한 작전이었는지 흥미로웠다. 분명한 건 그림 자체가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그린 순수한 그림도 있고 맬러리가 무의식 상태에서 그린 고딕풍의 그림도 있었다.
한편 미스터리한 노인 미시를 통해 강령술로 접신까지 하는 모습은 오컬트적 공포도 선사했다.
이 소설의 주제는 가족애 같았다. 공포 자체는 무섭고 섬뜩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통과 슬픔에 대한 복수심이 있다. 그건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군상 같았고 삶 속에 그려진 단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편 소설임에도 깊은 깨달음이 있던 작품이었다.
끝에 작가의 말, 부분은 이 소설이 여러 사람의 도움을 통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족을 많이 사랑하는 작가님이셨다. 지금이라도 가까이에 있는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다.
아울러 점층적인 사건 전개는 훌륭했고 탄탄한 스토리도 일품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꼽자면 결말로 가는 부분에서 작위적인 느낌을 받았고 급박한 스토리 전환과 해결은 허무한 결말로 치닫는 것 같았다. 이는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그리고 초반에서 중반 말 부분까지 등장하지 않던 인물들에 대해 미리
복선을 심었다면 변화에 대해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이것도 뜻하지 않은, 혹은 뜻밖의 반전 효과를 주기 위한 장치였는지도 모르겠다.
‘히든 픽처스’는 직역하자면 ‘숨겨진 장면들’이었다. 이는 단순한 그림에서부터 그 시각적인 면이 의미하는 상징성을 독자에게 전한다.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으며 결말까지 닿으면 놀랄 수밖에 없는 훌륭한 소설적 장치였다. 그것이 이 작품의 가치를 더 빛나게 했던 요소 같다. 공포 소설임에도 사회적 메시지와 심리적 요소를 잘 살린 수작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이야기가 없듯이 각자 해석은 다르겠지만 영상화가 된다면 또 다른 재미를 줄 소설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