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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유령 ㅣ 푸른사상 소설선 53
이진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11월
평점 :
서평_소설의 유령_이진_푸른사상
말로 사람을 설득하거나 감정의 흐름을 이끌며 감동을 주는 것도 어려운데, 글은 읽히는 순간, 글쓴이가 그린 세계와는 별개로 읽는 사람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래서 같은 글이 읽혀도 느끼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소설 또한 취향을 타기 마련이고 대부분은 어떻게든 읽겠지만 필자는 나름의 엄격한 기준이 있다.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한계선을 넘어가는 순간 속칭 ‘하차’를 해버린다. 일반적인 뜻대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내릴 때 쓰지만 읽기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적어도 ‘소설의 유령’은 제대로 잘 읽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분수처럼 쏟아지는 웹 소설이 강세라지만 일반 소설은 나름대로 독자층을 확보하며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소설책을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제목이고 다음은 표지 디자인이며 거기에 적힌 짤막한 글을 읽고 끌린다면 펼친다. 바로 내용을 보는 건 아니다. 작가의 이력을 살핀다. 물론 수상 하나 없고 별 볼일이 없거나 반대로 화려해도 그건 결정적인 사항이 될 수 없다. 다음으로 목차를 살피고 ‘작가의 말’이나 ‘프롤로그’를 읽는다. 거기서 두 번째 확신이 서면 슬슬 재미있어진다. 본격적으로 읽기에 들어가면 초반 첫 장이 좋아야 했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아도 진한 적포도주처럼 은근한 재미를 주는 소설도 있다. 다소 싱거워 보이더라도 읽을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 그게 이진 작가의 ‘소설의 유령’ 소설집이었다. 싱겁다는 게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고 서서히 빠져든다는 뜻이다. 일단 내용을 포함하여 문장에 쓰인 단어에서 내공을 느꼈다.
‘아 글을 많이 공부하신 작가님이시구나.’ 보통이 아닌 수준과 문학적 향기에 빠져들었다. 거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소재와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보이는 긴장감과 점진적 전개도 좋았다.
이 소설집에서 끝의 두 편은 우리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쓰인 로맨스 사극이었다. 전체적인 구성에서 조금은 이질적이었지만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결국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였고 재미있게 각색된 환상적인 소설로서 그 감동을 더 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