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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잠든 계절
진설라 지음 / 델피노 / 2023년 1월
평점 :

서평_기억이 잠든 계절_진설라_델피노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이건 한국 미스터리 로맨스 장르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미스터리의 아성을 무너뜨릴 작품이 한국에서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가 주목 받는 시대에 드디어 장르 문학에 더 다양한 도전을 하며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동안 한정적인 소재를 벗어나 자유롭게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작가가 부쩍 늘어난 추세인 듯 보인다. 정말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현상이 누구에겐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하게 하지만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이 지금 시대에는 맞는다고 본다.
문장의 느낌이나 구성 또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잘 쓰인 이 소설은 밥상 위에 잘 차려진 오색빛깔 반찬처럼 맛있게 읽혔다. 요즘 소설은 이래야 잘 팔리고 인기를 얻을 것 같다. 물론 순문학의 전통성과 순수성을 지켜나가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대중을 생각해서 작가도 진지하게 고민하며 쓸 것 같다.
이 소설은 정말 보석 그 자체였다. 예쁜 무채색 표지와 눈이 가려진 여인이 그려진 그림이 긴장감을 준다.
'기억이 잠든 계절
사랑에 빠진 순간 잠든 기억이 깨어났다.
당신의 가슴속 아련함을 깨울 첫눈 같은 사랑 이야기.'
소설은 처음부터 강렬한 장면을 연출한다. 우울하면서도 깊고 빗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축축하게 젖은 대지 위에 습한 냄새가 코를 스미는 것 저럼 설레게 했다. 낯선 남녀가 만남서 급하게 치닫는 사랑의 감정이 묘한 매력이었다. 그렇게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사실 큰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개연성을 크게 따지는 한국 독자에게 미스터리 로맨스는 정말 쉽지 않은 장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를 생각한다면 이런 도전이 결코 무모하다곤 보지 않는다. 국내는 그렇다 쳐도 해외는 또 이런 걸 선호하는 독자층이 꽤나 많다.
이 소설을 읽으며 참신한 발상과 미스터리적 탄탄함을 동 시에 느꼈다. 작가만의 노련함이 느껴졌으며 마치 일반 소설 같이 보이면서도 특유의 심각함을 교묘하게 비껴갔다. 역시 재미를 주었고 더 많이 읽히며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