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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와 회귀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1년 9월
평점 :

서평_도피와 회귀_최인_글여울
웹 소설이 넘쳐나지만 가끔은 문학성을 겸비한 철학적인 소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학술지나 논문처럼 딱딱한 건 딱 질색이다. 적당히 심오하지만 끝에 가선 무릎을 탁 치며 깨달음을 주는 그런 소설이 좋았다. 우정도 있고 사랑도 느낄 수 있으며 내 인생과 비교했을 때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 드라마 전개가 좋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읽었던 ‘도피와 회귀’는 아주 훌륭한 했다. 물론 일반적인 소설 보다는 심오했으나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다. 논설문에나 쓰이던 단어들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재미있었다. 에로틱 하면서도 진지한 느낌에 다가갈 수 있다.
“블랙, 너는 인간인 나보다 더 자유롭다.”
책의 디자인이 심플하다. 하얀색 배경 가운데에 있는 추상화는 마치 남녀가 껴안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쪼그려 앉은 모습이다. 다양한 색감은 이 책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 같다. 그리고 덩그러니 쓰여있는 ‘도피와 회귀’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아담과 이브가 원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면서 인간은 불행에 빠졌다. 인간이 신의 명령에 위반하고 반발함으로써 불행의 씨앗이 싹트게 되었다.’
이 문장에서 벌써부터 소설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이 갔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실존주의 철학을 추구하는 건 늘 반가우면서 읽고 싶은 이야기다.
소설은 독특하게도 일기처럼 날짜 순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갖가지 짧은 고전 문학을 인용한 듯한 짤막한 분량의 글도 있다.
읽다 보면 주인공은 시작부터 갈등 상황을 겪는다.
이혼한 부인은 경제력을 갖고 있는지 아들을 핑계로 아파트를 빼앗는다. 그리고 애인인 화니과 함께 시골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간다. 그 둘은 스승과 제자였지만 실상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천천히 자신을 찾아가는 이 소설은 도피와 회귀라는 단어를 계속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내용을 알고 나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게 매력이었다. 단순히 재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읽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완전히 이해하는 건 어려웠지만 그냥 덮어두는 소설이 아닌 생각하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