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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정면
윤지이 지음 / 델피노 / 2021년 12월
평점 :



서평_어둠의 정면_윤지이_델피노
주인공은 남자지만 전체적인 호흡과 흐름은 여성스러운 섬세함이 있었다.
'어둠의 정면'
얼핏 보면 제목이 어둠의 장면으로 보였다. 물론 우스갯말이지만 소설 속에 녹아든 어둠들은 읽는 내내 내 마음을 후벼팠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어두운 소설은 아니었다.
표지를 보면 어둠이 아니라 어두워져가는 노을 바다 사진이다. 깔끔했고 평화스러웠다.
'자살미수의 정신과 의사'
9시 뉴스의 헤드라인이 선명히 떠오른다.
사실 좀 두려웠다.
제목도 그랬지만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어떤 괴로움을 느끼고 자살시도를 하는 이야기여서 읽다가 나도 전염되어서 기분이 안 좋아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고 싶었던 건 대체 왜 민중의 치료자라 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걸까? 이런 소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소설 속에 들어가니 그런 사회적인 의미나 다큐멘터리 같은 심오함은 없었다. 그저 주인공이 이끄는 대로, 그 감정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바로 이점이 이 소설이 갖는 특유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잔잔함, 그러면서도 강한 이끎은 주인공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사건보다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갔다. 그것이 내게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었고 우울함과 슬픔을 주는 건 더더욱 아니어서 불편하지 않게 읽어나갔다.
이 소설은 자살 시도를 한 의사를 통해 자살 방지 캠페인을 홍보하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소설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어느 날 밤 32층이나 되는 옥상을 올라가서 자신이 구입한 로프를 이용해 벽을 타고 내려오려고 했다.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지만 자신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잠시나마 심적인 기쁨을 누리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신체적 한계에 부딪혀 살기 위해 울부짖는 모습은 한마디로 어둠의 정면에 섰다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사는 삶도 일부는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꼭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 심리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아담하고 적당한 크기의 책은 읽기 편하게 글씨가 큼직한 편이었다.
이 소설은 소개 글에서는 메디컬 스릴러를 떠올리게 할 느낌이었지만 인간 드라마적인 스토리가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