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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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도쿄 우에노스테이션_유미리


음.. 뭔가 마음이 무겁다. 쓸쓸하고. 우울하고. 
이 소설의 세상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괴롭다. 가까운 일본의 우에노역은 한국의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들의 생활과는 다른면이 있지만 그 내면적 심리는 비슷할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73년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간 노숙인의 이야기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결혼을 하고 부모와 아내 자식들과 지내며 열심히 돈을 벌어서 가정에 보냈던 아버지였다. 여기서 우리 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의 가장들의 모습과 비슷한 면을 느끼기도 했지만 소설에선 좀 더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아내와 자식들에게서 금전적인 것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가장은 아무런 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만없이 묵묵히 지냈던 아내가 있었다. 객사한 아들의 시신을 보며 눈물 조차 나지 않았던 단절된 관계는 차라리 남이라고 해도 될만큼 허무함을 주었다. 
천화과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해에 아들을 얻고 그 이름도 비슷한 고이치였다는 점은 계층간의 차별성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결코 주인공은 자신의 삶과 천황을 빗대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생의 허무함과 우울이 소설 전체를 채우고 있으나 주인공의 시점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각 각의 인생을 액자를 보듯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회상과 현실 그리고 타인의 인생이 뒤섞이며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의 현실적인 느낌을 도드라지게 했던 것 같다.

가족들의 죽음을 충격 보다는 허무함으로 받아들였던 주인공은 남아있는 손녀의 보살핌 마저 거부하고 노숙 생활을 하지만 그것이 어떤 필연적인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자연스런 흐름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이 소설에는 작가가 쓰고자 했던 후쿠시마 지역의 이야기 그리고 도쿄 올림픽을 중심으로 하는 서민들의 이야기와 함께 쓰나미와 전쟁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다. 

'도쿄 우에노스테이션'은 항상 축축하게 비가 내렸다. 공기가 맑아지고 세상이 살아 숨쉬는 게 아니라 쓸쓸하고 우울하다. 그래서 슬프다. 인간의 삶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모습들이 말이다. 

소설의 끝에는 작가의 기획 의도와 관련 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역자 후기도 있어어 그 부분을 통해 이 소설이 끝맺음 되는 것 같다.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번역으로 2020년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건 분명 사회적으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문학적 경험을 했다. 특별히 누구에게 추천한다기 보다 유미리 작가님의 소설을 통해 분명한 울림을 사람들이 느꼈으면 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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