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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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나나_이희영_ 창비출판


'나나? 여주인공 이름인가? 뭔가 아이돌스러운 느낌과 함께 로맨스가 아닐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

제목만 보고 서평단 신청을 해버렸다. 출판사의 비밀스러운 이벤트에 대한 매력 때문이기도 했고.. 대본이라길래, 정말 대본이 올 줄 알았다. 근데 대본집이 온 건 맞다. 모양은. 작가는 비밀이다. 보라색 배경지에 글판 또한 가로로 써져 있었다. 진짜 겉은 대본이다.


그렇지만 책을 펴는 순간 당황의 파도가 내 마음속으로 밀려들어 왔다. 내용은 소설이었다는 것. 그래서 '아, 콘셉트였구나? 아! 지금은 소설이지만 추후 드라마화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비 출판사에서 예상 등장인물 미션까지 주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이틴 로맨스라고 예상했다.


'땡! 아니다. 그러면 로맨스 판타지? 땡! 땡!'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간 소설이었다. 뭐랄까. 웹 소설같이 과자 먹듯 술술 읽히는 건 아니었다. 분명 판타지는 맞다. 정확히는 동양풍 판타지. 그렇다고 세계관이 뚜렷한 건 아니었고 선령이라는 저승사자 아닌 저승사자 같은 존재가 등장해서 두 남녀 주인공의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영혼을 데려가느냐 본래 몸으로 돌아가느냐, 가 큰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K-영 어덜트 소설이라 함은 청소년과 어른들이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것이라던데, 적합했다. 청소년 소설이라기엔 철학적 내용들이 보였고 그렇다고 성인 소설이라기엔 학생들의 고등학교 생활이 주된 내용이기도 해서 양쪽 특성이 다 있었다.


일단 이야기의 소재는 참신하고 좋다. 영혼이 없는 육체와 자신의 몸에 서 빠져나와 삼자가 되어 영혼 없는 육체를 보게 된다는 것.


'뭐지? 그냥 봐선 앞뒤가 안 맞다. 영혼 없이 육신이 어떻게 자아가 있고 의식이 있지?'


여기선 그랬다. 영혼 없는 인생을 사는 인간. 그런 얘기를 주제 삼아 쓰인 것 같다.


그 육체가 나름의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독특했다. 어찌 보면 진정성 없이 인생을 사는 인간의 이면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부분인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난 과거를 회상하는 은류가 진짜 자신을 서서히 찾아가는 변화가 흥미로웠다. 물론 어린 나이에 삶의 재미를 놓아버린 것은 그 나이답지 않아서 완전한 공감을 할 순 없었다. 그가 살아온 인생과 동생에 대한 애환과 질투 그리고 가족사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은류 보다 인생을 좀 더 산 독자로서 참 많이도 꼰대 같은 얘기를 해주며 읽었다.


은류와 한수리 두 주인공의 대비되는 심리적 특성을 읽으며 현대 사회에서 진정으로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이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한수리도 현실이고, 은류 또한 현실이지만 두 사람의 외적 갈등 속에서의 차이점은 분명하게 있었다. 자의적인 인생 그리고 자애적인 인생. 이 두 가지 인생관에서 오는 분명한 결론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를 것 같다. 그래서 은류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독자도 있을 테고 반대로 한수리를 응원하거나 그렇지 않게 볼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이 소설의 제목은 나나가 맞다. 나의 나. 나를 보는 나. 내 안의 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양 판타지풍의 웹 소설 느낌이지만 내용은 순문학이었고, 독백과 회상에 지문 할애를 많이 해서 이야기에 밀도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전개 속도가 느려서 자칫 지루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한수리와 은류 그리고 선령이 움직임이 없게 보여서 일관적이었고 이는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느끼게 했다. 인물들의 입체감이 없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저승에 대한 세계관이 너무 생략되어 있어서 이게 판타지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육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분명한 주제가 드러난 건 좋았다. 그러나 소설의 중반이 지나도록 극적인 전개나 뚜렷한 사건이 없어서 밋밋함을 주었다. 반대로 사회적 메시지는 있었지만 상업적 재미가 반감되는 단점이 보였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대사처리도 진짜 대본이라면 현재 고등학생들의 대화체를 참고하여 최소한의 유행어나 은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진짜 중고등학생 독자들이 읽었을 때 어색함이 없게 하는 것도 작가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이게 드라마화가 돼서 배우를 떠올린다면 더더욱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이외에 은류의 동생 완이의 장면이나 대사가 중반이 지나도록 보이지 않은 채 부모님의 희생적 행동이나 은류의 감정이 드러나서 내용적으로는 공감을 했으나 감정 이해가 어려웠다. 조연이라고 보기에도 역할이 없어서 단역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한수리와 은류 두 인물 외에 선령이나 완이, 또는 다른 조연의 이야기가 하나 정도는 더 추가된다면 좀 더 풍성한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했다.


이 소설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메시지가 있는 K-영 어덜트가 맞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을 바탕으로 아쉬운 점을 솔직하게 얘기했으며 안 좋다기보다는 다르다는 표현이 맞다. 앞으로도 청소년 따로 성인 따로 소설이 아닌 모두가 읽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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