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 - 희곡으로 만나는 슬픈 전설의 91페이지
정중헌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서평_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_정중헌_스타북스


한없이 투명해지는 영혼, 그러나 불타는 정열. 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 선생님은 저에게 그렇게 다가왔네요.


이 책은 천경자 선생님의 자전적 이야기와 세계 여행기,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이야기가 희곡 형식으로 쓰여있었습니다. 정중헌 기자님과 천경자 선생님의 대담이라고 보면 더 맞을 것 같아요. 마치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삽입되는 특수 효과와 영상, 음악까지 색으로 구분된 지문은 독특했어요. 기자가 쓴 글이라 가독성도 우수해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죠. 저자의 바램처럼 훌륭한 제작자의 손길로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고요.


총 3 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처음은 출생부터 결혼의 시기까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선생님의 그림에 한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한에 정이 있었다는 건 잘 몰랐습니다. 마냥 슬프고 우울하며 외로움만 있는 그림이 아니었어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자체만으론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작품 모두가 영혼이 실려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식들을 키우며 작품 활동을 하는 모습은 아이들의 엄마이자 위대한 화가였죠. 결국은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무명의 학생 시절에서부터 선전(공모전)에 당선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까지도 많은 시련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열정, 의지가 없었다면 천경자라는 화가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엄청난 순간들을 겪어오셨죠.


친여동생의 죽음은 안타까웠어요. 죽음 직전까지 갔던 병은 치료를 했음에도 다시 재발했습니다, 위험성이 있는 치료 약이 있었지만 그 조차 쉽게 구하지 못했고 살 돈이 없어서 처절하게 약을 구하는 모습은 역시 위대했습니다. 천경자 선생님이 가장 애착을 가진 그림 '생태'에도 그런 마음들이 묻어났던 것 같아요. 그냥 봤을 땐, 특별함이 없어 보이고 징그러운 뱀 그림이었으나 이것이야말로 선생님의 한과 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걸작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45세 때부터 70세까지 반반 세기 동안 인생의 일부를 차지했던 아프리카와 남미, 유럽에 이르기까지의 세계 여행은 선생님의 예술적 일탈이자 화가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독특한 화풍은 여타의 화가들과는 구분되는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비자조차 발급받기 어려웠고 위험성까지 무릅쓰며 창작 여행을 떠난 당시로서의 실천은 존중을 안 할 수가 없었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화가로서의 도전 정신과 창작 열정은 본받아야 할 점이었어요.


하마터면 외국에 팔렸을지도 모를 작품들이었지만 천경자 선생님의 결심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주요 작품들 대부분을 서울시에 기증하고 저작권까지 내줬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계약이 성사된 후의 허무함은 오랫동안 선생님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들은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충격의 미인도 위작 사건은 정말 안타까웠고, 한 화가의 처절한 외침을 끝내 외면한 기관의 결정은 결국 천경자 선생님을 절필하게 하며 고국을 떠나게 만들었죠. 그곳에서 쓸쓸하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셨어요. 이 책 속에 비추어진 선생님은 너무나 외로운 분이셨습니다. 그 외로움 속에 그림은 더욱 빛이 났네요. 그러나 기자들과 만날 땐 가장 예쁜 모습으로 단장하며 유쾌하게 지낸 건 또 다른 화가로서의 면모였고, 다수의 수필집 또한 작가로서의 역량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이 책의 모태가 되었던 게 수필집의 내용이기도 했으니까요. 또한 고전 문학과 영화를 좋아하셔서 세계 여행을 하며 작품 속의 장소에 꼭 가보셨더라고요.

천경자 선생님의 그림 속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은 숭고한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는 예술성은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빛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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