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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평점 :



서평_결혼하지 않는 도시_신경진_마음서재
참 잘 쓴 소설이다. 작가의 내공이 있는 이야기. 어떻게하면 이렇게 맛있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감탄과 문학적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7년여의 집필 기간이 말해주듯 농익은 장맛이 있다. 사실 한 해에 출간되는 소설이 수천, 수만편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소설을 찾기가 힘들었다. 큰 공모전 수상작이라고 해도 왠지 모를 아쉬운 전개와 구성, 불안정한 인물 구도, 매력적이지 못한 주인공 등 읽다가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럴까, 이유를 찾아보지만 생각보다도 복잡하다. 그냥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라고 하고 싶다. 아니면 소설 자체의 허구적인 면때문에 일부러 부정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소설을 읽지 말아야 하는데, 그랬다. 사실은 장르 문학에 권태를 느껴서 작품 자체를 읽기 싫어하는 면도 있다. 부정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부분이다.
그런 문학적 아쉬움 속에서 마치 짙은 어둠에 한줄기 빛이 내려오는 것처럼 '결혼하지 않는 도시'는 내게 다가 왔다.
첫 인상이 참 좋았다. 과거의 결혼이야기로 시작하는 부분은 진짜 그 시대의 이야기처럼 사실적이게 다가 왔다. 솔직하게 말해서 개연성 확보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80년대 세대에겐 어머니 아버지 시대의 결혼이야기지만 흥미로웠고, 그 내용을 어머니께 확인까지도 하며 읽었다. 그 때는 그랬다고 하셨다. 가족 중에 장녀, 장남이 아이를 갖지 못하면 대를 잇기 위해 그 밑에 동생들의 자식 중에서 양자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지금에야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말이다. 소설 초반에선 페미니즘적인 성향도 느껴졌다. 여성으로서의 존중을 받지 않던 시기. 그 차별에 굴하지 않고 남성 중심의 우월주의를 깨부수 듯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여성상이 잘 표현되었다. 솔직히 페미니즘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소설 자체가 거부감이 들정도는 아니었다. 쉬운 단어와 간결한 문장은 가독성을 높혔고 장황한 설명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들었다.
인물이 처한 상황을 잘 알 수 있어서 내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가 쉬운 소설이었다. 마치 소설은 이렇게 써야하는 것처럼 내게 가르쳐주는 듯 했다. 우리 사회의 골치덩어리이자, 어쩌면 당연히 해야하는 결혼. 그 흥미로운 이야기 '결혼하지 않는 도시'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