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_나와 디탄_사철생_율리시즈 삶과 죽음. 그 사이를 걷는 사람. 그것이 인생일까. 나와 디탄을 읽으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작가 사철생이 15년 동안 사색하며 오고갔던 디탄 공원의 정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특별한 위로를 받거나 슬픈 상황을 보며 깊게 공감했다거나 절망적인 그의 인생을 보며 마음이 애잔했지만 그럼 에도 뭔가 잔잔했다. 디탄 공원에 내가 있는 기분이었다. 그곳에서 명상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죽음이란 건 누구나 알지만 인간의 운명이다. 그런데 작가 사철생은 죽음 앞에서 단단해 보였다. 젊음을 꽃피울 나이에 반신불수가 된 그의 인생. 그리고 일찍 찾아온 어머니의 죽음. 심각한 병마가 세번이나 찾아왔다. 그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 볼 순 없지만 웬지 모를 담담함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 책엔 그가 장애를 이겨내고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하던 원동력이 글쓰기였다고 한다. 한 친구는 그를 기다리는 무의식의 훌륭한 글들이 세상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런 삶의 이유는 내게 깊은 공감을 주었다. 안그래도 좋지 않은 평가로 거의 절필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위로받았다. 어머니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고 있는 자식의 마음은 어떨까. 청년 사철생은 밖에 나가자던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준다. 장애때문에 극단적이고 방어적이었던 태도를 고치고. 하지만 어머니는 자식 모르게 뒤에서 병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그렇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자식이랑 보내며 대화를 나누다, 차마 하던 말을 끊내지 못하고 잠시 나갔다가 온다던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했다. 밖에 나가서 피토를 하고 쓰러져 실려갔다. 그러곤 사철생과 여동생에게 마지막 말을 끝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나는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지금도 많이 아프신데.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순간이었다. 산문집이었지만 각각의 상황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특히 사철생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겪은 일화인데, 40대 남녀가 결혼을 앞둔 시기에 남자가 병에 걸렸다. 병상에 누워 있는 남자. 여자는 먼거리를 오가며 병간호를 하고. 남자는 헤어지자고 강하게 얘기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여자도 그 마음을 알면서도 어쩌질 못하는 마음. 특히 서로가 없을 때 혼잣말 하는 모습을 사철생이 보며 서로에게 전달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던 모습은 애절했다.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다지만. 책의 후반으로 가면 사철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은 디탄에서의 감정들을 다시 회상하며 마무리 된다. 평범하면서도 감성이 묻어난 문장. 거기에 깨달음이 있는 삶의 모습들. 잔잔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좋았고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의 가치를 있게하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억지스러운 꾸밈도 없이 사람의 마음을 애잔하게 하는 감동은 그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했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세상은 그럼 에도 살만한 가치가 있기에. 칼 루이으를 동경하고 숭배한다던 사철생은 정말 칼 루이스가 되었다. 그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의 심금을 울릴 것이며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p11 사람이 태어난 일은 논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이 준 그냥 한 가지가 사실일 뿐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 생명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줄 때, 이미 그에 따른 결과도 준비해두었다. 때문에 죽음은 급하게 바란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오게 되는 기념일이다. p62 벽을 보고 누워 있는 내 옆에 왕주임이 앉았다. 한동안 가만히 있더니 말을 했다. "책을 읽으렴. 너 독너 좋아하잖니? 사람은 하루라도 헌되이 살면 안 돼. 앞으로 일을 하게 되면 바빠서 시간이 없을 거란다. 그때는 지금 이 순간을 헌되이 보낸 걸 후회할지도 몰라." 그때 그 말이 죽고 싶은 마음을 없애주지는 못했지만, 나는 평생 이 말을 새겼다. p83 사람은 때로 혼자 조용히 생각할 때가 필요하고, 때로는 슬픔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된다. p130 우리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관점으로 다른 이의 사랑을 간섭하는 행위는 모두 다 역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나와디탄#사철생#율리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