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평점 :
서평_잔잔한 파도에 빠지다_아오바 유_사월이일
정말 잔잔한 파도에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사월이일 출판사는 앞전에 '파국'이란 소설로 꽤나 충격적이면서도 독특한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된 곳.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만 일본 소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자극 없는 순문학 스타일의 소설을 싫어하는 독자들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약간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감성도 느껴졌다. 파도의 잔잔함. 바로 이것이 이소설의 매력이다. 애초부터 표지가 파도를 담고 있다. 이것은 곧 소설 전체를 지배했으며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줏타의 신비스런 자작곡 또한 제목과 같았다. 음악을 주제로 참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개에 어색함도 없고 각 단락별로 소설을 이끌어가는 등장 인물이 달라지는 연작 소설이었다.
작가 아호바 유는 16세에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한 천재 작가였다. 이 소설의 집필 동기가 특이했다. 신인상을 받았을 때 무언가 사라진 느낌. 그건 뭐였을까, 부터였다고 한다. 작가의 실제 사진을 찾아 보았는데 참 애띤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런 외모에서 이토록 묵직한 감동을 주는 소설을 썼다는 아이러니함에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빨간색 전자 기타를 치는 싱어송라이터 줏타. 점잖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소신을 잃지않는 아티스트다. 소설에선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이십대 후반까지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가 걸어가는 인생을 독자들은 관조하며, 연관되는 밀접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적당히 긴장감 있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신비스런 가사엔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궁금증을 가지며 읽다보연 소설 속에 내가 스며들어 버린다. 삶 속에서 철학을 사유할 수 있었다. 그의 주변인들은 감성적 교류를 하면서도 결국은 각자의 인생 속으로 찾아들어 간다. 상실되어 버리는 느낌은 어쩌면 작가 아오바 유가 느꼈던 허무함의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한국적 감성의 소설과는 차별성이 있는 일본 특유의 느낌이 있지만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장르의 특성과는 별개로 줏타라는 뮤지션의 인생 다큐멘터리적이게 보였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음악 안에서의 상실과 예술, 슬픔과 사랑. 결국 그의 음악만 남은 것 같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우리 사회에 지친 감성을 적셔 주는 보석같은 이 소설이 아름답다.
p197
"그렇게 오지랖이 넓으면 피곤하지 않아요?"
"인간관계처럼 하찮으면서 재미있는 게 없거든."
p198
"우리는 누군가와 이어질 수밖에 없고, 누군가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향을 받게 돼.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이야. 자기 일은 자기가 정하면 돼. ...... 그런데도,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말이야, 거대한 연결 속에서 흔들리는 파도의 일부가 되어 있어. 나중에 돌이켜 보면, 내 행동이 내 의지가 아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런 거지, 자유의지 따위는 하찮은 거야"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