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아래 - 시체가 묻혀 있다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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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벚꽃나무 아래_가지이 모토지로_위북

'태평스러운 환자.'
가지이 모토지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이것이었다. 이 소설집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작가 연보가 나온다. 참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오셨던 분이셨고 폐병과 함께 여러 풍파도 많았던 외로운 젊은 작가였다. 일찍이 별이 되었지만 그의 훌륭한 소설을 읽으며 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태평스러운 환자'는 주인공 요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태평스럽다기 보다는 내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폐병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나름의 고찰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사회에 폐병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결핵은 현재 인류에게 정복이 된 병이긴 하지만 작가가 살았던 시대에는 치사율이 높았던 상당히 무서운 질병이었다고 알고 있다. 요시다는 젊은 나이에 폐병에 걸렸으며 외롭게 고통을 이겨내는 중이었다.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철없는 아들이었다. 그 와중에도 바깥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찾아온 불청객인 고양이를 혐오하면서도 감싸고 보살피기도 했다. 폐병 환자들의 소문을 들으며 은근히 치료의 희망을 가져 보지만 대부분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 해버렸다. 오죽하면 정석적인 의학 치료가 아니라 민간요법을 생각 했을까, 싶다. 더 나아가 사이비 종교인에게 까지 휘말릴 뻔한 이야기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볼 때 요시다 본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민들을 대표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폐병에 걸렸을 때 송사리를 먹으면 낫는다. 죽은 사람의 골수를 삶아 먹으면 낫는다. 목 메어 죽은 사람의 밧줄을 먹으면 낫는다. 
지금에야 들으면 콧방귀도 안낄 치료법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치료에 대한 간절함이 얼마나 극에 달했으면 이런 얘기들이 떠도는 건가 싶었다. 요시다는 풍문으로만 듣고 본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설은 가지이 모토지로 작가의 자전적인 글처럼 느껴졌다. 이야기 자체는 수필같은 느낌이었고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 맞을 것이다. 극적인 사건이나 긴장감은 없었지만 시종일관 베어 있는 음울한 분위기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 비극적 상황을 소설로서 담담하게 써내려간 일본 사회의 서민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사하지만 이면엔 슬픔을 갖고 있는 벚꽃같던 그의 인생은 이 소설집 안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p41
병이란 결코 학교의 행군처럼 견딜 수 없는 약한 사람을 행군에서 제외시켜 주지 않는다. 마지막 죽음의 골로 갈 때까지는 어떤 호걸이든 겁쟁이든 모두 같은 줄에 서서 마지못해 질질 끌려가는 것이다.

단편소설 출간 순서.
레몬-칠엽수꽃-눈내린뒤-K의 죽음-겨울파리-어느벼랑위에서 느낀 감정-벚꽃나무 아래-애무.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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