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_우리가 모르는 이웃_박애진_들녘 참 잘 쓴 소설이다. 불편하게 꾸미지 않은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이 술술 잘 읽힌다. 그래 맛있다고 하자. 인물 구성도 단순하면서 구차한 설명도 없기에 전개도 시원하다. 일인칭시점으로 쓰여진 것이 마치 실제적인 이야기처럼 실감났다. 주인공 나는 이름이 없는 점도 흥미를 돋우게 했다. 소재도 특이점이 있다. 천년 묵은 여우 구미호의 이야기처럼 보여졌는데 마치 변주곡처럼 개별성이 느껴졌다. 물론 여우는 아니고 괴물도 사람도 아닌 종족적 특성을 보였다. 자손은 무조건 딸이고 이십대 중반부터 백년간 늙지 않는다. 백년이 되기 전 남자의 간을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는 존재. 하지만 그 영생에 가까운 삶은 사랑을 하게되는 순간 평범한 인간이 되어 보통의 삶을 살다 죽는다. 사랑 때문에. 자손들은 세대를 거슬러 선조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여기서 느낀 건 사랑의 진실성이 천년의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 라는 거였는데 주인공의 엄마는 행복했으나 그 위 할머니부터는 모진 시집살이를 하며 고생했고 대부분의 조상들이 그러했다. 물론 부유한 경우도 있었는데 사랑을 위해 천년장생을 포기한건 결국 선택의 문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은 99번째 손녀이자 윗대 조상들로부터 천년장생을 이루길 기원 받았다. 일부 페미니즘적인 것과 퀴어 로맨스도 살짝 있었는데 그렇게 거북하거나 하진 않았다. 주인공은 고민한다. 의미없는 인생에 대해서. 엄마 아빠의 죽음으로 주위 친척들과 자연스레 멀어지고 신분을 세탁하여 새 사람으로 살아간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는데 여전히 외모는 이십대 중반으로 젊은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백년의 젊음도 진정한 행복없이 외로움으로만 채워져 있다면 무슨 의미일까, 싶다. 그럼에도 젊게 사는 것 자체는 좋은 것 같다. 한가지 분명한 건 질병이나 사고 없이 불사신이 되는 건 아니었다. 소설이면서 실존주의적 삶을 사유하게 해서 좋았다. 백년을 늙지않고 산다는 건 그 나름의 인생적 리듬이 생겨서 적응하며 살 것 같다. 근데 사람의 간을 먹고 천년을 사는 건 좀 더 고민해 볼 문제같다. 그래도 남들 보다 장수할 수 있는 건 인간이라면 내면으로든 외면으로든 바라는 점이기도 했다. 마지막은 극적인 반전이 있다. 김진익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어 사랑과 천년장생 사이에서 주인공은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남자가 진도를 너무 안나가서 주인공은 답답하다. 목적을 위해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이야기가 다분히 한국적이다. 마치 우리 전래 동화의 노블 문학을 읽는 느낌이었는데 재미도 있고 삶을 사유 할 수 있는 철학적인 면도 있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