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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_17일_롤라 라퐁_문예출판사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르는, 아마도 여성일 것 같지만. 인간의 눈이 떡하니 있다. 그것이 분노의 눈빛인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려는 것인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분홍색을 사용한 것도 특별함이 있었다. 단순히 만들어졌다기 보단 상징성을 담고 있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17일.
"세뇌인가 선택인가."
1974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 스톡홀름 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심리학용어인 스톡홀름 신드롬.
간단히 말해 납치당한 여성이 범인을 사랑하게 된다는 그런 뜻이었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이면엔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들이 많았다.
문득 '17일' 에서 다룬 사건과 유사 사건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납치 사건과 일맥상통 할 순 없지만 인질이 범인과 살인 공조를 하거나 범죄를 은닉하려는데 협력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다.
이 소설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재판 과정에서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진 제네바의 조사 과정이다. 진 제너바는 퍼트리샤의 변호사에게 사건 분석을 의뢰를 받는다. 사실 이 사건은 대략적인 것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설은 소설일 뿐 너무 사실이라 치부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이를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인질이 범인을 사랑한다는 스톡홀름 신드롬은 꽤나 매력적인 소재이지 않은가.
처음엔 사건 위주로 전개되며 퍼트리샤 허스트의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봤는데 예상과는 달라서 당황스럽긴 했다. 진 제네바, 비올렌 두 여성이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며 보고서를 썼고, 그러다가 녹음 된 페트리샤 허스트의 육성을 들으며 심리 분석을 한다. 사실 사건 외의 두 여성의 이야기는 살짝 진부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다 할 액션이나 긴장감도 없었고 그냥 보고서를 작성하며 겪는 두 사람 간의 상황이 다였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평범하기까지 해서 언제 사건 이야기를 하는 건가, 하며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그러니까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이라고 생각할 순 없었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 사건에 관한 실화이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스릴러적 매력을 기대한다기 보다 이 사건의 이면적 진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며 읽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당시 사회적 상황이 놀라웠다. 부유한 국가 미국에서 조차 굶고 사는 가난한 빈민들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SLA라는 무장 단체도 납치 범죄를 저질렀지만 자신들 나름의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퍼트리샤 허스트를 인질로 삼았던 것이었다. 그녀는 최상류층에 속한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으며 아버지는 언론매체를 쥐락 펴락하는 절대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회적 위치를 기반으로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이 되고 약혼식까지 그녀가 성장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퍼트리샤 허스트의 성격적인 면을 토대로 그녀는 납치범들과 타협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그것이 본인의 뜻인지 아니면 세뇌를 당한 것인지 알 순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사회적인 억압에 대항하려는 타고난 성격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옳은 정의를 스스로 판단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모든 정황이 드라마틱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소설이지만 단순하게만 생각해왔던 사건을 좀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고 내가 그 사건에 가까이 다가서서 정의를 판단 할 수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분명 납치는 나쁜 범죄지만 독자는 그게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는 건 인간의 '길티 플래슈어' 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