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김미리 지음, 이지연 그림 / 단한권의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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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주말여행_김미리_단한권의책


김미리 작가님의 소설에는 감성이 있다. 인생이 있다. 삶의 소소함이 있고 그 안에 스며드는 서늘한 공포가 있다. 그것이 아름답기도 하고, 때론 불타오르는 저주이기도 하고. 사랑의 전주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참 잘 쓴 소설이다. 간결한 문장, 과함 없는 묘사,  그러면서도 세세하게 느껴지는 인물들의 감정선. 그럴 법한 전개는 어색함 없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마치 잘 내린 아메리카노 드립커피처럼 말이다. 유능한 바리스타의 솜씨에 독자는 그저 그 맛을 음미하며 인생의 쓴맛, 단맛, 신맛 등을 다양하게 느낀다. 작가님의 소설은 그랬다.

커피예찬? 
호러예찬.

상처받은 인생 속에 우리가 깨우쳐야 할 교훈들도 있었다. 탁월함이 묻어나는 소중한 소설들을 독자는 기꺼이 읽어줘야 할 것만 같다. 사실 너무 지나치게 잔인한 건 무섭기 보단 그냥 짜증이 난다. 이게 소설인지 잔인함 자체를 찬미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주말 여행>은 예리했다. 살육이 마치 화성학의 진행처럼 조화로웠다. 호러 독자들의 니즈를 잘 알고 있는 듯이 말이다. 물론 작가와 독자들 사이의 줄다리기처럼 서로가 서로를 위해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타협할 필요는 있다. 내가 그랬다. 역시 이 소설은 재미있다.

<주말 여행>을 읽고 무서워서 애인이랑 여행을 가겠나, 싶다. 사람의 이중성은 참 무섭다. 특히나 점잖고 선해보이는 사람이 차갑게 변하면 공포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다. 사랑 안의 배신과 증오, 복수, 살인까지 아주 빠르고 리드미컬한 전개가 압권이다. 물론 시작은 여느 부부와 다름 없었다. 평범했다. 잔소리하는 아내, 그걸 받아주는 남편 그리고 예정에 없던 깜짝 주말 여행. 그런데 남편으로부터 받은 배신감과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 된 것 같았다. 짜증내는 아내 현주. 남편 인택은 바람도 나고, 주식으로 돈도 날리고, 결혼 3년차면 아직도 신혼이고 풋풋할텐데. 마치 이혼 직전, 위기의 부부였다. 이 소설의 매력은 인택과 현주의 묘한 심리 발등과 긴장감 있는 상황 전개였다. 푸른 숲 펜션 안에서 펼쳐지는  살인의 시간. 어두운 밤 태풍으로 인해 비바람이 몰아치고, 예약자들을 굳은 날씨에 취소를 하고, 물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살인자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건지. 아무도 없는 펜션엔 주인 부부와 손님 부부 뿐이었던 것 같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며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는 현주 그리고 살인의 파티를 준비하는 인택. 그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 마치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생생한 상황 묘사가 탁월했다. 그리고 당연할 것만 같았던 결말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치닫는다. 보통 표지 그림 외에는 내지에 삽화를 넣는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 범행의 현장을 그린 일러스트가 있어서 긴장감을 더했다. 그리고 머릿 속에 그릴 수가 있어서 한편으론 삽화를 넣는 것도 이해를 돕기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읽고나니까 섬뜩했다. 어쩌면 정말 그런 일이 있을 법했으니까, 말이다. 뉴스 매체를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접했던 어떤 살인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인터넷의 세계는 마치 흥신소처럼 없는게 없다. 의지만 있으면 사람 목숨을 어찌저찌 하는 건 일도 아닌 듯하고 그 방법까지 상세하게 나와있으니까 말이다. 원한 관계의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살인의 참극. 뿐만 아니라 치정 관계나 금전 문제의 경우가 다반사지만 가족, 친척이라도 사람일은 모르는 것 같다. 그거야 말로 그 어떤 공포 소재보다도 소름끼치고 무서운 것 같다. 가까이에 있고 일상적인 공포. 요새 주목받는 공포 소재가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미리 작가님의 <주말 여행>은 읽을 땐 긴장하며 읽었지만 그 뒤에 은근히 스며드는 공포감이 압권인 소설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일상. 그러나 갑자기 찾아오는. 그것이 진정한 공포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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