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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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예루살렘 해변_이도 게펜_문학세계사

참 독특한 소설이다. 92년생 작가 의 인생 안에서 어떻게 이런 소재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하며 감탄했다. 예루살렘엔 바다가 없다. 허나 그건 주인공 내면의 바다요, 무의식의 세계 속에 존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왠지 모를 추억으로의 여행이었다. 과거 젊은 시절의 새미와 60년후 노인이 되어 다시 찾은 새미의 현재. 세월에 농익은 마음가짐과 노쇠해버린 신체. 그리고 젊은 청년들을 향한 불편한 심기와 함께 잦아드는 즐거움. 그 즐거움은 젊음을 바라보면서도 내 추억을 그들에게 심어놓는 듯 했다. 노인도 머나먼 과거엔 청년이었고, 아이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해변>은 노인 요양원에 가기 전날 아내 릴리안과 존재하지 않는 예루살렘의 바다를 찾아 남편 새미와 도시 여행을 떠나는 로드무비 형식의 소설이다. 나는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웬지 모를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결국 나도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될 것이고 지금도 서서히 늙어가고 있는 건 진리이기 때문이다. 짧은 소설이었지만 묘한 그리움을 느꼈다. 어느덧 청년기가 저물어 청년, 중장년, 노년이 되기까지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새미의 아내 릴리안의 머리가 바람결에 날리자 휑하니 들어나는 정수리. 그걸 얼른 가려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폰으로 시끄럽게 음악을 트는 청년 무리를 향해 당차게 음악을 꺼달라고 하는 새미의 모습은 영락없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는 바다가 없음에도 아내를 위해 기꺼이 상점 직원에게 당당하게 바다가 어딨냐고 묻는 새미. 그 어이없는 질문에 상점 직원은 말문이 막혀 버리지만 거기에 더해 릴리안은 남편의 편을 든다. 왜 대답을 하지 않냐고. 그 모습에서 노인 부부와 사회의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노인이니까, 나이 많은 어르신이니까, 아니면 노망 든 노인들이 미친 소리를 하는구나 치부해버리는 사회. 그래도 결국 노인은 꿋꿋하게 자기 의지대로 밀고 나갔다. 더 이상해지는 분위기를 얼른 끊고 새미는 아내를 이끌어 그곳을 벗어났다. 
어느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차는 모습을 보며 박수치고 환호하는 릴리안. 그러나 곧 아이들이 모르고 찬 공에 머리를 맞아버렸다. 새미는 놀라며 아내를 보호했고 분노에  찬 마음으로 과일을 썰던 과도로 아이들의 공을 찢어버리고 바람을 빼며 돌려준다. 
새미의 아내 릴리안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
출처: 네이버 사전.

곧 아내의 기억은 상실되며 이곳이 어디인지 조차 모르게 되지만 여전히 부부는 바다를 찾고 있었고, 릴리안은 기대하고 있었다. 
바다.. 새미가 만들어 낸 바다는 놀라웠다. 
사실 별 것 아니었지만.

예루살렘에는 바다가 없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바다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건 노인들의 추억 속에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회와는 동떨어진 내  존재. 그러나 함께하는 이가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이 바다를 공유하는 부부는 아름다웠다. 

이 책은 <예루살렘 해변>을 비롯하여 다양한 소설이 엮인 단편집이다. 이 작품집으로 이스라엘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몇몇 작품은 판권이 팔려 영화화 될 것이라고 한다.
이도 게펜이 차기작을 출판하면서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한하면 그를 보러 꼭 가고 싶다. 한국음식을 참 좋아하는 분이셨다.
이 책을 온 열정을 쏟아 번역하신 임재희 번역가님의 후기가 글의 뒷면에 있는데 그 부분을 참고해서 읽고 싶은 단편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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