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더클래식 한국문학 컬렉션 1
김승옥 지음 / 더클래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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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무진기행_김승옥_더클래식


상실 된 사람들. 채워지지 않은 각자의 불완전한 인생들. <무진기행>은 무진으로 가는 단순한 기행 소설이 아니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실 된 무언가를 서로가 채워주고 있었다. 그렇게 보이면서도 사회적인 위치에 따라 차별받고 차별하는 잔인성은 드러나지 않는 칼날 같았다. 상실의 세계. 그것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쓸쓸하고 고요했다. 한 여자와의 애매한 관계 속에서 우러나오는 성욕의 본능. 그저 채우고 싶어했던,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행동은 인간의 가려진 이면처럼 느껴졌다. 불륜의 사랑이 될 것 같으면서도 그저 연민인지도 모를 남자의 행동. 결국 편지지를 찢어버리고 잊히는 것은 상실된 과거의 자신에게서 어떤 해결점을 찾는 듯 보였다. 결국은 돌아가야 할 곳으로 가야하는 건가 싶었다.

<무진기행>의 유려한 문장은 오감을 자극하 듯 다채로움이 있었다. 6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 듯 통금 시간에 맞춰 울리는 사이렌은 묘한 긴장감을 준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이 소설 속에 표기가 되고. 잠들지 못하늑 남자. 결국 통금이 풀리는 사이렌이 울리기 까지의 기다림은 한 여인 때문에 설레여서 밤잠을 설치는게 아니었다. 그 날 아침, 자살 해서 방죽 개울에 엎어져 죽어있는 술집 여인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죽음을 잠들지 못한 자신과 연결지었다. 여인의 죽음과 남자의 존재. 그것도 결국 상실이었던 것 같다.

<생명연습>에선 어느 다방에 있는 교수와 제자의 평범한 만남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은근히 드러나는 교수의 과거와 제자의 어린 시절. 그것이 교차되어 두 사람의 내면의 심리가 인생 속에 스며들어 보였다. 두 사람의 과거는 결국 여미지 못한 하나의 상처이자 상실 된 사랑이었고, 가슴 속에 가두어 둔 정체된 추억으로 보여진다. 그것이 인생 전반을 지배하며 트라우마로 작용하진 않았지만 제목처럼 인생의 내적 생명성을 채우는 서로간의 인생 연습이었던 것 같다. 심각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교수는 순간으로 당황하기도 했다. 불편한 듯 하면서도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이야기. 그 끝은 분명치 않은 해결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사랑의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해석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이다.

김승옥 작가님의 <무진기행>은 인간의 상실에 대해 무릇 긴장감을 준다.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한편으론 안타까우면서도 주인공에 대해 심리적 동의를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감정이 흐르는대로 따라가는 나 자신을 보면 또 묘한 죄책감도 느낀다. 소설을 읽는 재미와 매력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 된다. 실제적이지 않지만 그럴 법한 현실.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뒤떨어진 시대상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상실감을 느끼고 소설과 교감하는 것이 소설을 읽는 이유인 것 같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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