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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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소년과 개>_하세 세이슈_손예리옮김_창심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개가 나오는 소설은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과 앙드레 알렉시스의 <열다섯 마리 개>를 읽은 적이 있다. 야성의 부름은 헤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어 감동의 재미를 더했었다.


<소년과 개>는 위 두 작품과는 다른 느낌이다. 사실 비슷할 거라는 선입견을 두고 읽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2020년 영예의 나오키상을 일곱번의 도전 끝에 수상한 집념의 작가 하세 세이슈. 출간 이후 26만부나 판매 된 대작이 되었으며 세계 각지에서 다른 나라의 언어로 출판 의뢰가 들어온다고 한다.


표지에 나오는 그림이 공식적인 일러스트인 것 같다. 셰퍼드지만 순종은 아니고 믹스견이다. 개인적으로 잡종이라는 단어보다 믹스견이 어감이 좋았다. 더 비틀어서 미그스견이라고 하고 싶다. 이 그림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영상화가 훨씬 잘 되었다. 


<소년과 개>는 연작소설이다. 다몬이라고 불리는 개가 몇차례 다른 주인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다. 가장 큰 사건은 쓰나미로 인한 자연재해였다. 다몬은 주인을 잃고 떠돌이 개가 되면서 여러 새 주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목걸이에 씌어진 원래 이름을 불러주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사라지면서 새 주인들에게 새로운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남자, 도둑, 부부, 매춘부, 노인, 소년으로 이어지며 5년간의 시간적 흐름 속에 있다. 그 기간동안 다몬은 주인을 만나기 위해 도시를 떠돌고 숲을 헤매인다. 그 개의 삶은 결코 좋지 못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정착하며 사는 곳도 없었기에 늘 굶어서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였다. 늘 죽음 근처까지가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 인간에게 구조가 된다. 마치 자신을 구해주길 바래왔던 것처럼. 그 사람을 꼭 만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그들은 주인이라 할 순 없고 잠시 잠깐의 인연이자 길동무였다. 하지만 만남들 속에서도 각자의 인생 풍파가 있었고 행복하지 않은 비극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인생들이 따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여 순종하는 다몬이 있다. 다몬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들을 따른다. 따스함으로 정을 나누며 개와 인간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진짜 주인에게 돌아가고자 하는 행동은 그들로 하여금 이별을 받아들이며 다몬을 풀어주게 끔 한다. 늘 돌아가려는 방항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세 세이슈 작가의 이름이 독특하다. 필명이었다. 세계적인 영화 배우 주성치의 이름을 일본어로 거꾸로하면 그리 된다고 했는데 이름 만큼  독특한 작가라고 한다. <소년과 개>는 번역도 참 잘된 소설이지만 가독성도 너무 좋았다. 장황한 개념 설명도 없었고 대사량도 많아서 웹소설처럼 술술 읽혀졌다. 사건의 개연성도 좋아서 실화소설 같았다. 각 등장인물들의 인생도 그럴 법해서 과함과 덜함도 없이 딱이었다. 머릿속에 이미지화가 잘 되었다. 그리고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있는 진행은 책의 재미를 더했다. 정확히는 혼합 장르 소설이었다. 개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면서 미스터리 스릴러였고, 전체적으론 재난 소설이었다. 그러면서 연속되는 진행은 다몬이라는 개를 중심으로 하나의 틀을 이루었다. 흥미로운 건 다몬은 주인공이었지만 인간의 곁에 머무는 바라보는 존재였다. 사람과 함께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것도 아니다. 고통을 받는다고 해서 힘든 내색도 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는 개가 우리들에게 가르쳐주는 인생의 미덕처럼 보였다. 


p7
개는 우리에게 늘 가르쳐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며, 인간적인 계산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야말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영혼과 영혼의 소통이야말로 인류라는 어리석은 종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p270
개는 말은 못알아들어도 사람의 의사를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말을 걸면 유대관계가 깊어진다. 만일의 사태에 무엇보다도 도움이 된는 것이 사람과 개의 강한 유대관계다.


p272
야이치는 사람에게 개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이라는 어리석은 종을 위해 하느님 또는 부처님이 보내 준 생명체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람에게 다가와 준다. 이런 동물은 또 없다.



개는 사람에게는 없는 제 3의 보이지 않는 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소년과 개>의 마지막이 전해주던 감동이 있다. 오랜 세월동안 주인을 찾아 헤매던 다몬의 어떤 목적성은 일편단심의 사랑과 바라지 않는 희생이었던 것 같다. 마치 그렇게 되는 줄 인간들 보다 먼저 알고 있는 행동의 감각들 말이다. 이야기는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극적 슬픔을 담고 있었다. 인생이 그렇다고 본다면 한편으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음이 흘러 늙게되고. 자연스럽게 노년의 삶에 접어든다.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을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그 속에서 주위 사람들은 하나 둘 생을 다해 사라져 간다. 예상치 못한 죽음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인연은 사라지며 점점 비워져간다. 결국 죽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내 가까이에 있으며 운명이란 걸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건 다같은 마음 일 것이다. 


소설 <소년과 개>는 사람들의 인생 속에서 치유와 희망을 느끼게 해주었다. 소소한 행복 속에서 미소 짓기도 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나갈 용기를 주기도 했다.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결국 그들은 다몬의 삶을 존중하며 그 개가 스스로 살아가도록 놓아주는 미덕을 발휘한다. 진짜 주인을 만나길 바랬다. 그게 하나의 선택이자 읽는 이들에겐 감동을 주었으며 이 책이 가르쳐주는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이 험악하고 사람들간의 단절된 정은 얼음장 보다도 차갑지만 이 따스한 소설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아본다. 세상은 현재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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