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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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겨울 장면>_김엄지_작가정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겨울 장면>은 책의 표지부터가 특이했던 그림이라 많은 상상이 들게했다. 아래엔 산이 있고 위쪽엔 별. 그리고 보름달. 근데 붉은 태양같기도 하다. 오른쪽으로 나무 숲같은 무늬가 있고 그 반대는 또 산이다. 중앙엔 호수가있다. 숲과 나무사이의 호수. 꼭 사람의 얼굴 모양이다. 내 얼굴이 비치진 않지만 마치 거울같기도 하다.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는 듯한 소설이라고 하면될까. 일반적으로 이해되기는 어려운 느낌이었다.

초현실주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20세기의 문학·예술사조.
출처: 네이버백과

 그리고 앞뒤 문맥을 따지는 것도 무의미했다. A다음 B가 와야하는데 E가 되었다가도 다시 C로 오는 것처럼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니었다. 또한 인문학적이라거나 다분히 철학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R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R로 끝나게 되는 감성적이면서도 불편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듯하면서도 현실이 아니고 또 비현실이고. 사실 진실이란 것을 찾는 것 조차도 맞는건가 싶기도 하다. 결국 이건 작가 김엄지식 색채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독특했다. 작가가 글로 그리는 그림에 우리는 그저 머무르면 된다. 그리고 이끄는대로 따라가며 감정의 변화들을 우리가 느끼면 된다. 내가 가진 감각기관을 총동원 하면된다. 정답도 없다. 내 생각도 맞고 다른 독자들의 생각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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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마치 일본의 추리 소설 4대 기서같은 난해함이 있었다. 해석하려 들면 골치아프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아마도 중도 포기자도 속출 할 것 같다.


R에겐 다분히 정신 분열적이며 망상과 망언, 비현실성이 있다. 그렇다고 R이 치료를 하거나 하는 행위도 없다. 재밌는 건 단 한번도 그런 정신병에 대한 언급은 없다. 역시 진실과 허구의 애매함 있다. 예를들연 R이 발목이 다쳐서 치료를 하는데 의사가 그가 말했던 것들을 얘기해준다. 카레를 먹었다는 얘기. 그러나 그는 기억을 못한다. R은 정상이 아니었다. 결코 밝지는 않았으며 어두웠다. 축축히 젖어 있는 옷. 제인 호수에서의 환상. 아름답지만 춥고 습한 느낌.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아내. 아내에게 줄 선물을 처음보는 여자에게 주는 행위. 어쩌면 모두가 그가 만들어 낸 망상은 아닐까, 싶다. 그는 고독하다. 그렇다고 안타까운 마음은 안든다. 익숙한 일상을 사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우리들이 사는 세상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내면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어떤 분노의 표현같기도 하다. 어떤 대상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 그렇지만 현실은 의식에 막혀서 그저 허상일 뿐인 것들. 기쁨도 없고 그렇다고 슬픔도 없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수록된 에세이는 진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확히 내가 누구인지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에세이라고 했으니까 작가일 것이다, 라고 해야할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이 상징하는 것이 우리 무의식의 불편함 그 자체 인지도 모르겠다.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은. 무엇이 내게  남은건지 모를 애매함은 지금도 정리가 안되는 것 같다. <겨울 장면>이라는 제목이 주는 것처럼 겨울의 이야기와 R이라는 인물의 삶의 조각들을 살펴보며 에세이가 주는 의미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한다. 역시 기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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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없이 시작되는 글, 목차는 <겨울 장면>과 에세이, 끝. 소설이 말하고자 했던 후기나 해설이 없어서 한참 동안을 나와 내가 소설에 대해 얘기했다. 그만큼 이소설에 내게 준 충격이 있었고 혼란스러움은 좀 처럼 가라 앉지 않았다. 초현실주의 그림을 감성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이 책도 읽는 독자들에게 잘 스며들 것 같다.


<메모>

p23
사람들이 제인호수에 몸을 던지는 이유는, 그게 하나의 유행이기 때문이라고, R은 생각했다. 충분히 깊고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끌리고, 아름다움을 참지 못한다. 그저 삼켜지는 아름다움은 없다. 기어이 감탄을 내뱉는다. 회자되고 회자되어 누군가의 귀까지 들려오는 소문이 된다. 유행이 된다. 오 나도 꼭 거기서 죽어야지. 누구나 한 번쯤 결심하는 날이 있다. 

P32
죄가 없는데도 죄인이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도망가는 사람들이에요. 도망자는 자유를 꿈꾸지만 결국엔 숨어서 자기검열을 시작한다고 해요. 그 후로는 죄의식으로만 산대요. 죄의식만큼 인간다운 게 없다고 해요. 얼음호수에 나타난 아내가 말했다.

p39

R과 아내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두서 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어요?
더 할 수도 있었지.
슬픔은 갈비뼈로 와요. 슬퍼서 그랬어요.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망가진 것들에서는 반드시 소리가 나요.
이렇게까지 해야만 해.


-직접 대화는 아니고 전개상 느껴지는 R과 아내의 내적 심리부분 같다.-

p77
내가 넘어진 것은 어쩌면 자의였는지도 모른다. 이건 R의 오해였다.
밀어내면 멀어지는 시간.
낱낱이, 쇠구슬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시간.
다시 발치로 굴러오는 시간.
아무도 모르게 증발하는 시간.
구정물처럼 눈앞에 튀는 시간.
튀어 오르는 빗물과 얼굴 앞에 고함.

p94
R은 이미 다 본 장면 같다.
거세게 불어 닥칠 바람과 공중에서 끊어질 얇은 줄,
그 아래를 멈칫거리며 걷는 노인을.
얇은 줄에 목이 휘감겨 버둥거리는 R과.
카페 의자에 앉은 R이 길바닥에 드러누운 R을 내려다보고.
R보다 더 많은 R이 거리를 배회한다.
그 어떤 R도 사라지지 않는다.

카페 안에 흐르던 캐럴이 끝이 난다.
크리스마스는 오래전부터 반복해서 끝이났다. 크리스마스와 크리스마스가 지나 다시 크리스마스 뒤에 영원히 시작되지 않을 크리스마스가 있다.

R은 방금 끝난 캐럴을 흥얼거려 본다.
R의 허밍이 카페 안에 흐르고, 카페의 모두 R을 본다.

-세상과 나를 일치하게 하는 내면의 정신 세계. 그리고 반복 되는 축복의 날 그리고 그 끝은 영원히 오지 않을 크리스마스는 유한한 인생이며 곧 나의 죽음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런 축복의 날을 기념하며 노래부르는 R에게 세상의 시선은 그리 곱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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