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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서평]<달에 울다>_미루야마 겐지_한성례옮김_자음과모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달에 울다.>참 특이한 소설이었다. 독특하다. 이런 소설은 처음 봤다. 훌륭한 소설임에는 틀림없지만 호불호가가 분명 갈릴 것 같다.
소설의 표지를 봤다. 우중충한 어두운 밤. 오른쪽 하늘에 달이 하나 떠있다. 그리고 새들이 날라다닌다. 아마도 까마귀같은게 아닐까 싶다. 밝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대지위에 한그루 나무가 있다. 세월을 지닌 마른 나무가 고독해 보였다. 소설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잘 그려진 그림이었다.
<달에 울다> 는 시소설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 미루야마 겐지가 한 말이 있는데 그는 '소설은 너무 이완되어 있고 시는 너무 긴장되어 있으며 이 두 장르의 중간이 영화이다.' 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시 같기도 하고 소설같기도 해서 금방 읽혀지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시의 감성있어서 향기도 느껴지고, 그림처럼 그려지기도 하며 손으로 만지는 듯한 촉감도 있었다. 표현 또한 섬세하다.
이쯤에서 다시 호불호가 이야기를 해보자. 아마도 여성분들에겐 다소 거북할 수도 있겠다. 남녀간의 정사 장면이 나오고 생각보다도 훨씬 강렬했다. 사실 뜬금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야에코라는 여인의 분노처럼 보여졌다. 어린 시절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사람에 대한 증오, 인생에 대한 처절한 분노가 그런 행위로 표현 되어졌을 것 같다. 사랑이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 주인공으로서의'나' 와 야에코는 사랑이 되어가는 과정이 없었다. 그저 맹목적인 남자의 짝사랑이었고 여자는 그런 그에게 성적인 대상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달에 울다> 는 대사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시적인 특성때문에 그런게 없어도 전개를 이해 할 수 있었고 충분했다. 이때문에 일반적인 웹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겐 낯설면서도 지루할 것 같다. 허나 개인적으론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소설로서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해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 소설이 그리는 그림을 이해해야 재미를 충분히 느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면서도 고독하고 슬프며 세상과 단절 된 채사는 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도시적인 삶은 어쩌면 미루야마 겐지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 소설도 훌륭했지만 그가 걸어온 작가의 길은 충격적이묀서도 분명한 선이 있고 강단이 있어 보였다.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진짜 작가가 누군가 라고 한다면 그를 꼽고 싶다. 오로지 작품완성을 목표로 세상과 단절한 채 철저한 자기 관리 속에서 꾸준히 만들어 낸 작품들은 존중받을만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다.
이 소설은 외롭다. 외롭고 외로워서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과 고독한 중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인생의 한 단편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남는 것이 없는 무소유라는 건 이 소설을 두고 해도 될 말 같았다. 무소유지만 그의 추억들은 소유하고 있는 지난 인생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계절을 거쳐 오며 열살 시절부터 십년씩 거슬러 올라가는 인생 속에 내가 꺼낸 계절의 병풍들. 그리고 비파를 연주하는 눈먼 법사를 통해 심적 자유를 누리는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 냈다. 결국 법사는 나였고 나 또한 법사가 되었다. 비파 연주는 소설이 그리는 그림에 청각적인 생로병사를 담은 음악 같았다. 비파소리를 들으면 조용하면서도 담대함을 갖춘 격이 느껴진다. 소설을 다채롭게 만들던 하나의 장치였다. <달에 울다>는 소설을 읽는게 아니라 소설에 스며들어 느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책은 시소설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었다. 작가 <미루야마 겐지>는 정식 작가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이런 작품을 꺼냈다. 그는 천재임이 분명한 것 같다. 매년 한작품 이상 꾸준히 써내온 건 쉽지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풍을 감히 흉내내기는 힘들 듯하다. 이건 이대로의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서 다소 중심을 종 벗어나긴 했지만 그 만큼 <달에 울다> 는 내게 신선함을 준 훌륭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