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인간
이훈보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서평]<그늘의 인간>_이훈보_바른북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특이한 책이었다. 에세이인 것 같으면서도, 인문학 책 같고. 굴 직한 분량이 꽤나 두툼하다. <굿즈>로 책갈피도 서비스로 준다. 미니멀한 표지 그림은 블랙 앤 화이트 컬러의 조화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준다. 

작가님은 인문학 관련 석박사도 아니셨고 경력 또한 이런 삶의 주제를 다루기에는 평범해 보였다. 독립 잡지 <월간 이리>를 낸 편집장이자 커피 로스터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깐 이 책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한두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들과 늘 고민해왔던 삶의 본질을 다룬다. 그렇다고 저명한 석학들의 이론을 끌어와 증명하듯 다룬 학술지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지만 커피 로스터라는 작가님의 직업 때문인지는 몰라도 따듯하게 내린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며 함께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겁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인생의 이유들을 본인의 삶에 빗대어 얘기하는 것들이었다. 

내용은 우리가 태어난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한다. 아담한 분량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이어져간다. 중구난방 연관성 없는 주제들이지만 그 이유를 독자들에게 설명을 한다. 기대감을 가졌을 독자들을 위해 어쩌면 혼란스러울 법하기도 했기에 양해를 구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님의 그런 문장을 보며 나도 심각하지 않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읽었다. 인문학이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 책은 전문적인 학술서는 아니다. 작가님이 살아온 인생의 물음들을 인문학적 방향으로 담담하게 이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내 생각들을 읎조리며 얘기할 수 있었고 맞는 건 '맞다.'아닌 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게 이 책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작가님도 그렇게 읽히길 원하는 것 같았다. 뒤표지 안쪽에도 친절하게 이메일 주소가 있다. 어땠는지 고견을 보내주면 된다. 그리고 읽었으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라는 문장도 있다. 

<재미 있게 읽으셨으면
친구에게 빌려주세요.>

나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몇 장 남지 않은 내 소중한 북 커버를 이 책을 위해 썼다. 씌우고 보니 예쁘다. 그냥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순백의 표지를 내 손때를 묻히기 싫은 이유도 있었고 아껴두며 읽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빌려주거나 꺼내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책으로 두고 싶다.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하여 사는 것일까?
어른에 대하여.
돈에 대하여.
친구에 대하여.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등등.

자본주의 사용법들.


초등학교 시절의 작가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인정해야만 하는 것에 일종의 회의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당시 선생님의 질문이었던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질문에 홀로 손을 드는 기이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어떤 것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고 있으며 수긍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혼자만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사회 공동체적 분위기를 깨는 행동. 선생님의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에 '부자가 되면 나쁜 사람이 되니까요.' 참 어린이 다운 순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석에 정답은 없지만 아이는 순수한 게 맞는 것 같다. 물론 나머지 손을 안 든 어린이들이 순수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작가님의 책을 읽어가며 한편으로는 특이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스며들었는데 이런 부분이 그랬다. '사람은 태어나니까 사는 것이다.' '왜 태어났느냐.'에 대한 심플한 작가님의 답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다는 것조차도 그건 <각자도생>의 한 방법인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태어나서 산다.'라는 게 맞는 뜻 같았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태어나기 전에 미지의 저편에서 행복하기 위해서 계획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생물학적 변이로 우리는 태어난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작가님은 심각할 필요도 없이 시원하게 얘기를 해버리셨고 나머지는 책을 읽는 우리가 해석해야 할 것들이었다. 의외의 단순함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올해는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아무래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의미 없는 시간을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지내다 보니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시국도 언젠가 해결되리라고 보며 그늘 속에 갇힌 나를 깨우친 이 책<그늘의 인간>과 함께 보다 더 인문학적인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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