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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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_ 이은정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은정 작가님이 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 으로 2018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하기까지 19017 편이 응모되었고 기초심의, 예심, 본심까지 정말 엄청난 경쟁을 뚫고 선정이 되셨더라고요. 이 책의 작가님 사진과 수상 당시의 사진은 모습이 달라보였지만 20년이상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분이었습니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마음이 참 아프고 불편했던 소설이었어요. 일단 엄마, 아빠와 두 딸들의 이야기였고 가족극이었습니다. 네 명의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사람에겐 어린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의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성격적으로요. 그래서 저 또한 아이의 부모가 되면 적어도 자의식이 성립되기까지는 곁에서 키워야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소설에서의 주인공은 둘째딸인 미주로 보여졌지만 언니 미진, 엄마 혜자, 아빠 종수까지 개별적인 특성이 있었고, 미진이 또한 장녀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폭력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음을 하여 주폭을 하는 남편 종수. 그리고 부인인 혜자가 점점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이 끔찍했습니다. 거기서 언니 미선은 미주의 시선을 가리며 보호하려 했고, 결국 미주는 그런 언니의 행동에  반항하고 음주와 흡연을 하는 비행을 서슴치 않게 됩니다. 극단적 상황을 오고가는 긴장감과 불편함이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이어져서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무능력한 부모 아래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두 딸의 모습마저 그랬습니다. 어떻하면 이 가정이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나 있을까하며 모든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불완전한 한 가족으로부터 개별적인 인물들이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그 방법을 굳이 이 소설에서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타의든 자의든 가족의 상처만큼 아픈것도 없었으며 현실적인 소재에서 보다 더 자극적인 어떤 상징성이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p42
혜자는 사층 연립주택 옥상에 있었다.속옷차림에 맨발이었다. 맨발이었다는 것은 혜자가 옥상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알았다. 속옷, 그리고 맨발의 유부녀.십중팔구 이것아니면 저거다. 남편에게 맞다가 나왔거나. 불륜하다 걸려 도망 나왔거나.(중략)

미주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어 그저 혜자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혜자도 미주를 내려다 보았다. 엄마와 딸은 하필 그런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혜자는 미주를 향해 울부짖었다.
"미안해......"

(이부분에서 둘째딸 미주와 혜자 사이에서의 심리적 간극차를 느꼈던 것 같다. 가깝고도 먼. 아래위의 모녀사이의 간극. 그리고 엄마의 미안하다고 하는 울부짖음은 이후 벌어질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했다.)


미안하다고 소리치는 혜자를 올려다보며 미주는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남편한테 죽을만큼 폭행당한 여자가 건물 꼭대기에서 자신의 딸을 내려다보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 흩날리는 여자의 머리 위에서 빛나던 무수한 별들. 미안하다고 외치는 혜자의 검은 얼굴 뒤에서 제 온몸을 껌뻑대며 빛을 발하는 별들의 이야기를 미주는 들었다. 대단한 슬픔이나 비참함을 머금은 사람의 등 뒤에서 언제나 빛나고 있었을 저 별들은 정작 보아야 할 대상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절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희망이 있다는 희망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할 때, 그때도 저렇게 뒤에서 반짝이며 서 있다. 네가 믿지 않아도 나는 존재한다는 식으로 가증스럽게. 주로 힘없는 사람들의 생에서는 앞에서 절망이 빛나고 희망은 그 뒤에서 웅크리고 있다. 삶이 완벽하게 어두울 때 선심 쓰듯 짠, 하고 등장하겠다는 비장한 의미까지는 아닐지도 모른다. 죽고 싶어도 죽게는 만들지 않겠다는 아주 간사한 신의 선심 공세. 불행보다는 행복으로, 절망보다는 희망 쪽으로 삶이 편집되길 바라며 신의 가호를 외치는 가여운 인간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이고 필사한 부분이었다. 삶의 이면을 혜자의 등뒤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과 함께 마치 그림을 그리듯 쓰여진 이글은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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