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서평] <파국>_ 도노 하루카_김지영옮김 소설을 읽고도 뭔가 정리되지 못한 느낌이네요. 사실 무엇을 읽었는지 멍할 정도입니다. 심리적인 불편함을 주는 작가 특유의 문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독특했다는 거겠죠. 이 책은 특이하게도 목차가 없습니다. 각 단락을 나누는 건 표지에 나오는 한 남성의 얼굴을 <파국> 이라는 제목으로 갈라진 그림이었으며.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극적인 순간도 없이 다른 씬으로 바뀌는 것도 황당함을 주었습니다. 주인공 <요스케>의 인생은 어떤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복수도 아니고, 무엇인가 이루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과 싸우는 것도 더더욱 아니였죠. 그저 공무원 시험을 치르며 취업준비를 하고있는 평범한 대학교 4학년 법학과 학생입니다. 또한 열정적인 럭비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으며 지치지 않는 체력과 근성이 있었습니다. 때론 그런 모습때문에 후배들이 싫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적어도 럭비 경기를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의욕적으로 보였습니다. 이것은 일상에서의 모습과는 대조되어 보였습니다. 그는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를 가진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인물이였어요. 그런 동아리를 지도하는 <사사키>라는 인물과의 관계는 존경의 대상이기 보다는 그저 고기를 얻어 먹으러가는 존재로 비추어졌으며 럭비부의 부흥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주인공의 열정을 따라가 주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진 인물로 보여졌습니다. 이 소설은 한 대학생이 겪는 이야기지만 <파국> 은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였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비극적인 면도 보여졌습니다. 보통의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그렇지만 독자들을 심리적으로 긴장하고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소설적 장치들도 있었습니다. 모든 인물들이 멀쩡한 듯 하면서도 각각의 인생들이 마치 비극으로 치닫고 있는 듯했습니다. 길 위의 하얀 치와와는 차 속에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있는 주인공이랑 눈을 마주칩니다. 기분 나쁘게 계속 쳐다보는 개의 시선은 이후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동일하게 바뀌며 옮겨져서 마치 감시 당하는 듯한 찝찝함과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기분 나쁜 분위기를 만든 작가의 의도로 보여졌습니다. 그리고 대학 동기인 <히자>는 신입생들을 위한 만담 공연을 하게 되면서 <요스케>를 초대합니다. 거기서 무대에 같이 오르는 후배 여자를 소개하지만 예쁜 미모와는 다르게 기분 나쁜 행동과 매너없는 모습으로 비추어 지게되고 <히자> 를 무시하는 듯 보여졌으며 이것은 2인 1조의 남녀 콤비가 하는 두 사람의 공연에서도 이어집니다. 각자 맡은 역할이 바보인 남자 <보케>를 똑똑한 여자 <씃코미>가 면박을 주는 극이었어요. 사실 그 여자의 행동이 이후에 나올 <마이키> 라는 <요스케>의 여자 친구를 뜻하는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이 공연을 보면서 <요스케>는 우연한 계기로 <아카리> 라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소설 속에는 완전한 적도 없었으며 지나치게 친밀해 보이는 관계도 없다고 느껴졌던 것이었어요. 오히려 적이기도 하면서 친밀한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겠네요. 로맨스가 있지만 진정성이란 것이 과연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으며 자연스러우면서도 예상 밖의 기괴한 상황을 만들어내서 역겹고 불편하며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부분은 일반적인 공포 영화처럼 잔인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가 낭자하는 살인마가 있는 것도 아니였지만 일상에서 느껴지는 심리적인 공포는 바로 이런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삶의 단편적인 모습이면서도 무의식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의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요스케>와 <아카리> 그리고 <마이코>의 삼각관계. 그것은 사랑에 있어서도 도덕적인 것을 존중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비도덕으로 치우쳤습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관계를 끊어버리는 행동들 역시 감정이입이 되면서도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사랑과 배신의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마이코>는 <요스케> 의 인생에서 의미없이 사라져버린 듯했지만 가까운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요스케> 공간에 접근하며 거절 못하는 제안을 하게되고, 측은해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요스케> 는 아무일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자연스럽게 그의 공간을 파고드는 전 여친 <마이코> 로 인해 상황은 물흐르듯 의도하던대로 되었습니다. 흥미로운건 <마이코> 는 정치적 성공을 위한 <고야마> 선생의 은근한 접대를 거절하고 갔던 곳이었습니다. <요스케>와 헤어졌으면서도 거짓으로 벗어나서 그를 만나러 갔던 것이었습니다. 그 이면엔 <요스케>와 <아카리>의 관계에 대한 일종의 동적인 복수극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함 속의 불편함이었으며 이 소설 전체를 뒤덮고 있는 <파국> 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 상황을 컬러화 시킨다면 짙고 어두운 보라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 역시 <마이코>와 <요스케>가 연인이었을 당시 함께 머물던 호텔에서의 상황이 생각납니다. 그는 <마이코>로부터 육체적 사랑을 거절당한 뒤 유리 창밖의 화려한 도시의 불빛을 온 몸에 맞으며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분출했던 색채적인 효과가 그러했습니다. 아무튼 <마이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 <요스케>를 불러내어 카페에서 어린 시절 혼자있을 때 집안을 침입했던 미스터리한 남자에 대한 끔찍한 과거의 얘기를 들려주는데 개인적으로 집안을 지키던 닥스훈트 강아지 <피아노맨>은 <마이코>가 자신의 앞날을 위해 만나던 정치적 인물 <고야마> 선생으로 보여졌고 그녀를 위협했던 미스터리한 남자는 <요스케>와 <마이코> 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던 의미로 보여졌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이름을 알 수 없는 <히자>의 여후배와 <마이코>의 집에 침입했던 미스터리한 남자의 등장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지기도 했으며 소설 안에서 숨겨진 양면성을 구축했던 것 같습니다. 노견 <피아노맨>은 치안의 침입에도 무기력했고, 집안을 둘러보며 그 남자를 찾는 <마이코>는 여기 저기 방을 살펴 보다가 결국 자신의 방에 편안히 자고 있는 범인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곧 엄마에게 알리려고 전화를 하려 했지만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달려 들어오는 남자를 피해 달아나는 <마이코>의 행동은 긴장감을 주면서도 이중적인 면이 느껴졌습니다. 이후 그를 맞닥뜨리며 없애려고도 했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마이코는 <피아노맨>이 남자에게 필사적으로 달려들어서 도망갈 틈이 있었습니다. 결국 인물들간의 관계는 친밀한 듯하면서도 잔인했고 무관심이 있었습니다. 사라져버린 <아카리>, 폭력을 휘두른 <요스케>를 짖누르는 경찰관의 어깨 뒤로 보이는 푸른 하늘은 긴박함이 있는 상황과 대조되어 밖으로는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이 있었고 인생의 내려놓음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소설의 곳곳에 있는 숨겨진 복선들은 독자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그런면이 <파국> 의 매력이라고 생각되며 일반적이지 않은 심리적 공포가 독특했습니다. 작가의 깊이와 통찰력이 있었던 의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파국#도노하루카#시월이일#컬쳐블룸#컬쳐블룸리뷰단#소설#김지영옮김#미스터리스릴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