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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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열>_아키요시 리카코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스마트폰 착신음이 들려 의식이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왔다. 나는 다급히 맑으면서도 나른한 피아노 음악 좇아 폰을 찾았다.<짐노페디>, 히데오에게서 온 전화였다. 착신음악을 설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집 전화도 휴대전화도 초기에 설정된 멜로디를 썼다. 하지만 다다토키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이후 벨 소리를 들으면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히데오를 짐노페디로, 그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아기 새 소리로 설정했다. 짐노페디를 선택한 것은 다다토키가 피아노로 유일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곡을 들을 때마다 장난삼아 들어간 악기점의 피아노를 어설픈 손놀림으로 연주하던 그가 생각난다. p75


p148
나는 작열하는 지옥 속에서 악착같이 나아갔다.
언젠간 이 업보가 집어삼키겠지.
히데오를.
그리고 나를.







<작열> 은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갇혀있는 것 같았죠. 소설의 여주인공 <사키코>의 인생 그리고 전 남편인 <다다토키>, <사키코>의 복수의 대상인 새 남편, 살인자 <히데오>. 그는 남편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게 되어 피해자 신분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친고 죄가 성립이 안되어 사건은 그대로 수사가 종결이 됩니다. 하지만 <사키코>는 그 충격적인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중립적 가교 역할을 하는 <히데오>의 여동생 <아키코>. 소설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이기에 정황을 맞춰가며 추리하는 전문적인 수사 극에 기대를 하는 독자분들에겐 다소 심심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핵심이자 독특했던 점은 내 남편<다다토키>를 살해한 인물인 <히데오> 와 재혼을 한 <사키코>의 관계였습니다. 인물들 간의 긴장감 있는 심리적 갈등 상황과 거주 공간에서의 복선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앞으로 벌어질 비극적 전개를 기대하는 심리 효과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망한 <다다토키>가 처한 사회적 고립과 언론이 대중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며 만들어 낸 잔인한 저격들은 이 사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애를 상실한 인물들 그리고 옛사랑을 잊지 못하던 감춰진 감정들과 거짓된 사랑 앞에 갈등할 수밖에 없는 애증적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는 오묘한 로맨스가 있었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하루는 죽음과 삶의 양면에서 담담할 수밖에 없었던 애처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가까이에 있으면서 진실 된 마음으로 치료하고 함께하는 치유의 의사로서의 감정들은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편으로는 참 외롭지만 그것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인물들도 결코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외로움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고 그것은 결국 어느 인물에게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여 삶의 끈을 놓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그런 행위가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건 결코 용납될 수 없었습니다. 독자들은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때론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에 분노하기도 하며 감정 이입을 합니다. 그리고 <사키코>의 감정적 갈등을 통해 <다다토키>와 <히데오> 사이에서 도덕과 정의 실현이 무엇인지, 과연 진실된 사랑이란 무엇인지 혼란에 휩싸이며 결국은 슬퍼하게 됩니다.



소설 <작열>은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주제를 가지고 독자들로 하여금 불안정한 관계에서 오는 도덕적 문제에 대하여 궁금증을 갖게 했고 인간들의 삶에 내포되어 있는 어두운 그늘을 드러내 보여주었으며 비극적 희생을 통해 행복에 대한 염원을 바라였으나 그것이 결코 완성된 것은 아님을 느꼈습니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로 들어갔지만 그 그늘은 유동적인 태양으로 인해 사라져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구가 태양을 돌 듯 그늘은 다시 또 만들어집니다.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열>은 사회적으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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