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지음, 김경연 옮김 / 삐삐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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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 <열다섯 마리 개>_ 앙드레 알렉시스


이 책은 제우스의 자식이자 올림포스 신들인 헤르메스와 아폴론의 내기 게임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개들이 인간처럼 생각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해학과 풍자적인 내용과 함께 인생사를 심도 있게 논한 순문학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철학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난해하고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설 초반엔 각기 개성 있는 성격을 가진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열다섯 마리 개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서로 다투며 죽고 죽이는 혈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동맹 관계와 배신이 난무하며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무인도 안에서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파벌 싸움을 하는 약육강식 세계를 표현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 안에서 개의 삶도 궁극적으론 인간과 별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초중반 부분은 누아르 소설처럼 긴장감 있는 전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개들이 처음부터 인간의 의식과 같았던 것이 아니라 신들에 의해 갑자기 바뀐 낯선 감각이 생겨서 당황하게 되는데, 그 변화에 적응하며 점점 인간화되어가거나 또는 그것을 거부하고 개들만이 가지고 있는 습성을 지키며 사느냐의 갈등 속에 있게 됩니다. 그 때문에 결국 동족을 죽고 죽이는 상황도 벌어지게 되고요. 그렇게 기존 것을 지키려 했던 더 센 강아지들에 의해 끝나버린다면 싱겁겠지만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던 올림포스의 두 신들의 개입으로 인하여 반전이 생깁니다. 신들은 자기들 때문에 벌어진 일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죽임을 당하려 했던 한 개의 꿈에 나타나 도망가게 합니다. 책의 주된 내용은 누아르적인 것이 아니라 개가 인간의 사고를 갖게 되면서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주인 역할을 하는  인간의 언어를 의식하며 그들의 습성과 말을 따라 하며 배우게 되고 대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보자면 개가 인간의 말을 하는 것은 당장 언론에 알려져서 이슈화가 되어야겠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건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개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에선 보다 감성적이고 철학적이며 심리적인 깊이가 있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도 다시 한번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개는 노견이 되어 버렸지만 아폴론 신의 괴롭힘으로 눈이 멀게되고 나중엔 귀마저도 들리지 않게되는 비극적인 삶 속에서도 하늘 나라로간 주인과 재회하고자하는 모습에서 연민과 동정심을 느꼈습니다. 어찌 보면 끝까지 주인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때로는 개가 인간 보다 낫다는 면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책의 초중반부는 재미가 있었지만 후반부는 전개보다는 철학적 주제로 토론을 하는 학술지를 읽는 느낌이어서 집중도가 다소 떨어졌지만 이는 책이 일회성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몇 번이고 읽으며 깊은 뜻을 찾게 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열다섯 마리의 개들 중 나는 어떤 강아지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를 생각했는데 독자들도 각기 다를 것 같았습니다. 정의를 예를 들자면 독재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우겠는가 아니면 독재에 맞추어 살되 반란을 꿈꾸며 적응하는가 또는 아예 도망쳐 버리겠는가. 저는 그 선택의 기로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내용의 진지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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