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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평점 :

[서평] <올빼미 눈의 여자> _ 박해로
<박해로> 작가의 <올빼미 눈의 여자>는 일반적인 공포 소재가 아닌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무속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한자어나 단어가 거의 없어서 사전 검색을 거의 할 필요 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소설 속에 나오는 지역을 찾아봤는데 경상도에 섭주가 어디인지, 봉평 마을 끝의 강가에 있는 정자가 어디인지 나오지 않아서 궁금했습니다.-어쩌면 작가가 지어낸 것인지 나오지 않더라고요- 어느 평범한 공무원 기성이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지방 시골 도시에 교육파견을 가면서부터 벌어지는 사건이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아픔의 시기라 할 수 있는 1997년 IMF를 겪은 세대의 이야기였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정부의 일꾼이라 할 수 있는 국가 공무원이 되었으며 특별한 과실을 하지 않는 이상 강제 퇴직할 시킬 수 없음을 이 책의 프롤로그에 쓰여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당시도 그렇고 지금 현시대의 힘든 경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직업이 주는 보장성이 얼마나 처절하면서도 간절했는지 서민의 애처로운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다소 선정적이며 기괴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인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올빼미의 눈을 가진 여인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았어요. 물론 공포 소설의 특성이 그러하듯 그 이면엔 올빼미가 신으로 모셔지는 <치효성묘>에 관한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만으로 비추어 볼 때 무속신앙이 마치 사이비 종교처럼 보여 질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에 <작가의 글>에서 진실이 아닌 허구임을 솔직하게 알려주었습니다. 한국 고유의 무속신앙의 바른 정신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얘기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수고와 검증을 위한 정보 조사를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진행이 어설픔 없이 굉장히 탄탄했으며 소설 장치들을 하나하나 마련하고 연결지어서 완성해간 노력이 글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사실 무속신앙은 이해되기에 난해할 수 있는 소재여서 처음부터 제대로 읽기가 어렵진 않을까 하고 선입견을 갖게 되었지만 어려운 한자어나 단어 없어서 가독성이 너무 좋았습니다. 머릿속에 인물을 비롯해 지역 배경과 사건의 상황들이 형상화가 잘 되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으며 이야기의 흐름이 해설 부분이라 할 수 있는 2부 전까지 끊김이 없어서 편하고 즐겁게 소설을 읽었습니다. 보통 스릴러의 일반적인 구성이라 생각하는 절단 신공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의 무속신앙을 다룬 어떤 공포 영화나 소설 보다도 독특하고 기괴한 공포가 있었으며 꿈속에서 그려지는 상징적인 모습들은 하나의 예술 그림을 보듯 눈과 코와 귀와 촉감,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찐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악 설정 또한 우리가 흔히 즐겨 듣거나 어른들이 노래방에서 불렀을 쉬운 가요들과 전통 악기인 대금의 설정은 너무나 한국적이고 익숙해서 반갑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미>라 할 수 있는 무속 의상과 한복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수와 연진이 머무르는 거주지 또한 전통적인 분위기와 이국적인 것들이 뒤섞인 독특함이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복선적인 설정을 눈치가 좀 있는 독자들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았으며 내가 소설 속에 있다고 생각하며 주인공과 시련을 함께하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작가의 장치에 속아 넘어가기도 하고 예상대로 가는 부분도 있고 해서 더 긴장되고 사이다 같은 후련함도 있었습니다. 각 인물의 소품들과 주인공 기성의 악몽, 소설에 나오는 지역들 그 모든 것들이 사건의 복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개상의 억지스러운 면과 비약 좀 심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현실성이란 것을 초월하기에 이것이야말로 소설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고 매력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으나 기승전결의 세세함과 개연성을 따지는 일부 독자들에겐 질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치효성모>에 대한 그 근원을 알려주는 무속신앙 자료는 이 책의 이해를 돕는 것 같아서 흥미 있었으나 이야기의 흐름이 더디어지는 느낌이어서 조금은 지루함을 느꼈습니다. 사건의 진행을 위해서 빠르게 읽거나 생략을 하고 이후에 봐도 될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독자 개개인에게 맞춰 줄 소설은 없기에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봤습니다. 작가의 능력이란 소설의 캐릭터를 어떻게 독특하고 입체적이며 참신함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보는데 솔직히 처음은 다소 밋밋한 것이 아닌가 했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입체적으로 바뀌는 인물들과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것에 궁금함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독서를 했습니다. 작가가 소설에 대해 얘기를 할 때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고 소설이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이해가 좀 더 되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잔인함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에서도 심심치 않게 드러나며 우리 가까이에 항상 있고 나 자신조차도 결국은 나를 위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면에 선의에 경쟁에 의한 잔인함도 있다고 보는데 누군가는 결국 실패하고 그 실패자들 속에서 성공한 자들이 모든 부와 명예를 차지하는 것이 현 자본주의 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총체적인 경향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 소설에선 그런 것들이 훨씬 자극적인 표현들로 비수를 꽂듯 표현되어 졌던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가장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배신하고 속이고 거기에서 더해 목숨까지 앗아가도 일말의 양심조차 없으며, 그것이 결국은 행복을 위한 과정이 되어버립니다. 지독한 잔인함과 슬픔은 교묘히 감추어져 가슴 속에 묻어 버립니다. 그렇게 욕심을 채우지만, 다시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며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린 과거를 돌이킬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인간의 욕심은 그 값을 치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소설 속에서의 결말은 행복해 보이지만 그 이면엔 그렇지 않은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박해로> 작가의 작품은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함과 참신한 발상에서 나오는 깊은 철학적 깨우침이 있습니다.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는 순간 가만히 생각에 잠겨 책의 내용이 무엇을 전달하려 했고, 과연 나 자신은 무엇을 느끼고 감동한 건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됩니다. 지금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이 소설 속에선 작가의 손으로 어떻게 녹여 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벌써 <박해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며 앞으로도 한국공포 문학의 계보를 잇는 좋은 소설이 나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