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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청
차일린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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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혹시 첫 단편을 읽고 탈주하려한 독자가 있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은 심정. 


『환상청』에 대한 극악무도한 소문에 대해서는 익히들어 알고 있었다. 식인이라든지 신체절단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는 물론이고 「레즈비언 섹스와 부동산의 상관관계」라는 무슨 내용일지 감조차 오지 않는 제목을 보면 소문이 아니더라도 이 책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첫 단편인 「손」을 읽고나서 그 생각은 더욱 공고해져 갔다. 생생히 그려지는 식인 과정에 거북함까지 느껴져 차마 첫 단편도 다 읽지 못한 채 책을 덮어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딱 그 순간만 참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그 뒤로 사랑과 욕망을 다룬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고, 그 이야기는 때로 기괴하고 때로 아름다우며 때로 마음 아프기까지하다고 말이다.


특히나 자신을 살려준 정원사의 곁을 지키며 끝내 그 위로 뿌리를 내린 벤자민고무나무의 사랑을 그려낸 「온실에서 얼어 죽은 남자」와 한국인이라면 심장이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옥과 해골」은 오랜 시간동안 마음 속에 남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단편이다.


『환상청』은 익숙하게 보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각자의 욕망을 만나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강렬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불편한 감정마저도 매력으로 전환시키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부디 『환상청』에 도전해보시길 권고한다. 


물론 마음의 준비는 필수라는 사실은 잊지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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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애장판)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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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오 씨가 정말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모는 입을 다물 거야. 나도 어리석은 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몸속에 독을 품은 채 살아가는 어리석은 사람. 그게 그대로 독으로 남을지, 아니면 약이 될지 몰라도 어쨌든 그렇게 살기로 했어. (p182)

[추천❗️]

- 사건보다 인물의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

- 복선 회수를 좋아하시는 분



1985년, 도쿄로 상경한 요코는 직업소개소에서 우연한 계기로 기미를 만나 친구가 된다. 이후 요코는 기미의 소개로 한 저택의 가정부로 일하게 되고, 그곳에서 저택의 주인 난바와 그의 양자 유키오를 만난다. 동생이 죽은 뒤 빚 독촉과 조카 다쓰야를 돌보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던 요코는 기미와 유키오를 통해 비로소 삶의 안정을 찾지만 갑작스러운 난바의 죽음으로 그의 평온한 생활은 금세 무너져 내린다. 

이 작품은 1985년, 2016년, 1965년을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게 시대에 따라 각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사건과 전말이 조금씩 밝혀지는 구조이다. 물론 처음에는 각 이야기 사이의 연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선 내용을 잘 이해하고 따라간다면, 점차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965년 폐광 마을에서 일어난 탄광 사고와 살인 사건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관심에서 배제된 이 사건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노조미와 유우의 이야기는 어쩌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진정으로 남기고자 하는 메시지,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된 악의를 과연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들이 품었던 악의는 마치 독처럼 연쇄적으로 퍼져 나간다. 지쿠호의 작은 마을을 넘어 도쿄까지. 그렇게 시대에 맞서려 했던 어리석은 자는 늘 그렇듯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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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리 숍앤센터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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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의 대한민국은 ‘웨일홀’이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발명한다. 이는 ‘수구’만 있다면 공간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극히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부작용이 존재했다. 웨일홀을 이용할 경우 1%의 확률로 신체 기관 중 하나가 탈락하는 것이었다. 분명 치명적인 부작용이었지만 압도적인 편리함에 사람들은 이용을 멈추지 않았고, 그만큼 탈락한 신체 기관도 나날이 늘어갔다.

그렇게 넘쳐나는 잉여 신체 기관의 처리가 어려워질 무렵, 한 박사가 새로운 제안을 한다. 버려지는 신체 기관들을 활용해 새로운 종족을 만든 뒤 반려동물로 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상에는 탈락한 신체 기관을 조합해 만든 ‘프랑’이 탄생한다.

프랑은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개와 고양이가 멸종한 세상에서 그들을 대신하면서도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인간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반려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여러 신체 기관을 조합해 프랑을 만들었고, 쓰임을 다한 프랑은 가차 없이 유기했다.

아마 인간들은 자신이 프랑을 만들고 키우는 행위를 ‘사랑’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사랑이라기보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드러내는 행위로 보였다. 인간과 닮은 존재를 소유하고, 원하는 만큼 곁에 둘 수 있는 일. 그 속에서 그들은 우월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들은 감정을 느끼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존재다. 그럼에도 인간은 일말에 죄책감도 없이 프랑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결국 자신들의 처지를 깨달은 프랑이 인간에게 저항하기 시작하면서 그 관계는 역전된다. 약자가 자신이 겪는 부당함에 의문을 던지는 순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세상의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여러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한 뒤, 여러 핑계를 대며 그들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작품을 읽는 내내 불편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웠다. 이렇듯 작가는 프랑이라는 기괴한 존재를 통해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작품에서 인간들이 프랑에게 행하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에서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유의하길 바란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편함 자체가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프랑에게 지배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을 그저 단순한 소유물로 바라본 인간의 오만한 때문은 아닐까. 때때로 우리가 생명을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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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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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인물들이 자주 그려지곤 한다.


아주 잔인하고 감정 하나 없이 사람을 해치는 인물. 


그것이 미디어가 그려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자, 우리가 굳게 믿어온 모습이었다.


와이먼 박사가 진행하는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존 애덤스 대학교에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일곱 명의 학생이 모인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들을 노린 연쇄 살인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주인공 클로이 역시 지속적인 위협과 미행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클로이에게는 지난 6년간 품어온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 바로 60일 안에 자신을 성폭행했던 윌을 처단하는 것이다. 이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방해하는 연쇄 살인마를 반드시 잡아야만 한다. 어쩌면 그 연쇄 살인마에게 윌의 살인까지 덮어씌워도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드물게 사이코패스를 ‘피해자’의 위치에 세운다.


6년 전, 클로이는 윌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브렛은 그 장면을 촬영했으며 사건을 접한 세상은 피해자인 클로이에게 오히려 책임을 전가했다. 물론 이들 중 그 누구도 사이코패스는 아니었다.


클로이는 사이코패스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이다. 그가 마주한 사회적 약자라는 현실 앞에서 ‘사이코패스’라는 진단명은 그저 한 사람의 성향을 나타내는 수식어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잔인하고 감정이 없다고’ 여겨왔던 사이코패스에게 깊이 몰입하게 된다. 이는 이제껏 장르물에서 겪어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사이코패스’를 소비하는 정형화된 공식에서 탈피해 완전히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을 향한 편견과 낙인이 얼마나 무용한지 깨닫게 된다.


결국 진정한 악은 그들이 가진 ‘사이코패스’라는 성향이 아니라 이들을 쉽게 판단하고 침묵시키는 사회의 위선이 아닐까.


이렇듯 우리는 편견에서 벗어날 때 진정한 그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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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이트메어
전건우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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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힙노스라는 디지털 치료기 임상 실험에 참가하게 된 강우.

그런데 1년이 지난 어느날 함께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살한다.


프리랜서 기자인 강우는 그들이 죽기 전 힙노스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힙노스의 개발사인 화평제약을 조사한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흔히 말하는 고구마 같은 답답한 구간이 없어 끝까지 긴장감을 갖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화평제약을 파내기 시작하며 강우에게 가해지는 위협이나

불면증으로 복용하는 수면제의 부작용으로 악몽을 꾸는 장면은 생생하게 그려져 

마치 내가 직접 그 일을 겪고 있는 듯 몰입할 수 있었다.


『굿나이트메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꽤나 모순적이라 느껴졌다.

이 세상에 좋은 악몽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결말을 보고 난 뒤 ‘굿나이트메어’만큼 잘 어울리는 제목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는 반전의 요소가 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스포일러없이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 정신 질환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매일매일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당신이 오늘만큼은 단잠에 빠져들기를 바란다.


물론 『굿나이트메어』를 읽고 단잠에 드는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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