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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어느 순간부터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인물들이 자주 그려지곤 한다.
아주 잔인하고 감정 하나 없이 사람을 해치는 인물.
그것이 미디어가 그려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자, 우리가 굳게 믿어온 모습이었다.
와이먼 박사가 진행하는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존 애덤스 대학교에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일곱 명의 학생이 모인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들을 노린 연쇄 살인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주인공 클로이 역시 지속적인 위협과 미행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클로이에게는 지난 6년간 품어온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 바로 60일 안에 자신을 성폭행했던 윌을 처단하는 것이다. 이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방해하는 연쇄 살인마를 반드시 잡아야만 한다. 어쩌면 그 연쇄 살인마에게 윌의 살인까지 덮어씌워도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드물게 사이코패스를 ‘피해자’의 위치에 세운다.
6년 전, 클로이는 윌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브렛은 그 장면을 촬영했으며 사건을 접한 세상은 피해자인 클로이에게 오히려 책임을 전가했다. 물론 이들 중 그 누구도 사이코패스는 아니었다.
클로이는 사이코패스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이다. 그가 마주한 사회적 약자라는 현실 앞에서 ‘사이코패스’라는 진단명은 그저 한 사람의 성향을 나타내는 수식어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잔인하고 감정이 없다고’ 여겨왔던 사이코패스에게 깊이 몰입하게 된다. 이는 이제껏 장르물에서 겪어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사이코패스’를 소비하는 정형화된 공식에서 탈피해 완전히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을 향한 편견과 낙인이 얼마나 무용한지 깨닫게 된다.
결국 진정한 악은 그들이 가진 ‘사이코패스’라는 성향이 아니라 이들을 쉽게 판단하고 침묵시키는 사회의 위선이 아닐까.
이렇듯 우리는 편견에서 벗어날 때 진정한 그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