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아버지를 유괴했어요
안드레아스 슈타인회펠 지음, 넬레 팜탁 그림, 김희상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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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들은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 좋아합니다.

어쩌다 가끔 찾아 뵙는 분들이기에

애틋함도 더 한 거겠지만,

어릴 적부터 이쁘다, 이쁘다 하시며 용돈이며 간식이며

애들 딱 좋아하는 걸로만 맞춰 주시니,

잔소리 대마왕 엄마하고는 애초에 그 사랑과 표현의 깊이가

질적으로 비교가 안 되지요. ^^;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다면?!!

아이들은 그런 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 이야기가 궁금해서 펼쳐들게 만드는 책이 있네요.

 

"내가 할아버지를 유괴했어요"

 
할아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따르는 막스지만,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가 때로는 안타깝고 안쓰럽습니다.


왜 막스가 할아버지를 그토록 사랑하는지...

그 이유는....

할아버지가 나를 무척 사랑하시니까 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것도 아마 같은 이유일까요? ^^;


색연필 터치로 그려진 요양원 풍경은

어쩐지 요양원 같지 않게, 화사하고 평화롭고 정겹습니다.


 

"누구냐 너는?"이라고 질문하는 할아버지께

막스는 "산타클로스요"라며 장난인지 시험인지 모를 대답을 합니다.

지금은 기억이 생생하신 할아버지는

"말도 안 돼. 너는 내 손자잖아."라고 하며 웃으시네요.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막스.

언젠가 모든 기억의 끈을 놓으면

막스를 사랑한 사실도 잊어 버릴까봐 막스는 조바심이 나는 모양입니다.


요양원에서도 막스의 엄마도 허락하지 않는 소풍을 위해

막스는 할아버지 유괴를 결심하지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야반도주가 아닌,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대낮 도주를 감행합니다.
얼떨결에 옆에 서 계시던 슈나이더 할머니도 덕분에 동반 탈출해서

버스 나들이와 꽃 계곡 소풍을 즐기네요.


하늘을 올려다 보다 우연히 발견한 말간 우윳및 달.

왜 어떤 날은 환한 낮에도 보이는 달이

또 어떤 날은 안보이는 거예요?

막스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알려줍니다.

그건 달이 해와 지구 사이 어디쯤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요.

달이 보이지 않아도 달은 항상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요.

볼 수 없어도 항상 존재한다는 걸 알려줍니다.

할아버지의 사랑도 그렇다는 걸 아마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요?


 

해를 향해 춤추는 슈나이더 할머니도

이 시간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려는 몸부림인지,

온갖 포즈를 취하며 들판에서 정신없이 춤을 춥니다.

기억을 잃어도 할아버지의 사랑은 여전히 존재함을 속삭여주는 할아버지.

이들의 소풍은 그들을 찾으러 온 경찰과 간병인과 막스의 엄마가 나타나고서야 막을 내렸어요.


점점 희미해져 가는 할아버지의 기억이 안타까워

유괴를 해서라도 막스는 그 기억을 붙잡아 두고팠던 게 아닐지...

하지만, 그 날 꽃 계곡 소풍 이후에 깨닫게 되지요.

보이지 않아도 할아버지의 사랑과 기억은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것을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에게 책 읽고 난 소감을 물었더니...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막스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범죄를 저질러도 돼??!!"


으..응...???

 

"그럼 너는 할어버지가 치매에 걸리시면 어떡할래?"

"병원에 보내드려야지!!"

 

이 책은, 달이 보이지 않아도 늘 그자리에 있는 것처럼

할아버지의 사랑과 기억도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얘기해줬더니,

그제서야,

"아~! 그래서 달 얘기가 나온 거였어?!!"

ㅋㅋㅋ

아~~ 울 초딩 어떡하믄 좋을까나? ㅋㅋ

초4에겐 무리한 감수성이었을까요?


어쨌든 막스와 할아버지의 잔잔하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는

초등 5학년 때 다시 읽혀 보는 걸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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