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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 법학 -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읽는 ㅣ 통합사회
민성원.김재현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법과 마주하지만 정작 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친구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사소한 행동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작성하는 근로계약서까지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만나는 법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자유권과 사회권은 어떻게 다르며 권력분립은 왜 필요한 것일까? 개념을 암기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특히 국어 비문학 지문이나 통합사회 시험에서 법과 관련된 문제가 등장하면 생소한 용어와 복잡한 논리 구조 때문에 막막함을 느끼기 쉽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인 우리 집 2호에게도 법이 어렵고 딱딱한 학습 내용으로만 다가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생각에서 함께 읽어 보고 싶어진 책이 바로 <통합사회 법학>이다. 추상적인 법률 지식을 나열하기보다 청소년에게 친숙한 일상 속 사례를 통해 법의 원리와 역할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0년간의 수능과 모의고사 문제 완전 분석! 오직 시험에 나오는 법만 완벽하게 담아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법학 교양서.' 책의 띠지에 적힌 이 문구 역시 학습서로서의 실용성과 교양서로서의 재미를 동시에 기대하게 한다. 실제로 이 책은 법의 탄생에서 시작해 헌법과 기본권, 국가기관의 역할과 권리 구제, 노동법과 국제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엮어냈다. 특히 통합사회2의 핵심 단원인 ‘인권 보장과 헌법’과 연계해 교과서에서 간략하게 다루는 개념의 배경까지 짚어 주고 주요 법률 용어의 차이와 실제 출제 현황도 함께 정리해 놓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법을 처음 접하는 중학생에게는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입문서가 되고 고등학생에게는 교과 학습은 물론 수능 비문학 독해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넓히는 길잡이가 되어 줄 듯하다. 무엇보다 법을 단순히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사회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판단력을 기르는 데 필요한 학문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시험에 필요한 개념을 익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는 안목까지 넓힐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알찬 법학 공부가 있을까.
책은 법에 대한 설명을 중학교 2학년 지호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두 달 동안 모은 15만 원으로 중고 게임기를 구입했지만 돈을 송금한 뒤 판매자의 계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두렵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망설여지는 상황에서 지호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저자는 이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억울한 상황을 통해 법학의 근본적인 질문을 끌어낸다. 무엇이 공평한지, 잘못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곧 법적 사고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법을 몰랐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 반면 자신에게 보장된 권리조차 알지 못하면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은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이어 저자는 체육대회에서 찍은 친구의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단체 대화방에 올린 상황을 통해 권리의 충돌을 설명한다. 사진을 올릴 자유가 있는 만큼 자신의 얼굴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요구할 권리도 존재한다. 이처럼 갈등은 반드시 누군가의 악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권리가 부딪치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법은 그 경계를 정하고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는 기준이 되어 준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저자가 던지는 ‘함께 산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법학이 지향하는 본질과 맞닿아 있다. 나의 자유와 타인의 권리가 공존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법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우리가 법을 알아야 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법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1장에서는 이러한 물음을 바탕으로 법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살펴본다. 저자는 아무런 규칙이 없는 교실을 상상하게 하면서 사회 규범이 필요한 이유부터 설명한다. 사회 규범은 크게 관습과 도덕, 법으로 구분되며 각각 사람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관습은 사회적 시선과 비난을 통해 유지되고 도덕은 개인의 양심과 내면의 판단에 따라 작동한다. 반면 법은 국가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정하고 강제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한 뒤 저자는 법이 수행하는 세 가지 기능인 질서 유지와 분쟁 해결, 사회 변화의 역할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특히 2005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08년 완전히 폐지된 호주제는 법이 오래된 관행을 바로잡고 사회의 인식과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만 법이 강력한 수단인 만큼 모든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개인의 자율성과 양심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이어서 법의 종류와 체계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며 복잡한 법학의 구조를 하나씩 풀어 나간다. 국가와 개인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공법과 개인 간의 법률관계를 다루는 사법을 비교하고 형식적인 평등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의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사회법의 필요성도 살펴본다. 또한 권리와 의무의 내용을 정하는 실체법과 이를 실현하는 과정을 규정한 절차법, 폭넓게 적용되는 일반법과 특정한 경우에 우선 적용되는 특별법의 차이를 설명한다. 나아가 법의 존재 형식이자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되는 ‘법원(法源)’을 소개하며 성문법과 불문법의 특징을 짚어 준다. 특히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여 법률과 명령, 자치법규로 이어지는 위계질서는 서로 다른 법규범이 충돌할 때 적용 기준을 정하고 법체계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여기에 관습법과 판례, 조리가 성문법의 빈틈을 보완하는 역할까지 설명해 법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각 개념의 특징뿐 아니라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비교하며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단편적인 용어의 암기에서 벗어나 법의 체계와 작동 원리를 하나의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법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유익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특징은 각 장의 끝에 마련된 ‘한눈에 알아보는 법학의 차이’와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현황’이다. 앞서 이야기로 익힌 내용을 표와 도식으로 정리해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장에서는 관습과 도덕, 법을 발생 방식과 제재 수단, 판단 기준 등에 따라 비교하고 헌법을 정점으로 법률과 명령, 자치법규가 이어지는 위계질서를 ‘법 피라미드’로 시각화했다. 특히 성문법의 체계와 이를 보완하는 관습법, 판례, 조리의 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하다. 여기에 정치와 법, 통합사회 영역에서 관련 개념이 출제된 수능과 모의고사의 연도와 시행 월, 문항 번호까지 정리해 놓아 실제 문제를 찾아 풀어 볼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내용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비교하고 정리한 뒤 기출문제에 적용하는 단계로 학습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특히 비슷한 용어를 혼동하기 쉬운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구성이 학습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정확하게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통합사회 법학>은 총 3부 8장에 걸쳐 법의 기초에서 국가의 운영 원리와 사회적 갈등의 해결 방법까지 단계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1부에서는 법의 형성과 법치주의의 의미를 살펴보며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를 비교한다. 2부에서는 헌법의 기본 원리와 국민의 기본권을 중심으로 국가권력이 어떻게 나뉘고 견제되는지 설명한다. 특히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가 어떤 경우에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지, 국회와 정부, 법원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는지 등 한 번쯤 궁금했을 질문을 다룬다. 마지막 3부에서는 헌법재판소를 통한 권리 구제와 노동법, 국제법으로 범위를 넓힌다. 청소년 근로 10계명을 비롯해 근로계약과 노동 3권에 관한 내용까지 담아 앞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개별적인 법률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법이 만들어진 배경과 제도의 취지를 함께 살펴보게 이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를 배우는 만큼 법에 관한 기본적인 소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무작정 어려운 개념부터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합사회 법학>은 본격적인 교과 학습에 앞서 법에 대한 부담을 덜고 흥미를 키우기에 좋은 책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아이가 시험에 필요한 지식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여러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법률의 이름을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살펴야 하며 왜 그런 기준이 필요한지 이해하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우리 집 2호 역시 법이 자신과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지식임을 깨닫게 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정해진 규칙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규칙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얼마나 공정한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결국 법을 배운다는 것은 세상이 정해 놓은 질서를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더 나은 사회의 모습을 고민하는 일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