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할게요 (1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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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봉투를 보는 듯한 표지가 눈길을 끌어 읽게 된 책이다. 손으로 쓴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드물어진 요즘, 정영욱 작가의 <편지할게요>는 표지와 제목부터 흥미롭게 다가왔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등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정영욱 작가의 데뷔작인 이 책은 2017년 첫 출간 이후 10주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 작품이다. 초판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문장을 세심하게 다듬고 그동안 작가가 쌓아 온 경험과 정서를 더해 한층 깊이 있는 글로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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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할게요>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후회처럼 인간관계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을 편지 형식으로 풀어낸 에세이이다. 책에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부터 관계가 끝난 뒤에야 깨닫게 된 감정, 끝내 전하지 못한 안부까지 여러 사연이 담겨 있다. 각각의 글은 서로 다른 대상을 향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순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상대에게 직접 말하지 못했던 생각을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풀어낸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는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우기보다 관계 속에서 쉽게 지나치거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게 이 책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저마다 지나온 관계를 되짚어 보고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책에 가장 먼저 실린 「편지하겠습니다」는 이 책이 어떤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문체가 편지를 읽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그 이유가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문장이 너무나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수취인이 분명하지만 끝내 전해지지 못한 글들을 바닥에서 주워 모으듯 하나둘 엮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는 이 책이 처음부터 완성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과 지나간 관계의 흔적을 모아 만들어진 책임을 보여 준다. 저자는 자신의 문장이 고르지 못하고 모든 글이 습작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고백에서 꾸미지 않은 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보내려다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이 책의 글들은 완벽하게 정돈된 문장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에 더 무게를 둔다. 그런 점에서 「편지하겠습니다」는 단순한 머리말을 넘어 앞으로 만나게 될 글들을 어떤 시선으로 읽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안내문처럼 다가온다.


「윤슬」은 평범한 단어 하나가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기억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글이다. 부산의 관람차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연인이 물결 위에 반짝이는 햇빛을 가리키며 ‘윤슬’이라는 순우리말을 알려 준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이 머문 곳은 아름다운 바다도 햇빛도 아닌 창에 비친 연인의 얼굴이었다. 그에게 윤슬은 물결에 비치는 빛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과 눈빛이었으며 그 순간 느꼈던 설렘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의 관계는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 바다 위에 햇살이 반짝일 때마다 함께했던 순간은 여전히 되살아난다. 특히 “그에게 배운 단어는 윤슬과 사랑, 그리고 나지막한 슬픔이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이 글의 여운을 더한다. 하나의 단어에 사랑의 시작과 이별 이후의 그리움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특정한 장소나 음악, 익숙한 말 한마디를 통해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윤슬」은 이처럼 일상의 사소한 풍경에 남겨진 기억을 통해 사랑이 끝난 뒤에도 그때의 감정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외로움에 대하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로움의 의미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외로움이 단순히 혼자 있거나 곁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비롯되는 감정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더는 그리워할 사람조차 없을 때, 힘든 순간에도 누구에게 기대고 싶지 않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때 비로소 진정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속에 소중한 사람이 남아 있다는 뜻이며 기댈 사람을 찾는다는 것 역시 여전히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외로움은 단순한 고독을 넘어 누군가를 향한 마음마저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특히 과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글을 썼지만 이제는 그 사람을 그리워하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한다는 고백이 인상적이다.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사람보다 그를 그리워할 수 있었던 시간 자체가 그리워졌다는 점에서 외로움의 깊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글은 외로움이 곁에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감정만은 아니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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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할게요>는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을 모아 놓은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한때 소중했던 사람과의 기억을 되짚으며 관계가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들을 들여다본다. 특히 상대의 하루를 궁금해하며 수많은 안부를 묻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제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말없이 안아 주고 싶다는 고백이 인상적이다. 상대를 더 많이 알고 싶었던 마음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의 힘겨운 순간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자신의 글이 누군가의 외로운 새벽을 위로할 수 있다면 서로를 알지 못하고 관계가 이어지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말에서는 편지가 지닌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편지는 반드시 답장을 받거나 상대에게 도착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마음을 글로 남기는 행위 자체가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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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 책은 타인의 사연을 읽는 동시에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에게나 다시 연락하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이제는 전할 수 없게 된 말이나 뒤늦게 깨달은 마음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주소가 변했다 해도 편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상대에게 닿을 수 없더라도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전한다. 이는 지나간 관계에 매달리겠다는 다짐이라기보다 한때 자신이 품었던 감정까지 부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손으로 편지를 쓰는 일이 낯설어진 시대이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바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문득 오래전 연락이 끊긴 사람과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문장이 아니라 서툴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려는 작은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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