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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키우는 100문장 - 푸른 사자 와니니 필사책 ㅣ 푸른 사자 와니니
이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우리 집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푸른 사자 와니니>. 2015년 첫 권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이어진 이야기가 2026년 10권으로 완결되었을 때, 긴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했다는 뿌듯함보다 이제 더는 새로운 와니니를 만날 수 없다는 섭섭함이 더 크게 남았다. 그런데 그 아쉬운 마음을 달래 주듯 <내 마음을 키우는 100문장: 푸른 사자 와니니 필사책>이 찾아왔다. IBBY가 선정한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자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인기 뮤지컬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진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는 지난 10년 동안 누적 판매 100만 부를 기록하며 많은 독자에게 사랑 받아 왔다. 이번 책은 그 긴 여정을 마무리한 뒤 시리즈 전권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 100개를 골라 한 권에 담았다는 점에서 와니니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더욱 반갑게 느껴질 만하다.
무리에서 쫓겨났던 어린 암사자 와니니가 친구들을 만나 자신만의 무리를 이루고 진정한 우두머리로 성장하기까지, 열 권에 걸쳐 펼쳐졌던 이야기를 이번에는 필사라는 방식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용기와 가능성, 우정과 가족, 나다움과 성장에 관한 문장을 하루 한 줄씩 천천히 읽고 직접 써 보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문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오늘의 단어’를 통해 어휘를 익히고 자신만의 문장까지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푸른 사자 와니니>의 팬이라면 익숙한 장면과 문장을 손으로 한 자 한 자 옮겨 쓰며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고 반갑다. 완결된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와니니를 만나고 필사를 통해 와니니가 전해 주었던 용기와 성장의 감동에 다시 한번 빠져볼 수 있다니 이보다 더 반가운 책이 있을까.
책은 본격적인 필사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이 책을 활용하는 법’을 제시해 독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부담 없이 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필사할 필요 없이 차례를 살펴 그날 나에게 필요한 문장을 골라도 되고, 문장 전체를 따라 쓰거나 강조된 부분만 선택해 필사해도 좋다. 필사를 마친 뒤에는 ‘오늘의 단어’를 활용해 뜻과 예문을 살펴보고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 볼 수 있으며 마지막에는 해당 문장의 번호를 ‘마음을 키우는 필사 습관 기록’에 표시해 얼마나 진행했는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좋은 문장을 베껴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읽고, 쓰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어 갈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는 점이 돋보인다.
책의 첫 번째 필사 문장은 1권 29쪽, ‘초원 제일의 암사자’라는 제목의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직 작고 약한 와니니가 마디바 할머니를 닮은 멋진 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장면으로, “와니니는 마디바 할머니를 닮고 싶었다. 아직 작고 약하지만 반드시 멋진 사자로 자라날 자신이 있었다.”라는 문장이 강조되어 있다. 지금의 모습만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단정 짓지 않고 앞으로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바라보는 와니니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아직’이라는 말에는 현재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끝은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고, ‘반드시’라는 말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단순히 어린 사자가 어른 사자로 자라는 모습을 넘어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마음을 보여 주는 문장으로 읽힌다.
한 장의 구성도 이런 문장의 의미를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짜여 있다. 왼쪽에는 원작의 앞뒤 문맥과 함께 필사할 부분을 따로 표시해 두었고, 문장이 어느 권 몇 쪽에서 나온 것인지도 적혀 있어 필요하면 원작의 장면을 다시 찾아볼 수 있다. 이어 아래쪽의 ‘오늘의 단어’에서는 이 장면과 연결되는 ‘자라나다’를 제시해 단어의 여러 뜻을 살펴보게 한다. 오른쪽에는 문장을 직접 써 볼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함께 ‘오늘의 단어’를 활용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보는 활동도 마련되어 있다. 한 문장을 그대로 따라 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이해하고, 단어의 뜻을 넓혀 보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필사와 어휘 학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책에 실린 여러 문장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3권 182~183쪽에서 가져온 “그러니 어려움과 함께 지내는 법을 찾아 보자는 거야.”라는 문장이다. 앞으로도 계속 어려운 일이 있을 거냐는 잠보의 물음에 와니니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어려움을 없애거나 피하는 대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보통 우리는 힘든 일이 닥치면 빨리 해결하거나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문장은 삶에서 어려움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어차피 우리는 늘 어려웠어.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잖아.”라는 앞선 대화와 이어서 읽으면, 와니니의 말이 단순한 위로나 낙관이 아니라 이미 여러 번 힘든 시간을 지나온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라는 점에서 더 깊게 다가온다.
이 장면의 제목인 ‘어려움과 함께 사는 법’ 역시 문장의 의미를 잘 보여 준다. 어려움을 무조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래에 제시된 오늘의 단어도 바로 ‘어렵다’로, ‘하기가 까다로워 힘에 겹다’, ‘겪게 되는 곤란이나 시련이 많다’라는 뜻을 함께 살펴보게 한다.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와니니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니 그 뜻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찾아오고 모든 문제가 뜻대로 해결되는 것도 아닌 만큼 그때마다 어떻게 버틸 것인지보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다.
결국 <내 마음을 키우는 100문장: 푸른 사자 와니니 필사책>은 <푸른 사자 와니니>를 좋아했던 독자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만나는 책이고, 아직 시리즈를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와니니의 세계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입구가 되어 준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눈으로 읽고 지나가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써 보며 그 문장이 왜 오래 남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좋다. 용기, 우정, 가족, 희망, 나다움, 성장처럼 어린이들이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주제들이 와니니와 친구들의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전해지기 때문에 억지로 교훈을 가르친다는 느낌도 적다. 한 문장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와니니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필사책이라기보다 <푸른 사자 와니니>를 함께 읽어 온 부모나 어른 독자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같은 문장이라도 처음 이야기를 읽었을 때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마주했을 때 받아들이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한 문장씩 골라 써 보며 서로 어떤 문장이 마음에 남았는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은 독서 시간이 될 것 같다. 시리즈가 완결되었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100개의 문장을 통해 와니니와 다시 만나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말을 내 손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꽤 반가운 선물처럼 느껴졌다.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 두기보다, 그날그날 마음에 필요한 문장을 찾아 천천히 오래 곁에 두면 더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