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헤어살롱>이라는 독특한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악귀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밤 10시에 문을 여는 퇴귀 전용 미용실인 굿나잇 헤어살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커트와 파마, 두피 관리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미용실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서는 머리카락만 다듬는 것이 아니라 손님에게 붙은 귀신까지 함께 정리해 준다. 필요하다면 출장 미용도 나간다는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일상적인 공간인 미용실과 퇴귀라는 전혀 다른 소재가 자연스럽게 한데 묶이며 눈길을 끈다.

사계절 출판사의 가제본 서평단으로 뽑혀 운 좋게 정식 출간에 앞서 공개된 70쪽 남짓한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분량은 짧지만 귀신을 퇴치하는 미용실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빠른 전개가 맞물리면서 어느새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귀신과 괴물, 퇴마와 액션과 같은 소재에 일상의 미용이라는 의외의 요소를 결합한 방식도 신선하고, 장면마다 긴장감과 궁금증을 이어 가는 구성 덕분에 읽는 흐름도 쉽게 끊기지 않는다. 오히려 제한된 분량만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이야기는 금세 속도를 내고 자연스럽게 그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소설은 불길에 휩싸인 보육원에서 한 아이가 홀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방 안은 연기로 가득하고 창문에는 쇠창살까지 설치되어 있어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아이가 팽나무 화분을 끌어안은 채 정신을 잃어 갈 때, 온몸이 하얀 비늘로 덮인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아이를 구해 낸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검은 비늘의 괴물들이 아이를 내놓으라며 길을 막고, 하얀 괴물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들과 맞선다. 결국 궁지에 몰린 순간 팽나무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아이 안에 잠들어 있던 알 수 없는 힘이 깨어난다.

다음 날 병원에서 눈을 뜬 아이에게 전날 밤의 일은 설명할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사람들은 괴물 이야기를 사고의 충격으로 본 헛것이나 꿈으로 여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날의 화재와 괴물에 대한 기억도 서서히 희미해진다. 하지만 자신을 살리려 했던 하얀 괴물과 자신을 노렸던 검은 괴물, 그리고 팽나무를 통해 드러난 아이의 힘은 앞으로 굿나잇 헤어살롱과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증을 남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굿나잇 헤어살롱의 세 헤어스타일리스트 홍해와 성공, 매화가 출장 미용을 위해 산속의 한 저택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세 사람은 겉모습부터 성격까지 제각각이지만 평범한 미용사들과는 거리가 멀다. 기억을 잃은 채 열일곱 살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홍해는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고 무엇이든 먹을 수 있으며, 성공은 팽나무 신령과 연결되어 특별한 힘을 사용한다. 매화 역시 악귀를 상대하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는 세 사람의 모습은 무거워질 수 있는 퇴귀 이야기에 적당한 유쾌함을 더한다.

이날 이들이 찾아간 곳은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집에 머물고 있는 고등학생 이보미의 집이다. 보미의 언니 보아가 한 달 전 학교에서 목숨을 잃은 뒤 보미에게도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고, 먼저 도움을 요청한 사람 역시 보아였다. 저택에 도착한 세 사람은 보아의 영혼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보미에게 붙은 존재가 단순한 악귀가 아니라는 단서를 하나씩 찾아낸다. 특히 사진 속 보아와 보미, 친구들의 머리카락에 검붉은 기운이 얽혀 있는 것을 확인한 홍해는 그 배후에 수살귀가 있음을 알아챈다. 한 사람에게 붙은 귀신을 떼어 내는 일로 보였던 의뢰가 여러 학생과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굿나잇 헤어살롱의 첫 번째 퇴귀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보미에게 붙은 존재가 수살귀임을 알아챈 세 사람은 곧바로 퇴귀에 들어간다. 매화꽃 샴푸와 트리트먼트 젤, 퇴귀 가위처럼 미용 도구 하나하나가 악귀를 몰아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보미의 몸에 깃든 악귀를 머리카락으로 끌어내 잘라 내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수살귀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홍해를 ‘불가사리’라고 부르며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한 말을 던지고 기억을 잃은 홍해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크게 흔들린다.

홍해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잃어버린 기억만이 아니다. 얼마 전 퇴귀 과정에서 김 실장이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을 겪은 뒤부터 그는 동료들이 또다시 다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성공과 매화가 몸을 아끼지 않고 악귀와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기에 수살귀를 따라가면 자신의 정체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더해진다. 보미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과 자신의 과거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홍해. 과연 이들은 수살귀의 방해를 뚫고 무사히 퇴귀를 끝낼 수 있을까?

70쪽 남짓한 가제본을 덮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다는 것이다. 강렬한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개성 뚜렷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퇴귀 과정에서는 긴장감을 높이다가도 세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풀어 주는 등 호러 판타지의 재미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무섭고 기묘한 장면 사이에 유쾌함을 적절히 섞어 놓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 정식 출간본을 기다리게 한다. 홍해가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는 무엇인지, 굿나잇 헤어살롱의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는지, 앞으로 또 어떤 귀신과 손님을 만나게 될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귀신을 쫓는 미용사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읽게 된 책이지만, 가제본을 읽고 나니 이제는 굿나잇 헤어살롱에서 펼쳐질 더 큰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짧게 맛본 만큼 정식 출간본에서는 어떤 세계가 더 펼쳐질지 기다려진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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